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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의 2008년 4월 여행기 제 3탄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8-04-17 조회수396 추천수6 반대(0) 신고

 

 

 

                           유럽 여행기 - Kevelaer 성지 순례

 

 

오늘은 독일의 Kevelaer 성지를 순례하는 날입니다. 아침에 간단한 식사를 하고서 저희들은 짐을 싸기에 분주했지요. 특히 어제 너무나도 추운 기억에 어떻게 하면 따뜻하게 다닐 수 있을까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두꺼운 옷들이 없는 저희들은 옷을 껴입는 것으로 추위를 이겨내기로 했지요.


어느 정도의 짐 정리 이후, 저희는 에르멜린데 자매님께 거실에 있는 챔발로(Chambalo) 연주를 부탁했지요. 피아노와 모양은 비슷하지만, 현악기 소리가 나는 아름다운 악기더군요. 살짝 악보를 보니 ‘Saraband''라고 적혀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이 곡 제목일까요? 아무튼 아름답고 인상적인 연주를 듣고서 저희는 출발했습니다. 참, 이 연주를 저희만 듣기가 아까워서 녹음을 했거든요. 그런데 음질이 너무나 안 좋아서 그냥 지웠습니다. 나중에 이 연주를 함께 들으면 좋을 것 같은데...

 

 

또 한 가지 더. 이 악기는 핸드메이드로 상당한 고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애지중지하지만, 이 악기가 살아 있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연주하고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밖의 말씀을 하십니다. 그러한 이유로 이 챔발로를 집에서 이동하여 연주하러 가기도 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한 10년 전에 한국의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예술의 전당에 있는 챔발로가 너무나 형편없는 것이라 실망하셨다고...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닌데도 애지중지해서 아무도 쓰지 않았는지 조율도 엉망이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악기가 살아 있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이 연주할 수 있도록 하라고 하네요. 본당의 오르간 역시 마찬가지...

 

Kevelaer 성지에 가기 전, 저희는 Kinderdijk 풍차마을에 들렸습니다. 19개의 풍차가 놓여 있는 곳으로, 유네스코에서 선정한 세계 문화유산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펼쳐진 평야에 수로를 끼고 풍차들이 19개나 있었습니다. ‘풍차구나....’라는 생각 외에 별 다른 것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냥 돌아가도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추우니까..’ 자매님께서 이 길이 끝나는 저 끝까지 꼭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가장 잘나온다는 것이지요.

 

 

가길 잘 했습니다.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간쯤 오다보면 볼 것이 따로 없다고 다들 돌아가는데, 끝까지 와서 보니 보이는 세상이 또 다릅니다.

 




지레짐작하는 모습들. 사실 얼마나 많이 하는지요. 그러나 끝까지 가서 보이는 세상은 나의 지레짐작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


이제 독일의 Kevelaer 성지로 이동합니다. 우선 한 가지 부러운 것은 국경을 넘어서 다른 나라로 가는데도 전혀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는 같은 민족끼리 더 불편한 관계를 맺으면서 힘들게 살고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모르는 Kevelaer 성지를 소개합니다.


“이 자리에 나를 위하여 작은 경당을 봉헌하도록 하라.”

 

지금으로부터 몇 백년 전 헨드릭 부스만이라는 신심 깊은 상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뷔체에서 겔더른으로 이어지는 케벨라의 들길에 세워진 십자가상 앞에서, 곧 현재 은총의 경당이 들어서 있는 곳에서 자주 기도하곤 했는데, 1641년 성탄절 무렵에 위와 같은 신비스러운 음성을 세 번이나 전해 듣게 됩니다. 그리고 당시 이 소식을 접한 케벨라의 주임 신부의 이해와 후손으로 이 자리에 은총의 경당을 건립하기에 이릅니다.

 

부스만의 아내가 음성을 들으면서 보았던 그림은 당시 유럽 지역에 페스트가 유행하면서 ‘근심하는 자들의 위로자’라는 이름으로 열렬히 공경하고 있었던 룩셈부르크의 성모님 성화의 사본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성화를 가지고 있었던 군인들이 부스만의 집에서 빛나는 불빛을 목격하게 되었는데, 이 성화를 지금의 은총의 경당에 모시게 된 연유입니다.

 

은총의 경당 내부에는 제단 왼쪽에 세 마리 비둘기를 조각하여 장식한 등잔에 불이 밝혀져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1949년 루르드에서 점화되어 남부 독일의 성지인 알퇴팅을 경유하여 보내어진 것으로 평화의 등불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이 세 마리 비둘기는 루르드, 알퇴팅, 그리고 케벨라에 평화의 여왕이신 성모님이 함께 하심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또한 등잔의 표면에 뱀이 새겨져 있고 뱀의 혀가 불빛을 향해 날름거리고 있는데, 이는 뱀의 머리를 밟아 부수는 평화의 성모님께 도우심을 간구하여 끊임없이 기도할 것을 호소하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은총의 경당에 성모 성화가 안치된 이후에도 신심 깊고 열심한 순례자들의 물결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30년 전쟁이 발발하여 혼란한 시기를 거치면서도 점점 더 늘어나는 인파로 마침내 1634년 현재의 순례자들을 위한 초봉헌 경당이 건립되기 시작했습니다.

 

 

성지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마리아 대성당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순례객들이 미사 성제를 봉헌할 수 있도록 1858년에 건립하기 시작하여 1864년 7월 3일 장엄한 축성식을 가졌습니다. 대성당은 길이 70m 폭 28m 그리고 높이는 22m에 이릅니다.

저희는 여기서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성지와 조금 떨어져 외각에 위치하고 있는 십자가의 길은 1889년 건립되었는데 가로수 길 나무 그늘 아래를 기도하며 거니는 순례자의 길을 따라 14처 수난 사화가 모셔져 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아쉬운 점은 많이 훼손되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팔, 다리가 부러져서 없어진 부분도 참으로 많더군요. 십자가의 길을 하면서 가슴이 참으로 아팠습니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제12처. 예수님 십자가에서 돌아가심을 묵상합시다.” 부분부터 무덤이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함께 하는 무덤들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케벨라 성모님께 바치는 기도문을 올립니다.

 

성모 마리아여, 당신의 옷을 드리우시고 우리에게 방패와 보호막이 되어 주소서.

우리를 굽어보시고 세상의 온갖 어려움에서 보호하소서.

모든 선의 보호자이신 성모여. 우리를 세세에 보호하소서.

당신의 드리우신 옷은 넓고 넓으시니 모든 자녀들을 보호해 주시나이다.

또한 당신의 옷은 모든 이의 피난처가 되시어 이 세상을 감싸주시나이다.

하오니 모든 선의 보호자이신 성모여, 우리를 세세에 보호하소서.


십자가의 길까지 마치고 나서 저희는 카페에 들어가서 맥주를 마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맥주를 마시고 나서 이제 도저히 사진에 찍힐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얼굴이 완전히 홍당무가 되었거든요. 맥주.. 맛있지만, 얼굴 벌거지니 영 아니네요.

 

 

 

그리고 오후 4시에 Kevelaer를 떠나 숙소인 Dordrecht로 이동했습니다. 도착하니 토마스 형제님께서 맛있는 만찬을 준비해주셨습니다. 짬뽕과 탕수육 그리고 녹두전까지. 대단한 음식 솜씨입니다.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특히 음악을 비롯한 예술에 관한 이야기로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습니다.


이 새벽에 주님께 기도하면서 감사할 일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감사를 드릴 분들도 너무나 많다는 것 역시 깨닫습니다. 부족한 내 자신이 이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감사이며,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주님께 받은 것을 내어 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것도 부족해서 마음속으로 그리고 행동으로 죄를 범하고 있는 내 자신을 많이 반성하게 됩니다.


또한 감사할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도 감사의 기도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우선, 여행을 위해 애써주시는 네덜란드 현지에 사시는 토마스 형제님과 에르멜린데 자매님. 또한 다루기 힘든 나와 함께 여행을 함께 해 주는 두 명의 동창 신부님.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는 본당 가족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감사의 대상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나의 이기심들. 부끄러울 뿐이네요.


그러한 이기심 가운데에서 행복이란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감사하면서 산다는 것. 자신을 낮추는 것이며,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이 아닐까요?

 

 


 

Handel`s Sarabande ... Maksim Mrv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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