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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08년 4월 17일 부활 제4주간 목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4-17 조회수879 추천수16 반대(0) 신고
 

 2008년 4월 17일 부활 제4주간 목요일 - 요한13,16-20



 “제 빵을 먹던 그가 발꿈치를 치켜들며 저에게 대들었습니다.”


<그분의 슬픈 눈동자>


   각박해져만 가는 세상이다 보니 끔찍한 일을 겪는 이웃들도 한둘이 아닙니다. 만일 이런 일을 겪으셨다면 여러분들 심정이 어떠하겠습니까?


   무리한 사업의 확장으로 빚더미 위에 앉게 된 친구, 그로 인해 구속 수감되기 일보 직전인 친구, 가정 역시 풍비박산될 위험에 처한 절친한 친구가 나를 찾아왔습니다.


   사연을 듣고 보니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내 형편도 그리 여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친구의 절박한 모습을 보니 나 몰라라 할 수 없었습니다.


   밤늦도록 소주잔을 기울이며 친구를 위로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려울 때 돕는 것이 진짜 친구’라는 생각에 일단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가족들 몰래 꽤 큰돈을 인출해 우선 급한 불을 끄게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사업을 정리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따로 직장잡기 힘든 친구를 위해 자신의 회사에 ‘한 자리’를 마련해서 앉혔습니다. 비록 예전 같지는 못하더라도 그나마 친구 가족이 살아남았습니다. 친구의 얼굴에 다시금 찾아온 희미한 미소를 바라보며 너무도 흐뭇했습니다.


   그런데 얼마가지 않아 그 친구의 본색을 알게 되었습니다.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회사의 경리 시스템을 즉시 파악한 친구는 교묘하게 공금을 유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네가 내게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따지는 친구를 향해, 그 인간은 회사의 약점, 아킬레스건을 제시하며 막대한 금액을 요구했습니다.


   너무도 큰 충격에 휩싸인 착한 친구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심한 배신감과 그로 인한 극도의 스트레스로 덜컥 큰 병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육체적인 고통도 큰 고통이었지만, 정신적인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 역시 제자이자, 벗으로 생각했던 유다로부터의 배신을 당하십니다. 오늘 복음은 정말이지 너무나 슬픈 복음입니다. 가슴이 찢어지는 내용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내면 안에서 극과 극이 교차되는 특별한 체험을 하십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심으로서 한없이 자신을 낮추신 하느님의 우리 인간을 향한 극진한 사랑을 보여주시는데, 그 순간 예수님께 발을 내민 한 제자는 배신을 계획했고, 조금씩 실행에 옮기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예수님께서 모르실 리 없으셨습니다. 넌지시 제자들을 향해 이 사실을 알리십니다.


   “‘제 빵을 먹던 그가 발꿈치를 치켜들며 저에게 대들었습니다.’라는 성경 말씀이 일어져야 한다.”고 예언하십니다.


   위 성경구절은 예수님께서 시편 41잘 9절을 인용하신 것입니다. 다윗 왕이 아퀴디페르라는 절친한 친구에게 각별한 애정을 건넸었고, 그를 자주 앙의 식탁에 초대하곤 했었습니다. 그러데 그 친구가 한 순간 돌변해서 다윗 왕을 배신합니다. 군사를 일으켜 다윗 왕을 곤경에 빠트립니다. 심각한 타격을 주었습니다. 그 사건을 회상하며 다윗 왕이 노래한 탄원의 시편이 바로 시편 41장 9절인 것입니다.


   “제가 믿어온 친한 벗마저, 제 빵을 먹던 그 마저 발꿈치를 치켜들어 저에게 대듭니다.”


   예수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토록 공을 들였던 제자였습니다. 그토록 신뢰했었고, 그 결과 총무역할을 맡겼습니다. 그토록 많은 사랑과 집중교육을 쏟아 부었던 제자 유다였습니다. 늘 같은 식탁에 앉아 같은 빵을 나누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던 사랑하던 제자였습니다.


   유다의 배은망덕한 계획은 예수님의 마음에 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해서든 그의 마음을 바로 잡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제자의 배신 앞에 슬픔을 감추지 못하시는 예수님, 너무나 큰 충격 앞에 할 말을 잇지 못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배신의 길을 걷는 유다를 향해, 오늘 우리를 향해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시는 사랑의 예수님, 그분의 슬픈 눈동자를 오래도록 바라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175번 / 이보다 더 큰 은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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