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익명성과 무책임성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8-04-30 조회수503 추천수2 반대(0) 신고

 오늘날은 인류 역사상 어느 시대보다 더 익명의 세대이다. 교통과 정보통신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에 이웃은 참견 잘하는 사람들이었지만 현대는 '나'만 있고 '이웃'은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부르짖으면서도 이웃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영웅도 아니고 유명하지도 않은, 무명의 '나'만 있는 익명성(anonymity)은 이웃에 대한 무책임성을 낳고 말았다. 전 영국의 수상 마가렛 대처가 "사회는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개인과 가족만 있을 뿐이다."하고 말했듯 오늘날의 사회에는 '핵가족'만 있을 뿐 '이웃'은 없다.
 
 우리는 나 자신에 대하여, 나 자신의 인물 됨됨이에 대하여, 우리의 공동체에 대하여, 우리의 환경에 대하여, 우리의 사회에 대하여, 우리의 지구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배웠다. 이렇듯 많은 것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함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 익명의 다른 사람이 책임질 것이라고 책임을 전가하고 산다. 심지어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그리하여 키에르케고르는 "인간은 교활하여 책임성 없이 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인간적인 앎에는 한계가 있다. 가장 심오한 지식은 결코 말로 표현될 수 없으며 강론이나 책, 강의나 세미나로도 설명될 수 없다. 12사도가 예수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살았듯 오로지 스승의 권위 아래서 경험을 통하여 스승에게 배워야 옳은 지혜가 되지만 우리 주위에서 멘토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처럼 나를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1고린 11:1)."하고 사도 바오로가 한 말대로 "나를 본받고 사십시오."하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또 '나'만 있기 때문에 내 가까이에 있는 멘토를 보지도 못한다.그리하여 내 멋대로 산다. 사랑이 있을 수 없다. 죄의식도 없다. 
 
 파블로 피카소의 여성편력은 참으로 화려했다. 피카소의 어머니가 첫 번째 며느리에게 다음과 같이 경고한 말이 시사하듯 계속 정부(情婦)를 바꾸었다. "나는 어떤 여자라도 내 아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으리라 믿지 않는다. 피카소는 자기만을 위할 뿐 타인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이야."그리고 그의 정부 도라 마르도 "당신은 일생 동안 어느 누구도 사랑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오. 당신은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모르오."고 하면서 피카소를 떠나 갔고 피카소도 "나는 한 번도 사랑을 받아 보지 못한 채 죽을 것 같다."고 실토했다. 그리고 "내가 죽는 것은 배가 난파하는 것과 같을 텐데, 거대한 배가 침몰할 때처럼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배와 함께 가라앉을 것이다."고 말했다. 불행하게도 피카소의 말은 옳았다. 1973년 9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후 그와 가까웠던 세 명의 인물이 자살했고 여러 명이 정신적으로 무너졌는데 그 중에는 첫 번째 부인 올가와 유명한 정부 도라 마르도 포함되어 있었다. 피카소의 무책임성이 많은 사람들을 파멸시켜버린 것이다. 피카소는 유명했기에 프라이버시가 모두 노출되었지만 익명의 시민들의 이기주의는 높은 벽을 쌓아 그들의 삶을 엿볼 수도 없게 한다.
(Os Guinness의 <소명, the Call>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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