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떠나는 것이 유익하다?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8-04-30 조회수690 추천수14 반대(0) 신고
 
 

 

요한 16,5-11

 

어느 날 TV 에서 지능이 모자란 아들을 둔 아버지의 이야기를 보았다.

그분은 아들이 이 세상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이 소원이었다.

 

아들을 특수학교에 보내지않고 일반 학교에서 정상적인 아이들과 함께 지내도록 한 이유도 

정상인들과 함께 지내는 법을 알아야 세상에서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아버지는 아들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자신의 손으로 하도록 키웠다.

물론 학교에서는 친구들이 많이 도와주어야만 학업을 마칠 수가 있었다.

학교는 공부가 목적이 아니라 남들을 방해하지 않고 함께 어울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착하기만 한 아들의 주위에는 도움을 주는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

 

아들은 방과 후에는 버스를 타고 아버지의 회사로 가서 건물의 화장실을 치우는 일을 한다.

고무장갑을 끼고 변기를 깨끗하게 닦는 단순한 일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가곤 하였다.

그것이 아들의 반복된 일상이었다.

 

회사 사장이었던 아버지는 아들에게도 다른 사원과 똑같이 한달에 한번 일한 만큼의 보수를 타가도록 했다. 

아들이 경리과에서 급여를 제대로 받아 가는 일도 큰 수업이었다.

하루 한번 화장실을 치우고 받는 얼마 안되는 적은 돈이었지만,

돈을 제대로 세고 계산하는 일을 스스로 하는 일이 아들에게는 가장 힘든 일 중 하나였다.

아들이 벌써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분은 아파트를 한채 사서 자신의 아들과 비슷한 아이들을 모아 함께 살도록 내어 주었다.

돌보는 사람까지 붙여주고는 기본적인 규범들을 수도 없이 가르치기를 반복하였다.

또 열악한 환경에 있는 장애아들의 자립을 위해 투자하는 일에도 앞장을 섰다.

그들 모두가 혼자서도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뒤를 돌보아주는 일에 헌신을 하는 모습이 눈물겨웠다.

 

"지금은 내가 있어서 이렇게 뒤를 돌봐 주고 있지만.

내가 죽으면 저 애가 어떻게 될 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집니다." 

"죽은 뒤는 고사하고 지금이라도 내 몸이 투명하게 변하는 약이 있으면 먹고 따라 다니고 싶어요.

저 애를 괴롭히는 아이들이 누구인지. 저 애를 정말로 위해주는 친구는 누구인지 알고 싶고,

무슨 일이 저 애에게 벌어지는지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지켜보고 싶은 심정입니다."

 

개신교 신자였던 그분은 담배를 물어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학교가는 아들을 창문으로 내다보며  말끝을 흐리던 아버지.  

배경음악과 함께 카메라는 뺨으로 흘러 내리는 아버지의 눈물을 비쳐주었다.

그 마지막 장면을 보며 난 생각했다.

 

바로 저 마음이다!

예수님이 제자들을 두고 가는 심정이.

 

투명하게 변하는 약이 있다면 그걸 먹고라도 쫓아다니며 보호해주고 싶은 심정.

보이지 않는 현존양식으로 제자들에게 돌아오는 방법.

예수께서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시는 성령은 바로 그분 자신의 또 다른 현존양식이었던 것이다.

 시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 영원히 세세대대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식.

그래서 예수님은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신다 해도 슬퍼할 것이 없는 것이며

오히려 그것이 우리들에게 유익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어떤 성당에서 바로 이 대목을 나누고 있었던 날이었다.  

일흔이 넘으셨는데도 항상 곱디 곱게 차리고, 공손한 모습으로 모두를 대하시는 자매님이 계셨다.

이분은 늘 맨 앞에 앉아서 성경공부를 하셨는데 그 날은 줄곧 책상에 엎드려 계셨다.

그런 적이 한번도 없었으므로 쉬는 시간에 어디 편찮으신지 물었다. 

 

위의 아버지와 아들의 예화를 들어 바로 이 부분을 설명하고 있었는데

그분의 아드님도 사실 그 아들과  같은 경우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 아버지의 마음이 자신의 마음과 똑같아 울고 계셨던 것이다.

나는 죄송하여 어쩔줄을 몰랐다.

 

여러날 지난 후에 자매님은 나를 당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아주 부유한 집이었고, 형제님은 외교관 출신이었다.

집안이 반들반들하고 곳곳에 살림 솜씨가 빛이 났다.

이야길 듣자니 자매님이 가지고 계신 달란트는 하나 둘이 아니었다.

다른 자녀들은 모두다 사회적으로 성공하여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인도 있었다.

 

행복의 모든 조건을 다 갖춘 것 같은 분이셨으나 바로 그 아들 하나 때문에

그처럼 겸손하셨고, 사랑과 자애가 가득 넘치셨던 것 같았다.

 

어쩌면 그 아들은 자매님에게는 엄청난 아픔과 고통을 준 자녀일 수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론 주님의 축복의 선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민망하게도 자꾸만 들었다.

물론 그 말을 입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그 날 그 자매님보다 예수님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한 분은 없을 것이다.

바로 우리 옆에 계시며 지켜주시는 협조자 성령도 누구보다 가까이 느끼셨을 것이다.

 

남겨두고 가기에는 마음이 안 놓이는 부실한 자녀들 곁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챙겨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

그것이 오늘 "내가 가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말씀을 들려주시는 예수님의 마음일 것이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