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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부활의 신비 -♤ ㅣ 이제민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3-26 조회수821 추천수14 반대(0) 신고
    ♤- 부활의 신비 -♤ 1. 성지주일, 우리는 성지가지를 들고 호산나를 외치며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예수님을 환영하는 무리를 따라 행렬을 하였다. 그리고 곧 이어 성전 안에서 예수님을 향하여 십자가에 못 박아라 하고 분노하는 수난복음을 읽었다. 어떻게 인간의 마음이 그렇게 변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게 어디 2천 년 전 유다인들의 모습이기만 한가? 그건 세상을 살아가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우리 모두의 마음이 아닌가? 우리들은 그렇게 이중적인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생각해보면 알 일이다. 하느님이 내 삶에 이익이 된다 싶으면 “하느님, 감사합니다. 찬미 받으소서. 하느님께 영광!”하고 외치다가도 나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싶으면 언제든 불평과 원망을 하다가 차버리고 만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에는 많은 투자를 한다. 때로는 내 재산 전부와 내 시간 모두를 투자한다. 그래야만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도 우리에게 그런 대우를 받고 있다. 내가 부자 되고 권력과 명예를 얻는데 하느님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하느님은 언제라도 내 삶의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 하느님이 나의 전부라는 고백은 내가 어려울 때, 힘들 때, 고통스러울 때나 통하는 것이지 실제로 우리의 삶에서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주일헌금이나 교무금을 봉헌하는 마음을 보면 알 수 있다. 하느님은 그렇게 우리 삶에서 찬밥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수난 복음을 들으면서 ‘호산나’ 하고 외치던 소리가 ‘십자가에 못 박아라’ 하는 소리로 변해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는 이야기로 끝날 것이 아니라, 반대로 ‘십자가에 못 박아라’ 하고 외치던 입에서 ‘호산나’를 외치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으로 끝이 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그게 우리 인생이 바라는 것이 아닌가? 십자가의 운명을 벗어나 영광의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신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의 삶은 그렇게 호산나로 끝나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예수님의 수난 역사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 예언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사람들은 호산나를 외치던 입으로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면서 결국 그분을 처형한다. 하지만 그분은 그들에 의해 십자가의 죽음을 당하기만 하신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이 죽음의 역사를 받아들이셨다. 십자가의 그 치욕스런 죽음은 그분이 원하신 것이었다. ‘십자가에’보다는 ‘호산나’를 듣기 좋아하는 세상에, 십자가의 저주와 모욕을 절대로 피해가고 싶어 하는 세상에 그분은 십자가의 메시지를 던지신 것이다. 남을 위하여, 서로가 서로를 위하여 십자가를 지는 인생에 세상의 평화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메시지는 호산나를 외치면서 흔들어 대던 우리 손에 들려진 성지가지의 역사가 또 말해 준다. 2. 우리는 성지가지를 들고 호산나를 외치며 그분의 입성을 축하하였다. 이 가지는 1년 후 재가 되어 우리의 머리에 뿌려질 것이다. 이 과정을 생각하면 너무 허무하다. 이 또한 거꾸로 진행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호산나를 부르며 흔들어대던 푸른 나뭇가지가 한 줌 재가 되는 것으로 나무의 일생을 마치고, 우리의 인생도 그와 다르지 않게 허무하다는 것을 알려 줄 것이 아니라, 한 줌 재로 돌아가는 허무한 인생이지만 하느님을 신앙하고 살면 지금 우리가 손에 들고 있는 이 푸른 가지처럼 생기 도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꿈꾸고 있는 것은 이것이 아닌가? “재와 같은 허무한 인생이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인생이 바라는 희망은 불행이 아니라 행복이다.” 이런 노래를 부르고 싶어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성지가지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그 반대다. 그리스도를 향하여 호산나 하고 외치기 위해 우리가 오늘 받아든 이 싱싱한 나뭇가지는 1년 내내 십자가 고상 위에 걸려 있다가 갈색으로 변하고 그리고 재로 태워질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행복한 인생, 평화로운 인생 또한 허무한 재로 끝날 것이다. 하지만 이 나뭇가지의 역사는 우리의 인생에 예언적 메시지를 던져준다. 내 인생에 재를 뒤집어씌우듯 나를 죽일 때, 거기에 참 행복 참 평화가 있다. 이 평화는 나만을 위한 나만의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평화를 꿈꾸는 데서 실현된다. 3. 사실 우리 사회가 지금 병들어 평화롭지 못한 것은 싱싱한 성지가지에서 재로 변화하는 삶, 십자가를 향하여 사는 삶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지금 불안하고 평온하지 못하다면 남을 위하여 고통을 당하려고 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성당 주변에 봄을 알리기 위해 수선화 등 여러 꽃들을 심었다. 성당을 찾는 사람은 물론 지나가는 사람은 꽃을 보고 너무 좋아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밤새 누군가가 드문드문 꽃을 캐 갔다. 그 꽃은 그 사람 집 정원이나 화분에 옮겨 심어졌을 것이다. 훔쳐다 놓은 꽃을 보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아름다움을 느낄까? 그가 아름다움을 사랑한다면 오히려 자기 집 안에 있는 꽃을 밖에 내다 심어 지나가는 사람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해야 했을 것이 아닌가? 꽃이 패어나간 조그만 구덩이를 보며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남을 위해 나의 아름다움을 밖으로 선사할 때, 나의 아름다움을 불태워 사라지게 할 때 거기에 부활의 생명이 꽃핀다. 4. 성지주일에 교회는 야훼의 종(이사 50,4-7)과 그리스도 찬가(필립 2,6-11)를 들려준다. 그리고 긴 수난복음을 들려준다. 지금 우리 사회가 평화롭지 못하다면 야훼의 종과 그리스도처럼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야훼의 종과 그리스도는 2천 년 전에 살았던 예수님의 삶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인생의 목표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그분처럼 살 수 있을까? 하느님께서는 야훼의 종에게 ‘제자의 혀’를 주시었다. 지친 사람을 격려할 줄 알게 하시기 위해서이다. 그렇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 그분은 아침마다 그를 일깨워 주시고, 그의 귀를 열어 듣게 하신다. 제자는 듣기 위하여 아침 일찍 일어난다. 그렇게 귀가 열리니 그는 거역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는다. 매질하는 자들에게 등을, 수염을 잡아 뜯는 자들에게 뺨을 내맡기고,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얼굴을 가리지도 않는다. 나는 이 야훼의 종처럼 내 이웃을 위하여 고통을 감수할 수 있을까? 조국의 심장에서 고동치는 소리는 듣지 않고 자기 소리만을 냅다 지르는 것은 아닌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을 위하여 봉사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하지만 이들은 하느님과 같이 귀한 자기 존재를 비워 종의 모습을 취할 수 있을까?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며 자기를 나라에 바칠 수 있을까? 이들이 진정 자기의 개인적인 욕심을 버리고 이 나라와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을 위하여 자기 몸을 불태워 사라질 각오가 서 있을까?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평화를 위해 온갖 모욕을 뒤집어쓰는 하느님의 종, 국민의 종으로 태어날 수 있을까? 그렇다. 푸른 너의 몸을 태워 재가 되게 하라. 네 몸을 불태워 십자가에 죽게 하라. 사회가 평화로워질 것이다. 5. 나는 사회의 부활을 위하여 내 한 몸을 태워 재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내 싱싱한 몸을 태워 재가 되게 해야 한다. 호산나 소리를 듣기 좋아하던 내 몸을 내가 사는 사회를 위하여, 나라를 위하여, 이 땅을 위하여 그리고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을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게 해야 한다. 이웃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일을 생략하고선 결코 부활의 삶을 살지 못한다는 것, 그리스도인이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부활은 내 한 몸만을 싱싱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나 혼자만 부활하여 천국에 가면 무엇 하겠는가? 그곳에 내 사랑하는 친구, 내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이 없다면 거기서 혼자 무슨 행복을 느끼겠는가? 천국은 이기주의적인 사람들의 집합처가 아니다. 내가 속해 있는 사회가 부활의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하여 나는 오늘도 십자가를 져야 한다. 부활의 신비이다. - 이제민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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