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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8주간 금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6-02 조회수282 추천수1 반대(0) 신고

[연중 제8주간 금요일] 마르 11,11-25 

 

 "마침 잎이 무성한 무화과나무를 멀리서 보시고, 혹시 그 나무에 무엇이 달렸을까 하여 가까이 가 보셨지만, 잎사귀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무화과 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른 나무에 비해 자주, 많은 열매를 맺는 무화과나무는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서 평화와 안정, 번영의 표징으로 여겨져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무화과나무에 꽃이 만발하고 수많은 열매를 맺으면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축복해 주시는 것으로, 반면에 메마르고 열매를 맺지 못하면 하느님의 징벌이 시작된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예언자들은  무화과나무 열매의 비유를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하느님의 뜻을 전했고, 그 뜻은 실제로 이루어졌지요.

 

오늘 복음에서도 무화과나무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일어날 일을 미리 보여주는 표징이자 본보기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군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예수님이 가장 먼저 하신 일은 성전 안에 들어가 그곳의 상황을 둘러보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문제점들을 발견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즉시 뭔가 조치를 취하시지 않고 일단 그곳을 떠나 제자들과 함께 예루살렘 근처에 있는 베타니아로 가시지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제자들과 함께 다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던 길에 잎이 무성하게 달린 무화과나무를 발견하시고는 거기에 열매 열린 게 없는지 살펴보십니다. 그러나 아직 무화과 ‘철’이 아니었기에 거기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의외의 반응을 보이십니다. 당신께서 기대하고 바라셨음에도 열매를 맺지 못한 것을 책망하시며 그 나무가 앞으로 영원히 열매를 맺는 일이 없을 거라고 일종의 ‘저주’를 내리신 겁니다.

 

제자들은 그런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당황스러웠겠지만, 예수님은 분명한 의도와 목적을 가지고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잎이 무성하게 달린, 그러나 아직 열매를 맺지 못한 무화과나무는 전날 둘러보신 예루살렘 성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건물의 외적인 화려함, 근본정신은 사라지고 형식에만 치중하는 율법주의, 기도와 믿음은 찾아볼 수 없고 부와 권력의 온상이 된 세속화의 상태는 신앙이라는 정체성을 잃은 채 탐욕과 집착이라는 병에 걸려 죽어가는 우리 모습이기도 하지요. 예수님은 그런 우리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무화과나무를 살펴보십니다. 그분은 ‘시장’하셨습니다. 이는 육체적인 배고픔을 가리키는게 아닙니다. 당신을 향한 우리의 전적인 믿음을, 온전한 순명을, 뜨거운 사랑을 갈구하신 나머지, 우리 곁을 맴돌며 어떻게든 ‘열매’ 하나라도 찾아보시려고 애쓰시는 겁니다. 회개와 실천이라는 열매를 하나라도 찾아야 우리를 ‘하느님 나라’로 데려가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예수님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린다면 아직 ‘무화과철’이 되지 않았다고, 이렇게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오셔서 열매를 요구하시는 법이 어딨느냐고 예수님께 핑계를 대거나 따질 수는 없겠지요.

 

주님께서 우리에게 다시 오시는 심판의 때는 인간적인 기준으로 정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주님은 당신께서 원하시는 ‘때’에, 최대한 많은 이들을 구원하시기에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는 그 순간에 우리를 찾아오실 것입니다. 그러니 신앙의 ‘열매’를 맺는 일은 절대 나중으로 미뤄서는 안됩니다. 지금은 바쁘다고, 나중에 시간 남으면 하겠다고 회개와 기도, 사랑과 자비의 실천을 소홀히 한채 욕망이라는 잎을 무성하게 만드는 데에만 신경쓰는 ‘강도’의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나중에 주님을 무섭고 엄한 심판자로 만나 하느님 나라에서 쫓겨나는 서글픈 신세가 될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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