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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라뿌니, 나의 스승이여!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8-03-25 조회수680 추천수9 반대(0) 신고

  

   

복음: 요한 20,11-18

 

  마리아 막달레나!

일곱 마귀가 들렸다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며

그녀 역시 세상에 보복하는 심정으로 살았을지 모른다.

 

 

지옥같은 삶을 살았던 그녀가

예수님을 만나 난생 처음 사람 대접을 받고

비로소 인간다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비로소 천국의 행복을 맛보았다.

 

 

그.러.나.

그분이 돌아가셨다.

 

마리아는 그분이 어디에 묻히는지 알아두기 위해

고통을 참고 지켜보았다.

 

그리울 때마다 찾아가 그분을 회상할 수 있는 곳.

힘이 들 때, 울고 싶을 때 찾아가 마음껏 울 수 있는 곳,

용기를 얻고, 힘을 얻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근거지는

이제 그분의 무덤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무덤이 비어있는 것이다!

 

누가 그녀의 주님을 꺼내갔는지,

그녀는 이제 그분을 어디에 모셨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여인아, 왜 우느냐?"

 

그녀의 눈물은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못 만나게 되어 흘리는 눈물이 아니다.

그녀의 슬픔은

자기 존재의 근원지를 상실한 사람이 느끼는 슬픔이다.

 

그분의 무덤 앞에서 망연자실 하염없이 울고만 있는 마리아.

 

그녀의 주님은 그런 마리아 뒤에,

서. 계.셨.다.

그녀가 뒤돌아보자, 그분이 말씀하신다.

 

"누구를 찾느냐?”

 

만나는 사람들 마다에게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던 예수.

사람의 가장 깊은 욕구와 갈망을 꿰뚫어 보시던 예수.

왜 너는 나를 바로 네 뒤에 두고 찾고 있느냐는 말씀일지 모른다.

 

 

그러나 마리아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그분이 누구신지 아직도 모른다.

자기 슬픔과 자기 연민에 푹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실상 이제까지 마리아는 그분이 누구신지도 모르고

안식과 평안을 느껴왔던 것이다.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보지 못한 행복을 느꼈던 것이다.

 

"마리아야!"

평소처럼 다정한 부르심을 듣고서야

그분이 "라뿌니"라는 것을 알아본다.

 

"라뿌니는 스승님이라는 뜻이다"라고

복음사가는 친절하게 해설해 주고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라뿌니는 "나의 스승님"이라는 뜻이다.

 

마리아는 아까부터 천사로 보이는 사람에게도

누가 "제 주님"을 모셔갔다고 말했고,

여기서는 "라뿌니"(나의 스승님)라고 부르고 있다.

 

자신에게 한정된 분, 자신만이 그분을 차지하고 싶은 속마음을

자신도 모르게 내비친 것이다.

 

그분의 시신이라도 자기가 모셔가고 싶어하는 마리아.

그런 마리아에게 예수께서는 말씀하신다.

 

“내가 아직 아버지께 올라가지 않았으니 나를 더 이상 붙들지 마라.

 

이제는 혼자만 친밀감을 나누고

혼자만 위안과 안식을 얻으려는 마음은 접어야 한다는 듯,

당신을 더 이상 붙들지 마라고 타이르시는 예수님.

 

 

이제는 그분을 놓아드려야 한다는 듯,

당신의 시신, 빈껍질도 찾지 말라는 듯,

추억만 회상하며 죽은 듯 살아가지 말라는 듯,

이제는 당신과 나누던 그 마음을 다른 이와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듯,

당신의 형제들을 찾아가라고 하시는 예수님.

 

내 형제들에게 가서, 전하여라.

'나는 내 아버지시며 너희의 아버지신분,

내 하느님이시며 너희의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고.

 

하느님이 당신 만의 아버지가 아니라, "너희의" 아버지가 되듯이,

이제부터 당신은 '너'만의 주님이 아니라,

"너희의" 주님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듯하다.

 

막달라 여자 마리아는 제자들에게 가서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 하면서,

예수님께서 하신 그 말씀을 전하였다.

 

 

안식일 다음 날 이른 새벽, 아직 어두울 때에,

주님의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는 것을 보았던 마리아.

 

치워진 돌은 그 돌만이 아니다.

자신만의 세계 속으로 마리아를 가두어 놓았던 돌도

부활하신 예수님은 어느새 치워주셨다.

 

예수님은 공동체에 당당한 일원이 되도록

그녀에게 임무를 주셨다.

 

이제 마리아는 그녀만의 무덤에 갇혀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세상에서 더 이상 혼자가 아님을 느낄 것이다.

그분이 없는 빈자리를 그분의 형제들과 함께 채워 나갈것이다.

 

 

......................

 

 

때때로 우리 앞에 돌연 나타나셔서

"누구를 찾느냐?"고 물으시는 주님,

 

저희도 당신을 찾습니다.

진리이신 당신을.

생명이신 당신을.

빛이신 당신을.

무한한 사랑이신 당신을.

 

저희도 당신을 붙들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허공을 헤매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넘어지기도 합니다.

 

주님, 저희가 당신이 맺어준 형제들과 함께

저희의 외로움을, 슬픔을, 또 기쁨을 나눌 수 있게 하소서!

그 나눔을 통해 진정한 위로와 사랑과 평안을 찾게 하소서!

그리하여 당신의 빈자리를 희망으로 가득 채우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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