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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8-03-14 조회수951 추천수19 반대(0) 신고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08년 3월 14일 사순 제5주간 금요일
 
 
 

 If I do not perform my Father's works, do not believe me;
but if I perform them, even if you do not believe me,
believe the works, so that you may realize and understand
that the Father is in me and I am in the Father.

(Jn.10.38)

 

제1독서 예레미야 20,10-13
복음 요한 10,31-42
 
 
전에 다른 성당에 가서 미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미사 전 30분에 고해성사를 주고 5분을 남기고서 제의를 입기 위해 제의방으로 들어갔지요. 제의를 입고서 이제 침묵 속에 어떤 소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미사의 시작을 알리는 시작성가이지요.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이 성가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시간을 잘못 봤나 싶어서 시계를 보니, 분명히 10시가 넘었습니다(오전 10시 미사였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기다렸습니다. 5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성가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의방 문을 살며시 열고는 해설자를 향해서 소리 내어 말은 못하고 입만 벙긋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사 안 해요?’

그러자 해설자는 오른손을 흔듭니다.

‘잠깐만 기다려 달라는 의미인가? 그래, 조금만 더 기다리자.’

다시 5분이 지났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제의방 문을 열고는 해설자를 향해 입을 벙긋거리며 말했습니다.

‘미사 정말로 안 해요?’

그런데 해설자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까와 똑같이 오른손을 흔드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리고 문득 제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습니다. 즉, ‘잠깐만 기다려 달라’는 의미가 아니라, ‘종을 쳐달라’는 의미였던 것입니다. 제의방 문 바로 옆에 종이 있어서, 이 본당 신부님께서는 미사 전에 미사를 알리는 종을 쳤나 봅니다. 그런데 종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미사를 시작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해설자는 저를 향해 계속해서 ‘종 좀 쳐 달라.’고 오른손을 흔든 것입니다.

‘종을 쳐 달라’는 의미의 손동작을 ‘잠깐만 기다려 달라’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가 있더군요. 이는 내 생각이 꼭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내 생각이 꼭 정답인 것처럼 착각 속에 빠질 때가 얼마나 많았던 지요.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유다인들은 예수님께 자신의 생각만을 주장합니다. 예수님은 반드시 틀려야만 했고, 자신들은 무조건 맞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느님의 일을 하지 않는다면서 자신들을 꾸짖는 예수님을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그들은 과감하게(?) 돌을 집어 듭니다.

사실 이렇게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는 유다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 눈에 뭐가 씌었나 싶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진리를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셨는데도, 또한 이것도 부족하셨는지 놀라운 기적을 통해서 당신이 구세주임을 증명하셨는데 그들은 눈에 뭐가 씌었는지 알아보지 못합니다. 오히려 설명이 분명할수록 유다인들의 고집은 더욱 굳어지고, 예수님께 던질 돌을 집어 들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매 순간 새로운 모습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우리의 고집과 독선 때문에 예수님을 그냥 지나치는 것은 아닐까요? 아니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예수님을 향해서 오지 말라면서 돌을 집어 드는 것은 아닐까요? 내가 만든 예수님보다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공유하고 사랑하는 예수님을 모셔야 할 것입니다.



고집 부리지 마세요.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내가 머문 자리는 아름답게(‘좋은 글’ 중에서)

새가 나뭇가지에 잠시 앉았다가 날아간 다음
그 나뭇가지는 한동안 흔들이며
날아간 새를 기억하는 것 같이 보입니다

이와 같이 저마다 지나간 자리에는
남기고 간 흔적들이 남게 됩니다

세월이 지나간 자리에는 제행무상을 남기고
봄이 지나간 자리에는
새로운 열매가 맺기 시작하고
가을이 지나간 자리엔
알차고 풍성한 열매가 남게 됩니다

또 역사가 지나간 자리에는
인물과 유적이 남아서
업적을 남긴 사람은 위안으로 남고

부정한 일을 한 사람은 악인으로 남게 되듯이
이렇듯 인간이 지나간 자리에도
분명한 자취가 남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과연 어떤 모습으로 어떤 흔적을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나려 하십니까?

내가 가지고 떠날 것은
많은 재산도 아니요 빈손도 아니요
이승에서 내가 지은 죄와 복의
단 두 자만 가지고 가나니

많은 재산은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보다
거룩하고 훌륭한 흔적을 자손들에게 물려주고
떠나는 아름다운 인간이 되기를 원합니다
 
 
 Then they tried again to arrest him;
but he escaped from their power.
(Jn.10,39)
 
Isao Sasaki - Over the Rainbow
 
 
 Elvis Presley - Love Me Tender 
 
 조명연 마태오신부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 http://www.bbadak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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