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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 20일 야곱의 우물- 요한 13, 1-15 묵상/ 종이로 닦아줘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3-20 조회수478 추천수4 반대(0) 신고
종이로 닦아줘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만찬 때의 일이다. 악마가 이미 시몬 이스카리옷의 아들 유다의 마음속에 예수님을 팔아넘길 생각을 불어넣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당신 손에 내주셨다는 것을, 또 당신이 하느님에게서 나왔다가 하느님께 돌아간다는 것을 아시고, 식탁에서 일어나시어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들어 허리에 두르셨다.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 그렇게 하여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자 베드로가, “주님, 주님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하는 일을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지만 나중에는 깨닫게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중략)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 제 발만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어주십시오.”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목욕을 한 이는 온몸이 깨끗하니 발만 씻으면 된다. 너희는 깨끗하다. 그러나 다 그렇지는 않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당신을 팔아넘길 자를 알고 계셨다. 그래서 “너희가 다 깨끗한 것은 아니다.” 하고 말씀하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다음, 겉옷을 입으시고 다시 식탁에 앉으셔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깨닫겠느냐? 너희가 나를 ‘스승님’, 또 ‘주님’ 하고 부르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나는 사실 그러하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준 것이다.”

(요한 13,1­-15)
 
 
 
 
◆지난해 5월 휴가를 내어 소록도에 있는 치매전문노인병동에서 열흘간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자원봉사자는 주로 환자들의 식사 수발과 대소변 치우기, 목욕 봉사와 침대 시트를 갈아주는 일을 한다. 소록도는 처음이지만 예전에 안양 라자로 마을에 봉사를 다닌 경험이 있어 쉽게 일을 해낼 수 있었다. 환자들에게 미음이나 죽을 떠 넣어드릴 때면 흘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수시로 닦아주어야 한다. 기저귀를 갈아줄 때도 으레 닦아드려야 한다. 할머니 한 분은 소변을 본 뒤 늘 “종이로 닦아줘.” 하셨다. “네.” 하고 물티슈로 깨끗이 닦아드리면 할머니는 “아유, 시원하다.”라며 좋아하셨다.
 
씻어주고 닦아주는 것은 사랑의 기본이다. 봉사자들은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하루에도 수없이 환자들을 씻어주고 닦아준다.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도 환자들의 손을 잡거나 안아주면서 사랑의 마음을 표현한다.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 건너갈 때가 된 것을 아신 예수께서는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시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고 수건으로 닦아주셨다. 우리는 저마다 하느님의 아름다운 모상이다. 깨끗하고 아름답게 살기 위해 날마다 씻고 닦지만 혼자 힘으로 안 될 때가 있다. 그땐 예수님의 이름으로 서로 닦아주어야 한다. 서로 끼친 손해를 탕감해 주고 병고와 죄, 상처와 아픔을 씻어주고 닦아주어야 한다. 씻어주고 닦아주는 행위는 사랑의 샘처럼 큰 강이 되어 흐른다.
 
하느님의 아름다운 모상을 회복하기 위해 수난당하시는 예수님과 함께 오늘도 찬물에 손을 담가야겠다. 마음이 차갑게 느껴지는 사람들과도 기꺼이 어울려야겠다.
서효경 수녀(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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