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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크랩] 낭만의 도시 찰츠브르크
작성자최익곤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16 조회수564 추천수4 반대(0) 신고

 

 

음악과 낭만의 도시, 잘츠부르크

세월의 이끼가 묻어나는 고성들. 고독한 음악신동 모차르트의 생가.비엔나커피의 고장.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미라벨정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의 낭만이 배어있는 곳. 눈길을 던지는 곳마다 한폭의 풍경화가되는 잘츠부르크.사람들도 아름다웠다.



실금처럼 그어진 철길을 가르며 잘츠부르크로 가는 기차. 간밤 빈 셴부룬궁 콘서트의 감동이 산모롱이를 따라 돈다. 설탕처럼 흰 대지에 셋방 나그네인 양 슬그머니 내려앉은 하늘. 나무는 잔가지마다 눈을 이고 냉이꽃처럼 사락댄다. 설경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망아지마냥 눈밭에 뒹굴고 싶다는 충동을 어렵게 재운다. 저 혼자 끓는 주전자처럼 기차는 서쪽으로 3시간30분을 내리 치닫고.

‘소금의 성’ 잘츠부르크. 예로부터 북쪽의 로마로 칭송을 받을 만큼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부근에 암염 산지가 있어 일찍이 교통과 무역의 중심지로 자리잡은 고도(古都).



아침 7시. 햇살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골목은 여전히 눅눅하다. 뒤편 병풍처럼 휘감은 빙클러 요새에 올랐다. 희끗희끗 눈발에 잠기는 잘츠부르크가 한눈에 잡혔다. 언덕을 깎아 만든 마을이라는 사실이 차마 믿기지 않았다. 간판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게트라이데 거리엔 깃털모자를 쓴 멋쟁이 노인들이 개와 함께 산책을 하며 “구텐 모르겐(안녕하세요)”을 외쳤다. 건물마다 손으로 문지르면 버석 묻어나는 세월의 더께들. 손으로 작동했다는 엘리베이터와 끈을 당겨 인기척을 알렸던 초인종이 그대로 남아있다. 건물 속으로 연결된 독특한 골목을 드나들며 하얀 레이스의 전통의상을 구경하다보면 게트라이데 거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6층짜리 노랑색 건물이 발길을 잡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생가. 고독한 ‘음악의 신동’이 17세까지 보낸 곳이다. 이웃들이 시끄럽다고 불만을 토로해 세차례 이상 옮겨다니다 정착한 곳이라고 한다. 빈에서 60번이나 이사한 베토벤에 비하면 설움을 덜 겪은 편인가. 가파른 층계를 오르면 가족들이 살았던 방과 방금 수프를 끓였을 것 같은 부엌을 엿볼 수 있다. 악보와 바이올린, 그의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와 주고받았던 편지 등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찬사를 듣는 미라벨 정원을 들러보기로 했다. 이곳이 바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에서 마리아와 아이들이 ‘도레미송’ 을 부르던 곳. 실존 마리아는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아니었다는 말을 듣고 나니 다소 실망감도 들었다.

햇살은 한낮쯤 돼서야 흐릿하게 성당 뽀족지붕에 닿는가 싶더니 금세 모습을 감춘다. 1시간만 거리를 누벼도 살 속을 파고드는 습한 추위가 견디기 힘들다. 몸도 녹일 겸 다리를 건너 200년 전통의 구시가 알트슈타트의 ‘휘르스트’를 찾았다. 진짜 비엔나커피 ‘아인슈페너’에 달콤한 케이크 ‘빈 토르테’를 베어무니 아무 생각이 없다.

시가 어디에서 봐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호엔잘츠부르크 성. 중유럽에서 가장 보존상태가 좋고 큰 성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위용이 대단했다. 60도에 가까운 급경사의 트램카를 타고 단숨에 테라스에 서니 시가가 한장의 그림엽서처럼 펼쳐졌다. 잘자흐강을 허리춤에 두르고 벌집처럼 들어선 로마네스크 양식의 돔들이 백미였다.



내려오는 길에 둘러본 성 페터 묘지는 아름다운 비문과 아직도 남아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들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성탄절이 되면 먼저 간 이들을 위해 이곳에서 캐럴을 부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삶과 죽음이 참 가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뎅그렁, 뎅그렁’. 대성당 종탑을 올려다보니 눈발은 얼굴을 향해 쏟아지고 소리는 앞 광장을 현기증처럼 뒹굴었다. 유명하다는 6,000개의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신에 대한 간절한 믿음과 땀으로 조각했을 건물들. 호프만스탈의 ‘예더만’이 최초로 공연된 곳 또한 이곳이 아니던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요 무대를 따라 폰트랍 대령과 마리아의 행로를 찾아가는 재미도 유별나다. 영화 오프닝 신으로 마리아가 광활한 초원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바로 근교의 잘츠카머굿이다. 폰드랍 대령의 집으로 사용되면서 유명해진 레오폴드스크론 성 앞 호수는 삼삼오오 스케이트를 타고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더 감동적인 곳은 마리아와 폰트랍 대령이 결혼식을 올렸던 몬제 성당. 인구의 85%가 가톨릭신자이듯이 잘츠부르크에서 인상적인 곳은 역시 성당이다. 묵직한 문을 밀치고 빼꼼이 들어서면 숨소리도 부담스러운 장중함. 연인과 함께 그곳에 섰다면 사랑의 언약이라도 하고 싶으리라. 마음 한줌 꺼내 어떤 기원을 하고 뒷걸음질치듯 나오는 속계의 사람들. 이곳에 가면 꼭 들러 맛보아야 할 브라운 아줌마의 사과파이 ‘아펠슈트루델’ 집이 길 건너편에 있다. 바닐라 크림을 듬뿍 얹어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맛있는 파이로 소문나 있다.

오래된 성과 모차르트의 선율, ‘사운드 오브 뮤직’의 낭만이 깃들인 잘츠부르크. 녹록한 저녁 선술집 ‘호이리게’에서 술잔을 부딪히며 “프로우스트(건배)”를 외쳐본다면, 아코디언의 반주에 발을 굴러본다면 잘츠부르크의 밤은 더욱 감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그곳에 가면 사람이 살갑다.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손현주 기자〉

◇ 여행길잡이

잘츠부르크는 빈, 그라츠, 린츠, 인스브루크와 함께 오스트리아 5대 도시의 하나이다. 696년 웜스의 루퍼트 주교가 세운 도시로 수세기에 걸쳐 바바리아 공작으로부터 라이헨할 소금광산 소유권을 넘겨받아 ‘Salz(소금)+burg(성)’로 불리게 되었다. 왈츠의 고장 수도 빈과 사계절 스키를 즐길 수 있는 티롤의 인스브루크, 알프스 빙하가 이룬 76개 호수와 산들로 절경을 이루는 잘츠카머굿이 유명하다. 독일어가 공용어이나 영어도 넓게 쓰인다. 시차는 한국보다 8시간 느리다. 겨울철 평균기온이 영하 3∼5도. 여름은 20도 정도.

오스트리아 실링이 통용되며 현지 호텔에서 대부분 달러를 환전해준다. 1실링(100그로셴)은 약 90원. 달러 등 통용력이 있는 외국통화는 모든 은행과 환전사무소, 우체국 등에서 실링으로 바꿔준다.

교통편 직항편이 없다. 보통 프랑크푸르트에서 빈행 비행기를 타고 철도나 버스를 이용해 잘츠부르크로 이동한다. 빈까지 13시간30분 소요. 여권만 있으면 된다. 체류하는 동안 ‘잘츠부르크 카드’를 이용하면 저렴하게 관광을 즐길 수 있다. 24시간(180실링), 48시간, 72시간 중 선택할 수 있고 카드 하나면 모든 명소 입장료와 대중교통이 무료이다. 오스트리아 관광청 한국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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