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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30) 그런 걱정을 왜 하니?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15 조회수580 추천수3 반대(0) 신고
 

2004년1월6일 주님 공현 후 화요일    ㅡ요한1서 4,7-10;마르코6,34-44ㅡ

 

 (30) 그런 걱정을 왜 하니?

                                       이순의

               


ㅡ주시는 대로ㅡ

상당히 여러 달 동안의 몸살이었다. 병원에 가서 온갖 검사를 하고, 한의원에 가서 진맥을 짚어 보고, 약과의 씨름이 계속 되었다. 별다른 큰 병은 없다는데 기침으로 날밤을 새우느라고 지치고 있었다. 균도 없다는데 토혈을 하고 누런 고름이 뭉치로 떨어져 나오고! 내 스스로 내린 처방은 이제 쉬자! 나 홀로 나를 위해서만 생각하자! 마음속에 담긴 모든 아픈 것들을 내려놓자!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하자!

 

잠을 자려고 노력 했다. 기침 때문에 못 자고, 못 자니까 기침은 더 심해지고, 더 심해진 기침 때문에 더 못자고, 악순환의 연속이다 보니 살아있다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잠을 자려고 잠을 자게 해 주시라는 기도를 해야만 했다. 내 자신을 위한 기도에 익숙하지 않았으므로 그 기도가 얼마나 급한 기도였는지 촉각으로 느껴졌다. 거의 하루 20시간을 잠으로만 소비했다. 너무 잠만 자기 때문에 가족들은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기침이 줄고 있었다.

 

기력이 생기면서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게 되었고, 주신 복이 있어서 컴퓨터도 사게 되었다. 글씨 쓰는 법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아들에게 물어 보면, 마치 타락의 상자에 어미를 노출시키는 것처럼 불안 해 하며 가르쳐 주지를 않았다. 그냥 엄마 쓰고 싶은 글이나 써서 저장하면 되었지 인터넷 세상은 들락거리는 게 아니라는 것이 아들의 지론이었다. 자존심도 상하고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뭐 묻은 개가 재 묻은 개한테 나무란다더니 화가 머리끝까지 솟고 있었다.

 

결국 짝꿍의 도움을 청하고 말았다.

"너는 엄마가 아파서 누워있는 거 보다 컴퓨터라도 하는 게 났다고 생각을 해야지. 엄마가 외출을 하냐? 쓸 돈이 넉넉하냐? 너처럼 학교를 가냐? 엄마 취미 좀 만들어 줘라."

그렇게 해서 인터넷 속의 교회로 몇 날을 순례를 했다. ID도 만들고 주소도 만들고 컴퓨터를 산지 두 달여 만에 처음으로 글을 올렸다. 따뜻한 이야기 방에 "백일 선물"이라는 아들의 이야기를 써 놓고 아주 심한 구박을 받았다. 이래서 엄마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잔뜩 기가 죽어서 컴퓨터 옆에도 못 가고 있는데 슬쩍 아들이 다가와 위로를 했다.

"엄마 나는 이 세상에서 엄마 글이 제일 좋아. 그 대신 내 이름을 밝히고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사이버 세상은 무서운 데야."

그렇게 해서 묵상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겨우 쓰고 보내는 것만 배워서 열심히 하고 있다. 묵상 글의 첫째 독자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아들이다. 아들이 읽어주면 항상 내용의 평가에 관계없이 만족하는 게 나의 오랜 습작 습관이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걱정이 늘어나는 것 같았다. 엄마의 글이 나빠서 걱정이 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엄마 글을 읽어 주는 사람이 적고, 엄마 글에 추천을 해 주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다.

"엄마는 엄마 글이 길기 때문에 조회한 사람의 10%만 읽었다고 생각해. 열었는데 글씨가 많아서 바로 닫아버리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야. 추천도 1%만 해 주시면 은총의 답례라고 생각해. 엄마는 팬도 없고 개인을 알릴 수도 없는 순수 가정주부인데 1%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대단한 거야."

라고 일러 주었다. 그래서 아이는 숫자에 자유로워졌다. 엄마가 엄마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적어서 상처 받을까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한 동안 조용하더니 또 걱정이 되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무엇이 걱정인지 물어 보았다. 다른 분들처럼 간단간단히 쓰지를 않으므로 엄마의 글이 쉽게 바닥이 나서 더 쓸게 없어지면 어쩌나?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우리 엄마의 글 솜씨를 가벼이 보게 될까봐 걱정이었다. 유일하면서 확실한 엄마의 팬으로서 할 수 있는 당연한 고민이었는지 모른다. 그 때 해준 답이 오늘의 복음이었다.

 

"엄마에게는 아무것도 없어! 그날 무엇을 쓸지 계획도 없어. 그렇지만 매일 다른 분들보다 훨씬 많은 글씨를 쓰고 있잖아. 모두가 주님께서 허락해 주시는 거야. 주님께서 허락 하시는 만큼만 쓰고, 더 쓸게 없어지면 주님께서 그만 쓰라고 하시나보다 라고 응답하면 되는 거야.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의 기적처럼 엄마가 학자도 아니고 신부님도 아니고 작가도 아닌데 아파서 누워있지도 않고 열심히 다른 분들 보다 훨씬 많은 양을 쓰고 있잖아. 주님께서 주시는 대로 해야 하는 거야. 걱정은 이제 그만 해야지!"

 

간단한 묵상 글이라기보다는 한편의 수필을 매일 쓰면서, 내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체험이 아니라 나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문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받고 있다. 아들처럼 써야할 글이 동나기를 걱정하기보다 이승에서 부렸다가 놓고 가야 할 육신의 여력을 더 걱정해야 할 것 같다. 주님께서 잠시 사용하다 오너라고 지어주신 성전인 흙 한줌의 몸뎅이를 잘 관리하지 못해서 일생동안 달란트를 활용하지 못하고 땅에 묻어둔 격이니, 이번에는 좀 잘 관리해서 인터넷 교회공동체에 작은 기여를 하고도 남는 소재가 열두 광주리였으면 좋겠다. 모두가 주님께서 허락하시는 대로 이루어 질 것이다.

ㅡ아멘ㅡ

 

ㅡ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빵 조각과 물고기를 주워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으며, 먹은 사람은 남자만도 오천 명이나 되었다. 마르코6,42-44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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