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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용서 없이는 희년 없다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2-07-14 조회수442 추천수7 반대(0) 신고

찬미예수님!
 

인생은, 편하게 살기에는 너무 짧다


강길웅 신부의 소록에서 온 편지

4 산은 '산'이 아니다

용서 없이는 희년 없다
지난 여름이었다. 전국에 있는 소록도의 은인들 가정에서 중고 생들을 남학생과 여학생으로 나눠 각각 60명씩 초청하여 소록도 현장체험을 실시했는데 그때 주방 봉사자로 다섯 명의 자매들이 자원하여 왔었다. 나이는 모두 40대 초반이었는데 얼굴도 예쁘지 만 마음씨들도 곱게 보여 사제관에서 차나 한 잔씩 하자고 초청을 했었다. 그때 나는 그녀들의 밝은 표정들을 보면서, 생애에서 가장 행복 하고 기뻤던 시간이 언제였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러자 자매들이 갑자기 긴장을 하면서 대답들을 못하기에, 내가 일일이 맥주를 따 라 주면서 바로 옆 사람부터 차례로 물었더니 첫 번째 여자가 갑 자기 울면서 그랬다. 집안에서 누군가가 자기를 속상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은 분명히 동문서답이었다. 그런데 두 번째 자매도 역시 자기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해 얘기하면서 울었으며, 놀라운 것 은 나머지 세 자매도 모두 가슴 아픈 사연만을 털어놓으면서 울었 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때 정말 놀랐다. 왜 행복하고 기쁜 일들을 말하라니까 속상한 말만 서로 기억해 냈을까? 왜 아름다운 사연 들은 까맣게 잊으면서 살고 있을까? 나는 그때 깨달았는데, 그것은 우리가 아무리 잘 먹고 잘 살아 도 용서하지 않으면 절대로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 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은 실제로 우리의 용서가 절대적으로 필요 한 불우이웃(?)이다. 이를테면, 그들이 자기를 용서해 달라고 소 리 없는 아우성으로 외치는 표현이 결국 우리를 괴롭히는 것인데, 그래서 그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우리가 절대로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이상한 비유겠지만, 겨울철에 목욕을 다녀오고 나면 가끔 등 언 저리에서 따끔 거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특히 따뜻한 곳에 가면 그 고통이 더 심하게 된다. 등은 본래 손끝이 잘 닿지 않는 곳이라 따끔거려도 쉽게 긁을 수 없기 때문에 '효자손' 을 빌리지 않으면 아주 애먹게 되는데 왜 목욕을 했는데도 등 부분에 따끔거리는 것 이 생기게 될까. 등은 사실 때를 밀기가 아주 애매한 곳이다. 비록 손이 닿는다 해도 자유롭게 힘을 줄 수 없기 때문에, 때 미는 이태리수건을 이 용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아무리 세심한 데까지 신경을 쓰며 때를 벗긴다 해도 미처 벗겨지지 않는 때가 약간은 남아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바로 그 남은 부분이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원인인 것 이다. 용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누군가를 용서하지 않고 아주 작은 미움만이라도 마음 에 담고 있으면 그것이 내 몸뿐만 아니라 내 생애 전체를 병들게 만든다. 이를테면 잠을 자다가도 그 생각만 하면 잠이 오질 않으 며 밥을 먹다가도 그 생각만 하면 밥맛이 떨어지게 되니 두통, 신 경통, 불면증, 위장장애 등이 저절로 생기게 된다. 그러니까 미움 을 갖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고달프게 하는지 모른다. 내게는 정말 골치 아픈, 그러면서도 말 못할 십자가가 하나 있 었다. 다른 십자가는 정말 은혜로 받아들였고 또 실제로 은혜를 깊이 체험했기 때문에 '십자가의 은혜' 라는 주제로 강론도 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도 줬으나 왠지 이 십자가만은 전혀 은혜를 느끼지 못한 채 그저 생각만 하면 속이 뒤집어지는 갈등을 결코 떨굴 수가 없었다. 한번은 원주에 있는 치악산에 등산할 때의 일이다. 몇 자매들과 함께 산에 오르다가 아주 우연히 고린토 2서 12장을 묵상했는데 그때 갑자기 내가 오랫동안 몸부림쳤던 십자가에 대한 대답을 뜻 밖에도 그 성서에서 속 시원히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수없 이 읽었던 그 부분이 갑자기 열린 문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설명하자면, 바오로에게는 가시로 몸을 찌르는 것 같은 병이 하 나 있었는데 그것은 사탄의 하수인으로서 바오로를 줄곧 괴롭혀 왔었다. 그래서 그는 고통이 떠나게 해주시기를 주님께 세 번이나 간청했지만 그러나 주님께서는 번번이 "너는 이미 내 은총을 충분 히 받았다. 내 권능은 약한 자 안에서 완전히 드러난다" (2고린 12,9) 그때 바오론의 병이 도대체 무슨 병이었는지에 대한 의견은 학 자들마다 분분해서, 누구는 간질이라 하고 누구는 신경통이라 했 으며 또 다른 이는 안질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가톨릭의 일부에서 는 그것이 독신생활에서 오는 성적인 욕구일 것이라고도 했다. 그 러나 그 누구도 확실하게 그 병을 알 수는 없었고 다만 추측만 무 성했다. 그런데 그 날 내가 치악산에서 깨달은 내용은, 바오로를 가시로 심하게 찔렀던 그 병은 다른 것이 아니고 누군가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바오로를 항상 비난하고 헐뜯는 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 것이 가시였으며 그리고 그것이 견딜 수 없는 아픔으로써 바오로 를 줄곧 괴롭혀 왔는데 바오로는 오히려 그것 때문에 교만하지 않 고 위대한 사도가 되었던 것이다. 하느님께선 절대로 필요 없는 고통을 우리에게 주시지는 않는 다. 내 편에선 참으로 억울하고 답답하며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 만, 그러나 하느님께선 오히려 그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통해서 당 신께로 가까이 다가오기를 원하신다. 나는 정말 치악산에서 얻은 그 깨달음 때문에 고질적인 십자가였던 누군가를 진정 용서했으 며 그리고 미움의 감옥에서 비로소 해방될 수 있었다. 우리에게는 너나없이 미운 사람이 있고 또 성가신 십자가가 있 게 마련이다. 하나를 용서하면 또 다른 미움이 생기고 하나의 십 자가를 짊어지면 또 다른 십자가가 나타나서 우리를 괴롭히지만, 그런데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미움 때문에, 그리고 바로 그 십자가 때문에 내 인생의 의미가 계속 올바르게 밝혀지는 것이며 그리고 바로 그것들 때문에 하느님께 참 영광을 드리게 된다는 것이다. 2000년 대희년을 바로 우리 시대에 맞이한다는 것은 커다란 축 복과 감격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용서하지않는 자에게는, 그리고 십자가를 은혜로 짊어지지 않는 자에게는 절대로 대희년이 축복 으로 열려지지 않게 된다. 나는 지금 누구를 미워하고 있는지 않 는가? 그리고 내 십자가는 과연 무엇인가? 그를 용서하고 그 십 자가를 용기 있게 짊어짐으로써 희년의 성문을 활짝 열도록 하자.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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