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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20) 부활 단상 / 이해인 수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8-03-17 조회수766 추천수6 반대(0) 신고
 
 
 
 
 
 
                                     부활 단상
 
                                                      글 :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
 
 
*예수님, 어서 오십시오.
어서 일어나십시오.
당신의 죽음으로 우리를 살리신 주님,
천만 번 못 알아듣는 사랑의 신비를 한 가닥만이라도 헤아릴 수 있는 은총을 허락하소서.
 
오늘 풀들은 일어서고 꽃들이 춤을 추고 새들은 노래합니다.
자신이 만들어 낸 모든 죽음을 떨쳐내고 저도 다시 살게 하소서.
다시 일어서게 하소서.
 
 
 
 
*주님, 이 새벽, 저는 당신을 만나러 왔나이다.
무덤이 비어 있음을 알고 제 가슴이 무너지던 순간,
당신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몰라 당황하던 순간,
당신께서 사랑하시던 그 제자들에게 달려가던 제 마음에 솟구치던 그 그리움을,
두려움을 당신께 봉헌하나이다.
 
 
 
 
 
*이 마음 닫히니 눈도 닫히고 마음 열리니 눈도 열리네.
이 모든 것 다 사랑의 문이 있고 없기 때문이네.
사랑 있으면 눈이 열리고 사랑 없으면 눈이 닫히고!
 
문을 닫아걸고 속수무책으로 앉아 있던 그 의심 많은 제자들처럼
저도 가끔은 당신이 두렵습니다.
너무 환하고 너무 사랑 많은 당신이 두렵습니다.
적당히 사랑하시면 그다지 두렵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
 
 
 
 
*두려움을 버리고 예수님을 바라보기,
마음의 문을 열고 성령을 받기,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용기를 지니기,
의심을 버리고 믿는 겸손을 지니기!
 
그러면 나는 문 닫아건 이웃에게도 평화를 전하는 평화가 될 것입니다.
일상의 가파른 언덕길을 거뜬히 뛰어넘으며 기쁨을 전하는 기쁨이 될 것입니다.
 
 
 
 
*마리아 어머니,
이별의 고통이 만남의 기쁨으로 변화되는 당신의 그 순간을 저도 체험합니다.
이제는 저도 당신과 함께 마음 놓고 행복해해도 되겠지요?
제 남은 생애를 다 써 버려도 그리스도의 부활과 기쁨과 행복을
다는 노래할 수가 없겠지요.
그러나 어머니,
당신과 함께라면 저는 더욱 그분을 사랑하고 찬미할 수가 있음을 당신도 아시지요?
 
 
 
 
*'나다. 두려워할 것 없다.'
늘 새롭게 말씀하시는 주님,
당신과 함께라면 저도 물 위를 걸을 수 있을 테지요.
거센 풍랑을 헤쳐갈 수 있을 테지요.
 
풍랑은 가끔 함께 사는 이들의 눈길과 언어와 태도에서도 옵니다.
그럴 때에도 겁먹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를 주소서.
주님, 사랑하는 주님......  .
 
 
 
 
*엠마오로 가는 길 위의 제자들처럼
저도 당신과의 만남으로 마음이 뜨거운 매일을 살게 하소서.
뜨거우면서도 조용한....
 
세상 떠나는 순간까지 늘 감동할 수 있는 마음을 지니고 싶습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사람들과의 만남 안에서 당신을 발견하고
그 사이에 사랑의 식탁이 차려질 수 있게 하소서.
 
 
 
 
*'갈릴래아로 가라' 고 말씀하시는 주님,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당신께서 다시 갈릴래아로 돌아가시듯
저도 다시 제 삶의 자리로 돌아가려 합니다.
 
당신이 그곳에서 하늘 나라를 더 확실하게 선포하시고
하느님의 아름다우심을 보여 주셨듯이,
저도 지금 제가 머무는 이 수도원, 일상의 소임을  통해
당신의 좋으심과 아름다우심을 전하고 싶습니다.
 
 
 
 
*늘 기적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기적을 바라고 요구하는
어리석은 욕심장이가 아니 되게 하소서.
하루  한 순간이 모두 은총 속에 이어지는 기적임을 더욱 절감합니다.
행복은 오늘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평범한 일상생활을 성실하게
가꾸어가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늘 잊지 않으렵니다.
 
 
 
 
*늘 예수님 마음 안으로 들어가야 제 마음도 보호를 받습니다.
마음은 하도 약해서 쉽게 상처를 받는 것 같습니다.
가장 믿고 사랑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서로 말이나 표정이나 행동으로 상처를
받는 것을 보면 마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침묵만이 좋은 것인지요?
다정함도 병이 되는 것인지요?
나중엔 유익한 선물이 됨을 알지만 견디는 과정은 늘 괴롭고 힘이 듭니다.
 
 
 
 
 
*비 온 뒤의 햇살이 생명감에 충만하고 평소의 햇살보다 더 아름답듯이,
지병 뒤의 쾌유가 떨리도록 감사하듯이,
죽음 뒤의 생명은 얼마나 더 기막힌 놀라움이며 환희일까요.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새들이 즐겁게 노래하는
이 새봄에
저도
완고함,
딱딱함,
고집스러움을 버리고
 
새로 돋아나는 연둣빛 잎사귀처럼
연하게
부드럽게
너그럽게
변화되게 하소서.
 
 
               ㅡ말씀지기 (아침뜨락)에 실린 전문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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