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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19) 실패한 첫사랑 / 이길두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8-03-17 조회수608 추천수7 반대(0) 신고
 
 
 
 
 
        실패한 첫사랑
 
 
                                           글 : 이길두(충주 목행동성당 주임신부)
 
 
첫사랑은 이루어지가 어렵다고들 한다.
왜일까.
사랑을 몰라서일까?
사랑에도 연습이 필요한가?
 
사랑을 몰라서가 아니라
사람을 몰라서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알면 사랑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사랑보다도 사람이 우선되어야 한다.
 
 
 
 
사제에게 있어서 첫사랑은 아마도 첫 본당이 아닐까 싶다.
첫 본당 임지에 부임하던 날 조그만 시골이 시끄러웠다.
 
새로 오시는 신부님은 성격이 어떻고,
어떻게 생겼고,
키는 얼마나 크고???
 
신부를 맞이하기 위해 도열해 있는 신자들 사이를 겸연쩍어
붉어진 얼굴로 올라갔던 때를 반추해보면 생각만으로도 얼굴 붉어진다.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면서 나는
뻔뻔해지고,
우쭐거리고,
알아 주길 바라고,
인정받고 싶어했다.
그러면서 내 사랑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예수님께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오신 날이다.
사람들의 환호소리에 다리와 목에 힘이 들어간다.
 
'내가 가는 길에 푹신하게 옷도 깔아주고 내 모습에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
 어린 나이에 이런 대접을 받아보다니 오래 살고 볼일이야!'
 
나귀의 생각이다.
 
예수님은 나귀처럼 끌려가는데 나귀는 예수님이 된 양 의기양양....  .
나귀는 나귀일 뿐이다.
나귀가 예수님일 수는 없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몰랐다.
나귀도 몰랐다.
예수님의 목숨을 내놓는 사랑을 몰랐다.
그래서 환호하다가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치는 것이다.
 
오직 예수님만이 사람들을 알았고,
의연하게 십자가 길을 가신 것이다.
예수님은 사람들을 알았기에 하느님의 사랑을 이루신 것이다.
 
조그만 시골이 시끄러웠던 것은,
신자들이 환호했던 것은,
도열해 있었던 것은
예수님 때문이란 것을 나는 몰랐다.
 
사람들은 신앙으로 예수님을 맞이한 것이었지 인간 이길두를 맞이한 것이 아니었다.
얼굴이 붉어져서도 안되는 것이었다.
내가 나귀였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그렇게 나의 자리를 모르고 생활하다가 나는 첫사랑에 실패했다.
 
나를 알고 사랑을 준 많은 신자들을 생각하면
내가 신자들을 몰라서
사랑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마냥 부끄럽다.
 
 
이제 두 번째 본당에서 살고 있는 내가 나귀가 아니라 말이 된 것 같다.
점점 내가 커지고 예수님은 작아지고 있다.
 
운명을 같이 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절대적인 믿음이 생길 수가 없다.
 
나는 예수님과 신자들과 운명을 같이하고 있는가?
예수님은 운명적인 첫사랑을 죽음으로 이루었는데...  .
 
 
 
 
           ㅡ 가톨릭 다이제스트 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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