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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아직 어두울 때 . . . . . . . [김상조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8-03-24 조회수692 추천수11 반대(0) 신고

 

 


 
 
 

   어릴적 시골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2학년 봄, 새 학년 새 교실에서 지낸지 2일째 되는 날,
   갑자기 아버지가 교실에 들어오시더니
   내 가방을 싸가지고 트럭에 태워 대구로 올라갔다.

   삼륜 트럭 짐칸에서 흔들리면서도

   생전 처음 타보는 차가 너무 신기해서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게 대구에 도착했고
   그렇게 이사라는 걸 처음 경험하게 되었다.

   나중에 아버님은

   당신 자식들을 시골서 썩힐 수 없다는 절박한 생각이 들어서
   전격적으로 감행하셨다고 한다.

   아버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대구로 이사오기전 아직 학교도 가기전
   가갸 거겨를 배워야 했다.
   형도 그랬는지 모르지만

   나는 기역 니은 배우느라고 어머니께 엄청 꼬집혀야 했다.

   "기역! 해바라!"
   "기역!"
   "인자, 공책에 함 써바라!"

   그리고 어머니는 손으로 내 손을 잡고 기역을 그려준다.
   그러면 나는 힘들게 그림을 그렸다.
   작지도 않고 내 손가락보다 큰 기역을 그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엄마는 몰랐을 것이다.
   오른쪽으로 주욱 긋다 보면 이게 제대로 안 그어지고 밑으로 쳐진다.
   그러면 기역이 부메랑 같은 모양이 된다.
   그러면 어김없이 허벅지가 꼬집힌다.

   "아야! ! 아프다!!"
   "그것도 똑 바로 못하나? 어이!"
   "아프다 안 카나! !" 하면,
   "이기 어디서 대드노?" 하면서 머리를 쥐어박힌다.

   그렇게 가갸 거겨 배우다가 점심때가 되면
   어머니는
   "내가 밥 다할 때까지 이거 다 써놔라!" 하시며 부엌에 가신다.

   처음엔 열심히 숙제를 하다가 그림 그리는 게 힘들어진다.
   그리곤 살금 살금 부엌을 살펴보고

   어머니가 불 지피느라 정신 없는 틈을 타서
   '제발 뒤돌아 보지 말그래이,  엄마! '
   속으로 외치면서 기다시피 도망쳐 나온다.
   삽작 문을 나서기만 하면 냅다 달려서 도망친다.
   그러다가 다시 저녁이 되어 아무 일없던 듯이 집에 들어가면

   혼낼줄 알았던 어머니가 조용하다.

   머 어쨌든, 그렇게 배운 한글이었다.
   참 고마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렇게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힘들게 학교 생활 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엄마들도 아이들을 그렇게 가르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들 눈에서 눈물이 찔끔 흐르도록 꼬집어 가면서 가르치는지.

   눈에서 눈물이 찔끔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아이에게는 고통스러웠지만
   그런 가르침이 있었기에 성장할 수 있다.

   시골서 자랄 때 밤을 꼴딱 새운 적이 있다.
   그날은 왜 그랬는지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가끔씩 밤에 자다가

   오줌을 싸는 일이 생기면 정말 허탈해진다


   어쩐지 꿈 속에서 아랫도리가 뜨뜻해서 좋다 했더니
   아침에 일어나 보면 요대기(경상도 사투리로 요를 가리킴)

   제주도 경상도가 그려져 있다.


   그러면 또 어김없이 벌칙이 수행된다.
   머리에 바가지 뒤집어쓰고 옆집에 가서 소금을 얻어와야 된다.

   밤에 자는 동안 그런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그놈의 오줌 싸는 걸 오늘은 기필코 막아야지 하는 각오로

   밤을 꼴딱 새운 것이다.

   그 때 정말 신기한 경험을 하였다.
   그렇게 캄캄하던 것이 어느 순간 하얗게 밝아오는 것이다.

   서서히 서서히 캄캄한 배경이 사라지면서 회색빛이 되고
   하얀 빛이 되면서 아침이 오는 것이었다.
   , 이것이 아침이구나...  하면서

   그제서야 잠에 떨어졌던 경험이 있다.

   오늘 예수님의 부활도 그 새벽에 일어났다고 한다.

   “주간 첫날 이른 아침, 아직 어두울 때에”

   부활시기 성가 중에 내가 참 좋아하는 노래가 하나 있다.
   “엠마우스”라는 제목의 성가다.

   “서산에 노을이 고우나, 누리는 어둠에 잠겼사오니
     우리와 함께 주여 드시어 이 밤을 쉬어 가시옵소서…”

   주님이 부활하신 것도 아직 어두울 때였고,
   부활하신 뒤에 제자들과 저녁을 같이 드신 때는

   이제 막 어두워지는 때였다.

   그렇게 예수님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어둠을 지키는 분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 생활 속에 앞이 하나도 안 보여 캄캄할 때에
   예수님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우리를 지켜주시는 분이란 생각이다.

   그렇게 예수님은 어둠을 뚫고 부활하셨다.
   우리의 어두운 시간을 지켜주시는 예수님을 생각하면서
   기쁘게 살아야 겠다

 
부활축하합니다.   알렐루야!

 

 

 


                                                  
                                           '
 
                                        * 음악은 음악방에서 이강길님께 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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