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3월 12일 사순 제5주간 수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3-12 조회수743 추천수17 반대(0) 신고

 

 

                    3월 12일 사순 제5주간 수요일-요한 8장 31-42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모든 것이 떠나간 뒤>


    최근 30-40년간 우리나라의 여러 지표들을 비교 측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낸 것은 너무나도 당연히 ‘경제’였습니다.


    사실 30-40년 전, 지금 이맘때면 ‘춘궁기’를 보내느라 많은 사람들이 죽을 고생을 했습니다. 당시 상당수의 국민들이 농업에 종사했었는데, 초봄이 오면 가을에 저장해둔 양식들이 어김없이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딸린 자식들은 또 얼마나 많았습니까? 그 어떤 수를 써도 양식을 구할 수 없었던 부모님들은 산으로 들로 나갔습니다. 삼시새끼 굶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였던 지난날들을 돌아보니 참으로 놀라운 성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제지수 못지않게 성장을 거듭한 것이 ‘민주화’입니다. 지금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누구든 하고 싶은 말 자유롭게 하며 살아가지 않습니까? 그러나 불과 20년 전만 해도 암울했습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큰코다쳤습니다. 다들 숨죽이며, 억울해도 하고 싶은 말 꾹꾹 눌러 참으며 그렇게 살아갔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고의 틀’이란 것, ‘이념’이라는 것, ‘이데올로기’란 것이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일정한 사고의 틀에 갇히게 될 때 사람이 얼마나 우습게 되는지를 우리를 지난 역사를 통해서 잘 체험해왔습니다.


    참으로 불행한 시절을 살았습니다. 극과 극을 달리는 상반된 이데올로기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오랜 세월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노예처럼 살았습니다. 끝도 없이 반복된 세뇌작업 끝에 웬만한 사람은 기계처럼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냉전체제 하에서 지속되어온 공산주의와 반공 이데올로기의 끝도 없는 대립, 그 산물이 획일화였습니다. 조금 색다른 것, 조금 다른 목소리는 용납이 되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경제개발이 최우선적 화두로 자리 잡으면서 우리 사회 안에는 자연스럽게 물질만능주의, 물신주의가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물질의 노예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영적인 것, 정신적인 것, 철학적인 것은 끼어들 틈이 없게 되었지요.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유다인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는 ‘율법’이었습니다. 율법지상주의, 율법만능주의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율법의 노예가 된 것입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우리가 목숨처럼 중요시 여기는 재산, 사실 뜬구름 같은 것입니다. 절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언젠가는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입니다.


    청춘까지 바치고, 삶을 송두리째 바쳤던 이념이나 사상들도 유행처럼 지나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죽고 못하는 사람들도 언젠가 다 떠나갑니다.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결국 모든 것이 지나가고 나면 영원한 불변의 진리이신 예수님만 남게 됩니다. 참 진리이신 예수님만 우리 앞에 서 계실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다 잃고, 모든 것을 다 떠나보낸 우리 앞에 그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으시는 대 자유이신 예수님께서 다가오실 것입니다.


    결국 사랑만이 영원합니다. 결국 예수님만이 영원합니다. 결국 예수님의 말씀만이 영원합니다. 결국 진리 자체이신 예수님의 가르침만이 영원합니다.


    그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해줄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 성가 118번 / 골고타 언덕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