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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늘과 땅의 상통
작성자박승일 쪽지 캡슐 작성일2012-11-26 조회수441 추천수0 반대(0) 신고

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21) 하늘과 땅의 상통

 
 
발행일 : 2012-11-25 [제2821호, 18면]

성경 시대의 사람들은 삼 층 구조의 세계관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맨 위의 하늘과 그 아래의 땅, 맨 아래의 셔올로 이루어진 이 세계관은 전체 성경 이야기의 배경을 이룬다.

하늘은 하느님의 세계이고 땅은 인간의 세계이며 셔올은 죽은 이들의 세계이다. 이러한 배경 안에서 예수님 사건이 서술된다. 예를 들어 복음서에서는 예수님이 인간이 되신 것을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신 것으로 표현되고, 그분이 돌아가신 것은 셔올로 내려가신 것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예수님의 부활은 죽은 이들 중에서 일으켜지신 것이고, 하느님의 영광 안에 들어가신 것은 승천, 즉 하늘로 올라가신 것으로 표현된다. 이와 같이 복음서는 예수님에게 일어난 일들을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에 입각하여 하강과 상승, 즉 내려오심과 올라가심으로 표현한다.

최근에 ‘역사적 예수님’(Historical Jesus)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다음의 두 가지 상반되는 견해가 존재한다. 첫째 그룹의 학자들은 예수님을 묵시 문학적이고 종말론적인 인물로 이해한다. 즉 그분의 가르침과 활동은 미래의 하느님 나라에 대한 묵시 문학적인 전망 안에서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둘째 그룹의 학자들은 예수님을 결코 종말론적이지 않은 현세적이고 지혜로운 현자로 본다. 이들에 따르면, 예수 전승 중에서도 초기의 전승은 비종말론적이고 지혜 문학적인 특성을 가졌는데, 후대의 묵시 문학적 경향이 이것을 변형시켰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제2 성전 유다이즘’(Second Temple Judaism)에 관한 연구는 이미 지혜 문학 전승이 묵시 문학 전승과 결합하여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새로운 유다 문헌의 증거들은 “유다적인 지혜 문학 전승에는 묵시 문학적 차원이 없다”라는 이전 일부 학자들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러한 맥락에서 당시 유다이즘에서처럼 역사의 예수님에게도 묵시 문학 전승과 지혜 문학 전승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묵시 문학적 전승은 후대의 초대 공동체에 의해 예수님에게 덧칠된 것이 아니라 애당초 그분 안에서 지혜 문학 전승과 함께 결합하여 있었다. 따라서 예수님에게 묵시와 지혜는 양자택일의 대상이 아니라 ‘통합’의 대상이었다.

예수님에게 있어서는 지혜 문학이 말하는 땅과 묵시 문학이 가리키는 하늘이 결코 분리될 것이 아니었다. 그분에게서 땅과 하늘, 지혜와 묵시는 상통(相通)할 것이었다. 땅은 하늘과 관계없이 고립된 땅이 아니었고, 하늘은 땅과 관계없이 닫힌 하늘이 아니었다.

그래서 예수님은 주님의 기도에서 ‘하늘에서와같이 땅에서도’라는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신다. 예수님은 하늘의 가치와 질서를 땅에서도 실현하려 했던 분이시다. 그분에게서 하늘과 땅은 ‘연속성’(continuity)을 가진다.

이 연속성의 문제는 ‘역사의 예수님’(Jesus of history)과 ‘신앙의 그리스도’(Christ of faith) 사이에서도 제기된다. 역사의 예수님은 지상의 예수님, 인간 예수님, 부활 이전의 예수님, 땅의 예수님이다. 이에 비해 신앙의 그리스도는 부활하신 그리스도, 영광스럽게 되신 그리스도, 하늘의 그리스도이다.

사실 그리스도교의 역사 안에서 고래로 역사의 예수님과 신앙의 그리스도를 분리하려는 여러 시도들이 있어왔다. 이 둘 사이의 ‘불연속성’(discontinuity)을 강조하는 주장들이다. 이것은 예수님과 그리스도를 분리하고, 역사와 종말, 역사와 신앙을 분리하려는 시도이다. 결국 땅과 하늘을 분리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예수님은 하늘과 땅, 묵시와 지혜를 당신 안에서 통합하셨다. 이러한 예수님에게서 출발하는 그리스도 신앙은 하늘과 땅의 통합, 묵시와 지혜의 상통, 역사와 종말의 소통을 지향한다.

그리스도인은 그 뿌리는 땅속에 깊이 내리지만 그 가지는 저 높은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나무처럼, 이 땅에 살지만 하늘을 향해 있고, 하늘을 바라보지만 땅에 두 발을 디디고 서 있다. 그리스도인은 하늘과 땅의 긴장 안에 살고 있다. 땅에 살면서도 하늘을 향하고, 하늘을 바라면서도 땅에 성실한 삶, 그것이 바로 예수님의 삶이었고 그분을 뒤따르는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가톨릭신문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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