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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밑으로 내려가야 - 양승국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3-11 조회수544 추천수6 반대(0) 신고

                          

                                        <밑으로 내려가야>

 

   요즘 계속되는 복음에서 바리사이들과 예수님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리사이들, 정말 재미있는 사람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마디로 ‘연구대상’입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가시는 그 어디든 다 나타납니다. 강아지처럼 졸졸 예수님을 따라다닙니다.


   복음서에 등장하는 빈도를 보면, 베드로 사도만큼은 아니지만, 웬만한 사도들보다 더 자주 등장합니다.


   졸졸 따라다니는 것,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기를 쓰고 예수님 뒤를 밟습니다. 아마도 바리사이들은 조를 짜서 교대로 예수님을 따라다녔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따라다닌 이유입니다. 물론 그들 가운데 어떤 사람은 ‘이 사람이 정말 메시아가 맞는가?’ 확인해보기 위해 따라다녔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들이 그간 쌓아온 큰 성곽을 조금씩 무너트리는 예수님에게 노골적인 적개심을 품고 여차하면 올가미를 씌우려고 따라다니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그토록 중요시 여기던 안식일 규정을 밥 먹듯이 파기시키는 예수님이 그들 눈에는 가시와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그 소중한 모세의 율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예수님이 그들 눈에는 미움덩어리였습니다. 내세울 것도 별로 없는 나자렛의 목수가 ‘나대는’ 꼴을 도무지 견뎌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결국 그들은 일생일대 가장 큰 실수를 범합니다. 그토록 고대하던 메시아가 자신들의 눈앞에 나타났는데도 불구하고, 그 메시아와 대화를 나누고, 함께 길을 걸어놓고도, 그 메시아를 알아보지 못하고 끝내 등을 돌리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코앞에 다가온 구원을 발로 멀리 걷어 차버린 것입니다.


   다된 밥을 엎어버린 어리석기 그지없는 바리사이들, 그들은 왜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을까요?


   그들은 지나친 선민의식에 사로잡혀있었습니다. ‘바리사이’가 지닌 본래 의미는 ‘분리되다’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에 대해서 너무도 과대평가를 했습니다. 허무맹랑한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우리는 속된 세상과는 철저하게도 분리된 사람들이지. 너희같이 못 배워먹은 무지랭이 촌놈들과는 질적으로 다르지.”


   이런 도를 넘어서는 자만심이 그들의 눈을 멀게 했습니다. 그토록 자주 예수님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분을 끝까지 거부하고 사지로 내모는 결정적인 잘못을 범한 것입니다.


   바리사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때로 높은 직책이나 긴 가방끈, 많은 재산이 하느님께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그래서 높은 자리로 올라갈수록, 많이 배울수록, 부를 많이 축척할수록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더 밑으로 내려갈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는 늘 가장 낮은 곳을 선호하시기 때문입니다. 밑으로 내려가면 갈수록 더욱 선명한 예수님의 얼굴을 그곳에서 뵐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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