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4-01-14 조회수441 추천수7 반대(0)

고등학교 다닐 때, 산악 반엘 들어갔습니다. 주말이면 북한산을 주로 갔습니다. 산에 오르고, 야영을 하고, 함께 식사를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인수봉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수봉은 바위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짜릿해지는 암벽입니다. 암벽 등반은 위험하기 때문에 4명이 하나의 조를 이루어 올랐습니다. 가장 위험한 자리는 선두에 서는 사람입니다. 줄을 메고 바위에 올라서 줄을 안전하게 매달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위험한 자리는 마지막에 있는 사람입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줄을 확보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올라오면서 줄을 정리해야 합니다. 그나마 안전한 자리는 중간에서 올라가는 사람입니다. 선두에 선 사람이 안전하게 줄을 매달았고, 후미에 오는 사람이 줄을 정리해 주기 때문입니다. 선두에 서는 사람은 중간에 설치된 줄을 걸어둘 자리를 잘 알아야 합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올라갈 만큼 희생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물론 실력이 좋아야 합니다. 저는 선두에서 암벽등반을 하지는 못 했습니다. 겁도 났고, 실력도 뛰어나지 못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후미에서 줄을 정리한 적은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존경과 사랑을 드리고 있습니다. 그분에게 주어진 직책과 그분에게 주어진 권한이 크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가톨릭교회를 대표하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권위는 있으나, 권위적이지 않은 그분의 말과 행동 때문입니다. 가난한 이들, 고통 중에 있는 이들, 억울한 이들의 친구가 되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길을 충실하게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새로 되신 보좌주교님께서 주교의 문장과 표어를 정하셨습니다. 표어는 여러분도 서로 발을 씻겨 주십시오.’입니다. 주교님과 함께 신학생 시절을 보냈습니다. 평소 그분의 말과 행동을 들었습니다. 그분의 품성과 그분의 인격에 적합한 표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교의 모관과 지팡이에서 권위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발을 씻어주려는 주교님의 말과 행동에서 권위는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대교구의 교구장이신 염 수정 대주교님께서 새로이 추기경이 되셨습니다. 염 수정 추기경님께서는 더욱 무겁고, 어려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 신년 메시지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형제애를 가지고 주어진 십자가를 충실하게 지고 가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사람들은 예수님을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저분에게서 새로운 권위를 보았습니다. 저 분의 말과 행동은 권위가 있습니다.’ 그 권위는 분명 위험을 감수하고 줄을 매고 선두에서서 안전한 길을 확보하려는 희생의 권위입니다. 그 권위는 나의 십자가는 물론 타인이 십자가도 함께 지려는 봉사의 권위입니다. 그 권위는 세상의 것을 추구하는 권위가 아니라,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추구하는 권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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