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랑의 공동체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26 조회수440 추천수7 반대(0) 신고

미사를 다녀오면 할 말이 쏟아져 나와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쓰게 됩니다. 미사를 다녀온 후가 아니면 글을 아무리 쓰려고 노력하고 또 아름다운 생각을 하고 싶어도 그것이 물이 흐르듯 혹은 바람이 불어가듯 자연스럽게 흘러가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글을 쓸 수 있게 만드는 미사는 저에게 늘 은총입니다. 주님을 만나고 주님 안에 생각하게 만들고 또 주님께서 제게 주시는 생각을 글로 막힘없이 표현할 수 있게 만드니까요.

가끔 음악회를 다녀와서 그 감동이 충만하거나 아름다운 그림이 마음을 사로잡을 때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긴 하지만  저의 생각을 아주 자유롭게 하지는 않습니다. 주님 당신의 숨결만이 나를 살아있게 만들고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 듯 나를 자유롭게 합니다. 지금은 미사를 통해서 당신을 느껴서 글을 쓰지만 나중에는 모든 피조물안에 살아서 움직이는 당신을 찬미하고 싶습니다.

아침부터 바쁜 스케줄로 하루가 바쁘게 지나갔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주보를 만들어 놓고 작은 아이의 축구 시합에 가서 열심히 응원을 하였습니다. 축구장은 큰 호숫가에 있는 넓은 잔디밭입니다. 이곳에는 지금 봄 들꽃이 너무나 아름답게 피어 있습니다. 가지각색의 들꽃들이 푸른 초원을 얼마나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지 모릅니다.

더운 텍사스로 이사 와서는 그간 살았던 사계절이 온화하고 아름다운 꽃과 과실이 풍성하게 열매 맺는 캘리포니아를 많이 동경하였습니다. 청명한 날씨와 아름다운 가지각색의 꽃들 그리고 바다... 그런데 이곳에서 예상치도 못했던 작은 것들이 저를 기쁘게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가을의 낙엽, 겨울의 추위, 어쩌다 한 번씩 내리는 얼음 눈, 봄이 되니 이름 모를 들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납니다. 드넓은 평원이라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지평선만이 보이지만 초원에 펼쳐 놓은 아기자기한 봄의 들꽃을 보는 일이 이렇게 기쁨인 줄 예전에는 몰랐습니다. 새끼 손가락 손톱만한 작은 꽃이 바람에 산들거리는 모습이 마치 하느님께서 내게 보내는 사랑의 몸짓 같고 보랏빛, 분홍빛 아름다운 꽃들 또한 하느님 향한 해바라기 나의 마음인 듯합니다. 들꽃을 보며 웃음 짓는 오늘도 당신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축구 경기가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성당으로 가서 김치를 담갔어요. 신부님은 물론이고 사랑하는 우리 성당의 교우 분들이 어제 배추를 절였고 오늘은 양념을 만들어 버무렸습니다. 바닥에 철퍼덕 주저 앉아서 주일학교 선생님인 다른 로사님과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배추를 버무리는 시간도 행복했습니다. 모두들 한마음 한뜻이 되어 서로 돕고 자신의 수고는 잊어 버린채 모두들 다른 이가 수고 많이 했다고 칭찬해주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설령 일 때문에 늦게 온 분들도 미안해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따뜻한 밥을 챙겨주는 우리 교우분들이 저는 너무나 좋습니다. 참신앙의 선배이고 모두들 주님의 천사 같습니다.

일을 다 마치고 남은 교우들과 오후에 토요특전 미사를 봉헌했어요. 내일 바자회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주일 미사를 참례하지 못할 것 같아서 신부님께서 특전미사를 봉헌해 주셨어요. 주님의 기도를 할 때 신부님께서 우리를 주님 가까이로 초대하였습니다. 우리 모두는 제대 위로 올라가 주님의 몸과 피를 중심으로 원을 만들어 둘러섰습니다. 강강술래를 만들었지요. 모두 손을 잡고 주님의 기도를 드리고 한사람 한사람에게 평화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악수는 물론이고 포옹을 하기도 하고 또 미사가 감격스럽고 마음을 열게 하니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바자회를 위해 열심히 준비했던 그동안의 수고가 주님을 내 안에 모시는 거룩한 이 미사를 통해 마치 보상을 받는 듯도 했습니다. 힘든 것은 한순간에 녹아내리고 그저 우리를 하나 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끈만이 우리각자 하나하나를 연결하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은총의 미사를 봉헌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 마음을 마치 하늘도 아는 듯 구름사이로 눈부신 햇살을 곧게 비춰주었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서로 하나 되어 사랑하는 느낌은 세상의 어떤 것보다 행복을 줍니다. 나 스스로는 하느님을 열심히 찾고 주님과 소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작은 돌멩이를 내 마음의 호수에 던지듯 그렇게 주님께서 주시는 말씀과 영감을 받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런데 공동체가 함께 주님과 소통하기 위해 기도하고 미사를 정성으로 봉헌하며 사랑의 일치를 이루면 내 마음에 던져지는 그 돌멩이는 아주 커져서 더 큰 물결을 일으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랑의 물결이고 사랑의 파장입니다.

공동체의 숫자가 적어서 그럴까요? 아님 모두 마음을 열고 사랑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해서 그럴까요? 우리 공동체는 정말 제가 여태껏 만나 온 공동체 중 최고의 사랑을 자랑하는 공동체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이런 공동체가 점점 커질 일만 남았습니다. 하느님께서 부어 주시는 우리 안의 사랑을 확인하고 그 사랑에 기쁨을 느끼니 이 기쁨을 다른 이에게도 전해야하는 일이 우리에게 남겨진 일입니다.

제가 바자회 준비와 토요 특전미사를 통해 하느님 우리를 향한 깊은 사랑과 공동체 안의 사랑을 충만하게 느껴서 또 감격하여 글을 썼어요.

부활하신 예수님과 그분의 사랑을 알아보고 두려움도 사라진 엠마오의 제자들처럼 공동체 안의 사랑을 통해 주님의 크신 사랑을 알아보는 눈을 주시니 우리가 두려워할 일도 염려할 일도 사라집니다. 사랑이 커질수록 그 기쁨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너와 나의 사랑이 점점 더 확산되어 우리 모두의 사랑이 되는 그날까지 하느님을 전하기를 원합니다.

복된 주일 맞이하셨지요? 교회 공동체 안에 큰 사랑을 느끼는 행복한 주일 되세요. 그리고 내일 바자회 잘 되라고 화살기도 한 번씩만 날려 주세요. 텍사스 포트워스 한국 순교자 천주교회...

글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보이지 않지만 이곳에도 분명 주님 사랑의 공동체가 존재합니다. 제가 이곳을 향한 사랑은 하느님 안에 공동체가 나누는 사랑입니다. 오늘 내가 우리 공동체에서 느꼈던 모든 이가 순수한 마음이 되어 나누는 사랑입니다. 주님 안에 진정한 친교를 나눌 수 있다고 믿는 사랑입니다. 그래서 또 마음껏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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