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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여자를 보아라.” - 9.16,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9-16 조회수440 추천수5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9.16 목요일 성 고르넬리오 교황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 기념일

1코린15,1-11 루카7,36-50

 

 

 

 

“이 여자를 보아라.”

 

 

처음에는 ‘하느님의 굿, 하느님의 무당’으로 강론 제목을 했다가,

다음에는 ‘죄 덩어리에서 은총덩어리의 인간에로’ 했다가,

결국은 ‘이 여자를 보아라.’로 정했습니다.

 

“당신을 향하여 두 손을 펴들고, 내 영혼 마른 땅처럼 당신을 그리나이다.

  당신의 은총을 어서 입게 하옵소서. 당신께 의지하는 이 몸이오이다.”

 

이런 시편의 간절한 마음으로 아침 미사에 참석하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흔히 우리 민족의 정서를

‘은근과 끈기’ 혹은 ‘정과 한’을 들기도 합니다.

정이 많아 한도 많은 사람들입니다.

하여 동아시아에서 그리스도교의 전래가 속히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천주교와 개신교를 합치면 약 1500만,

남한 인구의 1/3에 육박하게 된 것도 이런 정서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끊어질듯 이어지고 끊어질듯 이어지고…

기적 같이 존재해 온 우리나라입니다.

물론 한은 긍정적으로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만,

한 많은 삶들은, 한 맺힌 죽음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이래서 맺힌 한을 풀고 위로도 받고 치유도 받고자

예전에는 굿도 많고 무당도 많았습니다.

 

저는 불경스럽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미사는 ‘하느님의 굿’,

사제는 ‘하느님의 무당’이라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습니다.

하여 신명나게 정성을 다해 미사를 봉헌합니다.

아마 미사와 사제가 없다면 많은 이들은 무당을 찾고 굿을 할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봉헌하는 연미사 예물 역시

미사와 사제가 없다면 무당의 굿을 향할 것입니다.

사실 정과 한은 특히 여자들에게 두드러집니다.

하여 대부분 신자들이나, 미사 참석자들, 피정자들, 면담성사들은

여자들이 주류를 이룹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밑에도 남자는 애제자 하나 빼놓고

전부 여자들만 넷 있었습니다.

맺힌 한을 풀고 위로와 힘을 받아야 삽니다.

별다른 조언이나 답을 찾아서 면담 성사가 아니라

맺힌 한을 풀고 싶어 그냥 한두 시간 마냥 쏟아 놓는 자매들입니다.

오늘 복음의 죄 많은 여자도

하느님의 무당이신 예수님 앞에 온 몸으로 맺힌 한을 풉니다.

말로서 맺힌 한을 풀기에는 너무 한이 깊고 컸던 듯합니다.

 

‘그 여자는 향유가 든 옥합을 들고서 예수님 뒤쪽 발치에 서서 울며,

  눈물로 그분의 발을 적시기 시작하더니,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고 나서,

  그의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부어 발랐다.’

 

이보다 간절하고 절실한 몸의 언어가 있을까요?

주님이 아니고는, 주님의 미사가 아니곤

어디서 마음 깊이 맺힌 한을 풀 수 있을까요?

만일 이 죄 많은 여자가 주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 인생 어떻게 전개 됐을까요?

주님이 아니 곤 그 누구도 깊이 맺힌 한을 풀어주지 못합니다.

궁극의 위로와 평화도 주님께로부터 옵니다.

여자의 고통을 온 몸으로 공감하신 주님의 말씀입니다.

 

“이 여자를 보아라.

  …이 여자는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그래서 큰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적게 용서 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

 

죄가 큰 만큼 은총도, 사랑도, 믿음도 큽니다.

 회개할 때 죄의 깊이는

그대로 은총의 깊이, 겸손의 깊이, 사랑의 깊이, 믿음의 깊이가 되어 버리며

이 깊이에서 만나는 주님입니다.

죄 덩어리 인간은 은총 덩어리 인간으로 변합니다.

초점은 육신의 정결이 아니라 마음의 정결, 영혼의 정결입니다.

회개로 깨끗해진 이 죄 많은 여자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깨끗한 영혼입니다.

죄가 없어 깨끗한 영혼이 아니라

회개와 더불어 주님을 사랑할수록 깨끗한 영혼입니다.

맺힌 한을 풀고 죄책감을 없애는 데 최고의 처방은

주님께 대한 열렬한 사랑뿐입니다.

 

큰 죄인으로 말하면 사도 바오로도 복음의 죄 많은 여자와 똑같습니다.

주님을 만나 회개함으로

죄 덩어리 인간 바오로는 은총 덩어리 사도가 되었습니다.

아마 다음 사도 바오로의 고백은

복음의 죄 많은 여자도 그대로 공감할 것입니다.

 

“사실 나는 사도들 가운데 가장 보잘 것 없는 자로서,

  사도라고 불릴 자격조차 없는 몸입니다.

  하느님의 교회를 박해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은총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베푸신 은총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들 가운데 누구보다도 애를 많이 썼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아니라,

  나와 함께 있는 하느님의 은총이 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했다는 것,

이게 진정 겸손이요 여기서 샘솟는 감사와 찬미입니다.

죄가 클수록 은총도 큽니다.

죄에 낙심하지 말고, 죄의 회개로

즉시 하느님의 은총을 향해 활짝 자신을 열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무당이신 주님은

이 거룩한 하느님의 굿, 미사잔치를 통해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위로하시고 치유하시며 말씀하십니다.

 

“너는 죄를 용서 받았다.

  …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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