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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 5일 사순 제4주간 수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3-05 조회수618 추천수12 반대(0) 신고

 

 

                     3월 5일 사순 제4주간 수요일-요한 5장 17-30절

          

“아버지께서 당신 안에 생명을 가지고 계신 것처럼, 아들도 그 안에 생명을 가지게 해 주셨기 때문이다.”



                                       <우선 살아있어야>


   “어린 것들이 지닌 것은 ‘생명’이고, 어른이 지닌 것은 ‘징하게 질기고도 모진 목숨’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유념할 것이 있습니다. 그 어떤 생명이든, 우리가 지니고 있는 이 생명, 이거 보통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지니고 있는 생명을 시시하게 여깁니다. 무가치하게 여깁니다. 하찮게 생각합니다. 구질구질하고 구차한 것으로 여깁니다. 지루하니 빨리 끝냈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더 한 분들도 계십니다. 자신의 꼬이고 꼬인 삶을 바라보며 ‘썩어질 인생!’하고 외칩니다. ‘도대체 왜 태어났니?’하고 비아냥거립니다.


   어떤 분들은 내 생명, 이거 내 소유인데 당연히 내가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그래서 그 소중한 생명을 스스로 파괴하고 끊기까지 합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위험한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생명은 그 어떤 형태를 지니고 있다할지라도 목숨이 붙어있는 한 그 자체로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생명은 바로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생명이 붙어있는 인간 존재는 그 자체로 하느님의 모상이자 분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이 세상 그 어떤 생명이든 존중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때로 많은 분들, ‘모질기도 해라’ ‘이토록 구차한 삶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꼴로 사느니 차라리 빨리 세상 뜨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고민하십니다.


   그러나 생명이 붙어있는 한 어쩔 수 없습니다. 끌고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끼고 사는 수  밖에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마지막 순간까지 나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바입니다.


   생명이 붙어있다는 것, 절대로 시시하게 여기지 마십시오. 생명이 붙어있다는 것은 아직도 하느님 은총 안에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생명이 붙어있다는 것은 아직도 하느님 자비의 손길 안에 거닐고 있다는 표시입니다. 생명이 붙어있다는 것은 아직도 회개의 가능성, 변화의 가능성, 성화의 가능성, 구원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표징입니다.


   아직도 우리가 이 세상에 남아있다는 것, 아직도 두발로 걸어 다니고 있다는 것, 보통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우선 살아있어야 하느님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축복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우선 살아있어야 하느님께서 무상으로 증여하시는 당신의 생명을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때로 우리의 생명, 너무 보잘 것 없어 보입니다. 거듭되는 죄로 인해 상처입고 손상되어 보입니다. 심연의 바닥에서 헤매고 있는 우리의 영혼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우리의 결핍과 죄악은 역설적이게도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느님의 관심과 배려를 불러일으킵니다. 우리의 이 부족함과 나약함은 무한한 하느님의 자비와 연민을 불러일으킵니다.


   그 어떤 심각하고 열악한 상황 앞에 놓여있을지라도 생명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삶은, 생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너무나 경이로운 것입니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풍성한 자비와 사랑에 힘입어 재생이 가능한 것, 회복이 가능한 것, 변화가 가능한 것, 새 출발이 가능한 것이 바로 우리의 생명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127번 / 십자가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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