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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 19일 성주간 수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3-19 조회수824 추천수17 반대(0) 신고

 

 

3월 19일 성주간 수요일 - 마태오26,14-25

 

 

 

                                 “스승님, 저는 아니겠지요?”



                                            <수동의 때>


   한 동물원에서 발생했던 일입니다. 거대한 북극곰 두 마리가 갇혀있던 우리 앞에서 생긴 사고였습니다. 한 아이가 더위를 먹었던지, 아니면 공연한 객기를 부렸던지, 높은 담장을 넘어 곰 우리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쿵’ 하고 아이가 우리 안으로 떨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굴 안에 쉬고 있던 두 마리의 북극곰이 달려왔습니다. 300-400 Kg이나 나가는 곰 두 마리가 앞발을 쳐들고 아이를 공격했습니다.


   곰들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아이를 끌어안고 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굴 안에서 곰들은 아이를 장난감 다루듯이 했습니다. 여기저기를 이빨로 물어뜯었습니다. 발로 툭툭 찼습니다. 머리로 들이받았습니다.


   갑자기 벌어진 돌발 상황 앞에서 우리 바깥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충격에 사로잡혀 비명을 지르고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누군가가 황급히 연락을 했지만, 사육사들이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15분이란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이미 늦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곰 사육사들이 조심스럽게 접근했습니다. 사육사들은 곰들을 달래고 달래 겨우 아이를 빼내어 우리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미 죽었으려니 했었는데, 아이의 가슴에 귀를 대본 의사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가 아직도 살아있었습니다. 여기저기 많은 상처를 입어 출혈이 심했지만 아이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후에 수의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 절대 절명의 순간, 긴박한 상황에서 아이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유일한 원인은 아이가 조금도 저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랍니다. 15분 동안이나 거대한 북극곰의 공격을 받으면서 발버둥치거나 도망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답니다.


   ‘진정으로 살고자 한다면 죽어야 한다’는 진리를 상기시켜주는 사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수님의 수난을 기억하는 성주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모든 면 있어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이셨던 예수님께서 어느 순간 당신의 태도를 180도 ‘싹’ 바꾸십니다. 때가 된 것입니다. 아버지의 때 말입니다.


   수많은 기적들을 행하시던 때, 눈부신 예수님의 활약 앞에 백성들은 환호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정해주신 수동의 때가 도래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의 기적도 없습니다. 더 이상의 치유도 없습니다.


   아무런 힘도, 능력도, 권위도 없는 예수님의 모습에 사람들은 실망합니다. 하나 둘 떠나갑니다. 제자들도, 그리고 유다도 짐을 꾸리기 시작합니다.


   예수님의 일생은 크게 세단계로 구분되는 것 같습니다. 30년간의 나자렛에서의 오랜 준비기, 3년간의 활발한 사목 활동시기, 그리고 마무리로서, 수난시기.


   수난 시기는 철저하게도 수동적인 기간이었습니다. 제자들이 떠나가도 잡지 않고 그냥 두십니다. 군인들이 나타나니, 순순히 체포되십니다. 대사제의 집으로 끌고 가니 끌려가십니다. 빌라도에게 보내니, 묵묵히 따라가십니다. 채찍 앞에 등을 내미십니다. 가시관을 씌우는데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으십니다. 십자가를 스스로 지십니다. 당신 발로 십자가에 올라가십니다.


   수동의 시기, 예수님 입장에서 볼 때 너무나 고통스럽고, 그래서 피하고 싶은 시기였지만, 이 수난의 시기는 하느님 아버지의 인류구원계획이 예수님 안에 완료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우리 인간들이 그분께 던진 그 숱한 조롱과 모욕, 배반과 채찍 앞에서 철저하게도 수동적이셨던 예수님, 완벽한 순종으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성취하신 예수님의 위대하심을 묵상하는 성주간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하느님은 사랑입니다.`♥

                                                        
                                                                 가톨릭성가489번 / 보았나 십자가의 주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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