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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 18일 성주간 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3-18 조회수807 추천수12 반대(0) 신고
 

 3월 18일 성주간 화요일 - 요한 13,21-33.36-38


 

 

“식탁에 함께 앉은 이들은 예수님께서 그에게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아무도 몰랐다.”

 


                                <끝까지 기다리시는 하느님>


   성주간 피정 프로그램으로 영화 ‘유다’를 보았습니다. 유다는 제자공동체 구성원 가운데 그나마 꽤 똑똑한 사람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불의를 보면 피가 끓어오르는 젊은이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애국자였습니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세상 바꾸기’였습니다. 제대로 된 혁명이었습니다. 오랜 식민통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을 모으고, 무장해서, 힘으로 한번 전복시켜보는 것이 그가 꿈꾸고 있던 최종 목표였습니다.


   그런 유다에게 예수님은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유다는 예수님을 따라나섭니다. 나름대로의 개인적인 야망으로 가득 찬 채.


   만 명, 이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예수님께 몰려들어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예수님의 명성과 능력에 유다는 내심 흡족해합니다. 자신의 계획이 차곡차곡 가시화됨에 기뻐합니다. 그리고 가끔씩 그런 자신의 계획을 예수님께 아룁니다.


   “선생님, 이 정도 인원이면 충분합니다. 이 사람들 손에 무기 하나씩만 손에 들려주면 로마 주둔군, 그 녀석들 충분히 대적할 수 있습니다. 제가 한번 로드맵을 구상해볼까요?”


   이처럼 유다는 예수님을 바라보는 관점이 남달랐습니다. 신앙이 대상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하느님 아들 메시아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유다에게 있어 성공의 지름길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성취의 도구였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쌓아나갈 수 있는 발판이었습니다.


   이런 유다는 향해 예수님께서는 잘못 설정된 방향을 바로 잡도록 반복해서 타이르십니다.


   “여보게, 자네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네. 내 방법은 그게 아니라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제발 마음을 바꾸게.”


   불행하게도 유다는 끝까지 돌아서지 않았습니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멸망의 길로 걸어가는 유다를 바라보는 예수님의 마음은 찢어질 듯 했습니다.


   예수님을 따라나섰던 다른 제자들 역시 완벽하게 순수한 동기로 예수님을 추종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야고보와 요한 사도 같은 경우 높은 자리 차지하기 위해 대놓고 다른 사도들과 다투었습니다. 어쩌면 상황은 유다와 비슷했습니다.


   그러나 유다는 다른 사도들과 구분되는 점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다른 사도들에게는 나름대로 쇄신과 정화의 길이 이루어졌습니다. 자신들이 지니고 있었던 그릇된 메시아관에 대한 수정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초보적인 신앙이 조금씩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유다는 달랐습니다. 그의 신앙은 성장이 없었습니다. 쇄신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지니고 있었던 그릇된 메시아관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예수님을 자기 성취의 도구로 바라봤습니다. 그 결과가 배신의 길이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다를 대하시는 예수님의 태도를 한번 보십시오. 놀라울 뿐입니다. 대단하십니다.


   철저하게도 이중적인 유다를 몰아세우시지도 않으십니다. 끝까지 자신의 계략을 숨기는 유다에게 드러내놓고 욕하지 않으십니다. 유다의 잘못을 다른 제자들에게 떠벌이지도 않으십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유다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이미 등을 돌리고 떠나가는 제자, 끝까지 속이는 유다에게도 다른 제자들과 똑같이 빵을 포도주에 적셔 나눠주십니다. 배반 전에나 배반 후나 다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다른 제자들과 똑같이 대하십니다.


   ‘식탁에 함께 앉은 이들은 예수님께서 그에게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아무도 몰랐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묘사입니다.


   3년이란 세월을 같이 동고동락했던 다른 제자들, 웬만하면 눈치 챘을 텐데, 예수님께서 끝까지 함구하신 관계로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전혀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유다를 향한 예수님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끝까지 유다의 인격을 존중하십니다.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으십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태도도 마찬가지겠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막나가도, 우리가 아무리 죄 속에 빠져있어도, 우리가 아무리 방황을 거듭해도,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않으십니다. 우리를 코너로 몰아붙이지 않으십니다. 우리의 자유의지를 존중해주십니다. 우리의 인격을 모욕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기다리십니다. 그저 참아주십니다. 끝까지 우리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거두지 않으십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하느님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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