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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40) 고양이가 시켜 준 합방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3-15 조회수499 추천수4 반대(0) 신고
 

2004년1월16일 연중 제1주간 금요일 ㅡ사무엘상8,4-7.10-22ㄱㅡ

 

          (40) 고양이가 시켜 준 합방

                                 이순의

                           


ㅡ예측불허ㅡ

6~70년대에 처음 조미료가 인기를 끌던 시절에 외할머니는 우리 집에 오시면 밥상에 앉으셔서 늘 얼굴을 찌푸리셨다. 맛나니(조미료) 냄새가 나서 찬에 젓가락을 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아궁이 숯불에 항아리를 올려놓고 ’묵덕장’이라는 고소한 음식을 만들어서 우리들에게 먹이셨는데 우리들의 입속에는 그 맛만 살아있을 뿐 그걸 어떻게 만드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어머니도 그걸 만들지 못 하신다. 사라져버린 전통음식이 되어버렸다. 외할머니께서 살아 계셨으면 피자나 햄버거나 스파게티 같은 셀 수 없이 많게 등장한 외래음식을 보면 코를 막고 숨을 못 쉬신다고 실실 피하실 일이다.

예측 불허의 세상이다.                            

 

도련님을 찾으러 한양에 가려면 짚신을 삼아야 했던 방자가 살아온다면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질 일이다. 다리 아픈 일을 생각하면 억울하고 억울하여서 다시 세상에 태어나 살란다고 행패를 부리고도 남을 일이다. 도련님께 조랑말이라도 대령했던 마음은 고사하고, 색깔이 화사하고 몸매가 야리야리한 초소형 승용차 스포츠카에 도련님하고 춘향아씨를 한번만 모실 수 있다면 원도 한도 없이 구천을 떠돌지도 않을 것이고, 밤이슬도 안 맞고, 먼지도 나지 않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양 눈깔에 쌍불을 촤~악 켜고 향단이랑 남원 골 드라이브를 기분 좋게 했을 텐데, 워매~ 저승에서 내려다만 봐도 바람이 쌩쌩 나는 저 신바람의 속도는 눈꺼풀이 뒤집히고 옷고름이 휘날리며 오금지가 꼬부라져서 주저앉을 일이다.

예측불허의 세상이다.

 

텔레비전에서 요즘에 뜨는 인기방송은 건강이다. 병을 진단해주는 프로에서는 벼라 별 첨단의 검사를 동원해서 예방이라고 법석을 떤다. 또 온갖 음식을 해서 성찬을 차려 놓고 좋은 것과 해로운 것을 가리느라 배부른 짓거리를 하며 야단법석이다. 또 살빼기 운동은 아예 기획된 설계까지 등장하며 군중이 몰려다닌다. 묵덕장을 해서 먹였던 손녀딸이 맛나니 때문에 죽기는커녕 마흔 살이 조금 넘도록 잘 살아서 외할머니께서 다시 살아오신다면 그렇게 경계하셨던 음식들과의 전쟁이 터진걸 보면 뭐라고 야단을 치실까?

진짜 진짜 예측불허의 세상이다.  

 

환경이란 무엇인가? 환경을 공부하러 가면 제일 먼저 듣는 질문이다. 답이야 많다. 자동차 매연이니, 먹거리니, 아는 것은 모두 등장을 하지만 정답은 영표도 가위표도 아닌 세모를 받는다. 그것은 모두 환경에 속하지만 환경이라는 명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환경은 나 이외의 모든 것이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환경의 명제이다.


컴퓨터를 치고 있는 지금 나의 환경은 전자파가 득실거리는 컴퓨터, 환경호르몬이 배출 될 우려가 있는 플라스틱 돋보기,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할 책상에 빤짝빤짝 칠하여진 유독성 페인트, 역시 소각을 하던지 매몰을 하던지 문제성이 많은 스펀지가 덜레덜레 삐져나온 낡은 의자에 앉아 있고....... 이런 것들이 지금 이 순간의 내 환경이다. 예전처럼 길을 가면서 신었던 짚신을 아무데나 버려두면 그대로 흙이 되고, 그 흙이 짚신을 제공해 주었던 시절! 그 시대를 살았던 방자가 고급화에 숨겨진 뿌연 세상에 다시 살아온다면 두드러기 나게 껄쩍찌근한 환경 속에서 섹시한 미니 스포츠카를 타고 폼을 재고 있는 요새의 도령과 아씨들에게 뭐라고 말을 할까?

진짜 진짜 예측불허의 세상이다.

 

 

 

 

왕이 너희를 어떻게 다스릴 것인지 알려 주겠다. 그는 너희 아들들을 데려다가 병거대나 기마대의 일을 시키고 병거 앞에서 달리게 할 것이다. 천인 대장이나 오십인 대장을 시키기도 하고, 그의 밭을 갈거나 추수를 하게 할 것이며 보병의 무기와 기병의 장비를 만들게도 할 것이다. 또 너희 딸들을 데려다가 향료를 만들게도 하고 요리나 과자를 굽는 일도 시킬 것이다. 너희의 밭과 포도원과 올리브 밭에서 좋은 것을 빼앗아 자기 신하들에게 줄 것이며, 곡식과 포도에서도 십 분의 일세를 거두어 자기의 내시와 신하들에게 줄 것이다. 너희의 남종 여종을 데려다가 일을 시키고, 좋은 소와 나귀를 끌어다가 부려먹고 양 떼에서도 십 분의 일 세를 거두어 갈 것이며 너희들마저 종으로 삼으리라. 그때에 가서야 너희는 너희들이 스스로 뽑아 세운 왕에게 등을 돌리고 울부짖겠지만, 그날에 주께서는 들은 체도 하지 않으실 것이다.

오늘 독서의 주님은 예측허용이시다.                

 

 

 

짝꿍의 직업이 주로 낮에 잠을 자거나 지방 생활을 자주 하기 때문에 우리 부부가 쓰는 방은 아주 작다. 한 참 왕성한 활동과 공부로 책상이며 책꽂이며 필요한 물건이 많은 아들아이에게 큰 방을 주고 우리 부부가 사용하는 방은 굳이 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짝꿍이 40대 때까지는 어쩌다 취침시간이 같아도 함께 자는 데는 큰 불편함이 없었다. 그런데 짝꿍이 50대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나도 불편하고 짝꿍도 불편해진 것이다. 나이를 무시할 수 없는 세월이 왔는데 형편은 여전히 궁색한 것이다. 그럴 때 단호해지는 쪽은 언제나 여자다. 주방 겸 거실에 내 잠자리를 마련 해 버렸다. 그게 서로 편안히 잠들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짝꿍의 심정은 호강도 못 시켜주는 아내가 방이 아닌 거실에서 잠드는 게 못 견디게 싫은 것이다. 그래도 또 각시는 흰머리 허연 중년의 짝꿍이 매일 밤마다 집에서 자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의 배려는 해 주고 싶은 게 정성된 마음이다. 그런데 어제 다 늦은 오후 시간에 보일러 작동이 멈춰 버렸다. 수리기사님은 다음날 오전 9시 이후에 오신다는데,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내게는 견디기 힘든 밤이 될 것이다. 추위를 달래느라고 온 가족이 한 방에서 꼭꼭 붙어서 잤다.

 



오늘 아침에 수리기사님은 오셔서 고양이들이 보일러실 전선을 건드려서 끊어져 버렸다고 설명을 했다. 어제 밤에 고양이가 합방을 시켜준 것이었다.

짝꿍의 한마디!  

"자네의 고집이 너무 세서 자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하느님이 합방을 하라고 고양이를 시켜서 선을 끊어버린 거야."

세상의 주님은 역시 예측불허다.

 

ㅡ그때 어떤 중풍 병자를 네 사람이 들고 왔다. 그러나 사람들이 너무 많아 예수께 가까이 데려갈 수 없었다. 그래서 예수가 계신 바로 위의 지붕을 벗겨 구멍을 내고 중풍 병자를 요에 눕힌 채 예수 앞에 달아내려 보냈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하고 말씀하셨다. 마르코2,3-5ㅡ

역시 복음서의 주님은 그들의 예측대로 치료를 허용하셨다. 율법학자들에게 승리하시는 법을 군중에게 보여 주셨다.ㅡ아멘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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