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마음 답답하신 예수님-♤ l 이제민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3-12 조회수1,026 추천수7 반대(0) 신고
    ♤-마음 답답하신 예수님-♤ 복음사가들은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할 때 그들 나름대로 무대를 설정한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예수님께 대한 그들의 관심도와 그들의 영성을 느낄 수 있다. 베드로의 고백 장면설정은 마르코와 루카가 다르다. 마르코는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도중에 느닷없이 제자들에게 질문을 던지신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더냐?”(마르 8,27)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마르 8,29) 반면에 루카는 마르코와는 달리 예수님께서 혼자 기도하시다가 거기 함께 있는 제자들을 보고 같은 질문을 던지신다.(루카 9,18.20) 제자들의 답변과 그 답변에 대한 예수님의 반응은 두 복음서가 같지만, 루카는 이 대화를 예수님의 기도와 연관시킨다. 예수님께서 기도를 하시다가 제자들에게 질문하신 것으로 보아 그 순간 예수님께서 무엇을 어떻게 기도하고 계셨는지 짐작할 수 있다. 기도하시면서 그분은 어쩌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계속 던지고 계셨을 지도 모른다. 이 질문은 진실하게 살고자 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던져야 할 질문이다. 기도하는 동안 인간은 자신이 누군지 안다. 기도는 인간에게 자신을 찾아준다. 기도하는 그분에게 당신이 죽게 될 운명의 십자가가 가로놓이며 나타난다. 많은 고난을 겪으며 원로들과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배척을 받다가 처형될 당신의 앞날이 지금 기도하는 당신의 존재를 압도하고 있다.(루카 9,22) 제자들은 이런 사실을 알까? ‘반드시’ 그런 고난을 받다가 죽어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 그분이 지금 번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심정을 제자들은 알까? 예수님은 답답하다. 제자들은 여전히 영광의 그리스도를 꿈꾸고 있다. 그들에게 기도는 영광을 누리기 위한 것이다. 아픈 것 낫게 해주고, 높은 자리에 앉게 해주고, 부와 명예와 권력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면서 그토록 가까이서 가르쳤건만 제자들이 당신을 따라다니는 이유는 오로지 고통의 십자가에서 멀어지기 위해서이다. 당신은 십자가를 벗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지만 제자들은 여전히 십자가를 피하려고만 하고 있다. 어떻게 그들을 당신의 기도로 인도할까? 당장은 이것이 지금 당장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분은 아신다. 당신의 죽음을 그들이 직접 체험하기까지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그분은 아신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으로 제자들에게 묻는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너희는 내가 이제 곧 십자가에서 처형될 것이라는 것을 상상이나 하고 있느냐?” 당신이 처형되기 위해 붙잡히는 날 그들이 다 뿔뿔이 흩어져 도망칠 것일 아시기에 그분의 마음은 더욱 답답하다. 하지만 그분은 그 물음으로 십자가의 의미를 일깨워주며 도망친 그들을 다시 십자가 아래로 모여 들게 하신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예수님의 질문은 “너희는 십자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과 다르지 않다. 십자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면서 제자들은 예수가 누군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우리는 그분이 누군지 아는가? 우리가 신앙을 고백하는 도금하고 네온을 입힌 십자가를 보고 혹시 그분께서 “그건 내가 죽은 십자가는 아니야. 내가 피 흘리며 숨지는 순간까지 내가 사랑한 그 십자가가 아니야.” 하고 말씀하시지는 않을까? 우리는 아직 십자가에서 도망도 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십자가가 사람을 죽이는 형틀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는 보았어도 십자가에서 운명하는 그분의 처절한 고통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여전히 그분의 십자가 아래 꿇어 “주님, 제게서 십자가를 내려 주십시오.” 하고 기도한다.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는 복음을 선포하신 그분에게 “부자 되게 해주십시오.”고 기도한다. 그때나 오늘이나 예수님의 마음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사람들은 나를 왕이라 그리스도라 예언자라 여기는데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 이제민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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