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꺼져 버리고 만 촛불 . . . . . . . . . . [이용호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27 조회수1,403 추천수14 반대(0) 신고
 
 

 
 

   우리 속담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시작하기 전에 철저한 준비가 중요하고

   계획 수립을 잘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 끝마무리가 중요한데,

 ‘다 된 밥에 코 빠뜨리지 말라’는 마무리를 잘하라는 뜻이다.


   초등학교 때,

   주일학교에서 성탄절 제대를 장식할 초를 만드는 시간이 있었다.

   주일학교에서 제일 말썽쟁이였던 나는 그날도,

   초 만들기 시간에 장난을 치다가 그만

   교리실 밖에서 손을 들고 꿇어앉아 벌을 받게 되었다.


   아이들은 열심히

   준비해 온 초 찌꺼기들을 녹여 갖가지 병에 담고 있었다.

   얼마 후,

   겨우 벌이 해제되어 자리로 돌아왔는데,

   수녀님은 제 시간에 만들지 못하면

   초를 제대위에 올려 주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으셨다.


   그래서 나는 만회할 심산으로 부랴부랴 초 찌꺼기를 녹여

   예쁜 유리병에 부었다.

   다른 아이들을 따라 잡았다고 생각하고 안심이 되었다.


   초가 굳어진 다음,

   유리병에 담긴 초를 출품하였다.


   앗!

   그런데 이일을 어쩐다?

   너무 서둘러 만들다가 가장 중요한 심지를 넣는 일을

   그만 깜박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급한 김에 하는 수 없이

   송곳으로 초에 구멍을 뚫고 심지를 억지로 박고는

   윗부분의 초를 녹여서

   겉으로는 심지가 잘 들어있는 것같이 그럴싸하게 만들어 놓았다.


   성탄절 밤에,

   아이들이 만든 초들이 제대 위에 나란히 놓였다.

   그런데 내 초는 조금 타다 말고 그만 불이 꺼지고 말았다.

   심지를 처음부터 제대로 넣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성탄 미사 후에 수녀님은 나를 조용히 부르시어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서야 바느질이 되겠어?

   오늘 이 실패를 교훈 삼아 다음에는 꼭 잘하도록 해.”하시며

   수녀님이 만드신 예쁜 초를 선물로 주셨다.


   이 일이 나에게는 상당히 큰 충격이었다.

   부모님이 내가 만든 초는 어느 것인지를 물으셨을 때,

   얼굴이 벌겋게 된 것은 고사하고라도

   제대 위에 나란히 놓인 촛불들 중에서

   내 초만 불이 꺼졌을 때...

   내가 너무 까불고 준비성이 없다는 것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지금도 한 번씩 일을 미루고 싶을 때

   그 일이 생각나는 것을 보면

   내가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시작이 중요한 만큼 끝도 중요하다.

   얼음이 녹는 온도는 0℃ 이고,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온도도 0℃ 이다.


   연초에 우리가 세웠던 많은 계획들을 결산을 해보면

   잘 이루어졌는지를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그 결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 것도 있다.

   아예 그 결과를 외적인 기준으로는 판단할 수 없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엔 그것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잠시는 그냥 지나칠 수 있어도 시간이 경과하면

   그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임시방편으로 심지를 넣은 것이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싸하게 보였지만,

   심지가 없는 초의 불은 얼마 지나지 않아 꺼지고 말았던 것이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마무리도 중요하다.


   설사 이번에는 실패했어도,

   그 실패를 바탕으로 다시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방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굿뉴스를 사랑하시는 님들!

 

            하느님께서  또 다시 내어 주실 새 하얀 도화지

 

            이번엔 멋진 그림을 그려보시기를......,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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