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믿으신 분' -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21 조회수538 추천수7 반대(0) 신고
<믿으신 분>(루가 1, 39-45)

-유광수 신부-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대표적인 믿음의 두 여인의 만남을 본다.
두 여인은 만나서 무슨 대화를 하였는가?
마리아는 가브리엘 천사의 방문을 통해서 알게 된 주님의 계획을 받아들인 후 급히 서두러 유다 산골에 있는 사촌 언니를 찾아갔다. 그런데 엘리사벳의 집에 들어갔을 때 그녀가 먼저 마리아 안에서 일어난 일들을 알아보고 축하의 인사를 하였다.

 

어떻게 알 수 있었는가? 영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서로 통하는 것이 있다.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표정만 보아도 그리고 무슨 말을 한 마디만 하여도 상대방은 즉시 알아본다. 그래서 말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술 술 이야기가 나오고 또 서로 통하니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참으로 기쁘다. 그래서 자주 만나게 되고 만나서 이야기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리고 꼭 만나지 않아도 멀리 떨어져 살아도 늘 함께 있는 것 같이 느껴지고 그래서 만나면 더욱 더 기뻐진다.

 

오늘 복음에서는 주로 엘리사벳의 이야기만 들을 수 있지만 그 다음에 이어서 이어지는 말씀은 엘리사벳의 이야기를 듣고 마리아의 답가인 마리아의 노래 마니피갓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일반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성령으로 가득 차"서 외치고 있는 영적인 소리이다. 그들이 주고 받은 이야기의 내용들은 모두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 주님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주님께서 자기들 안에 이루신 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엘리사벳은 엘리사벳 안에서 주님이 이루신 일들을 그리고 마리아는 마리아 안에서 이루신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한다.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내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이라고 오직 자기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사건들 그리고 함께 공감대를 느끼고 기쁨을 나눌 수 있는 내용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억지로 만들어 낸 이야기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아닌 오직 자기들만이 느끼고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이며 말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우리는 이들이 나눈 대화를 영적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영적 이야기는 영적으로 생활하는 사람들끼리만 이해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영적 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이야기해도 알아듣지 못하고 그 기쁨을 나눌 수 없다.

 

오늘 날 우리들에게는 이런 영적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이 필요하다. 만났다 하면 남을 흉보는 이야기나 세상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생활 안에서 체험된 주님에 관한 이야기들 즉 영적으로 일어난 일들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상대자가 필요하다. 믿는다고 하는 사람은 많아도 이런 영적 대화를 나눌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아니 영적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비웃고 알아듣지 못한다. 왜 그럴까? 영적 체험이 없기 때문이다. 주님께서 하신 일들이 많이 있으면서도 믿음이 없기 때문에 주님께서 베풀어 주신 것이라는 의식이 없다. 모든 것을 내가 했고 내가 잘 나서 한 것이지 주님께서 내 안에서 이루신 일들이 하나도 없다. 전혀 영적인 체험이 없기 때문에 신앙생활이 기쁘지도 않고 신앙에 대해 할 말도 없다.

 

영적인 대화에도 다양한 수준이 있다. 영적인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믿음이 어떤 믿음인지 그리고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에 따라서 영적인 대화를 나누는 내용과 질이 다양할 것이다. 자기 수준에 맞는 영적 대화자를 만나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이 세상에 진실한 친구가 한 두 사람이라도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했다. 이 말은 친구는 많아도 자기의 속 마음까지 다 털어 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는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하물며 자기 수준에 맞는 영적인 파트너를 만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만일 그런 영적 대화자를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영적 체험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는"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주님께서 하신 말씀을 믿고 생활해야 한다. 믿음의 이야기인데 믿음이 없다면 어떻게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또 "주님께서 하신 말씀"을 믿는 것이 없는데 어떻게 말씀에 대한 체험이 있을 수 있겠는가?  우리가 영적 체험을 하려면 무엇보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워지리라는" 말씀이 있어야 한다.

 

내 안에서 이루워 지리라고 믿고 있는 말씀이 무엇인가? 마리아는 천사 가브리엘이 "보라. 이제 네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고 말씀하신 것을 믿었고, 엘리사벳은 천사가 즈가리야를 통해서 "네 아내 엘리사벳이 너에게 아들을 낳아 줄 터이니, 그 이름을 요한이라고 하여라."는 말씀을 믿었다.

 

영적인 대화는 어떤 신비스런 체험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나도 이해 못하고 상대방도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나누어야할 영적인 이야기는 "주님께서 하신 말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을 내가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말씀을 묵상하면서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되었는지, 말씀대로 생활하면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말씀을 묵상하고 생활하면서 어떤 은혜를 받았는지 등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내 안에서 구체적으로 일어난 일들을 나누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가 정말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이라면 예수님이 우리에게 해 주신 말씀을 믿는 믿음이 있어야 하겠고 믿고 있는 말씀을 통해서 나에게 주는 기쁨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믿는 말씀을 통하여 내 안에서 주님께서 역사하고 계신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 기쁨은 세상이 주는 기쁨도 아니고 외부에서 오는 기쁨도 아니다. 오직 믿음을 통하여 내 안에서 느껴지고 보게 되고 듣게 되는 주님의 역사 하심에서 오는 기쁨이다. 이런 사람이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 우리의 믿음은 우리에게 행복을 안겨 주는 믿음이어야 한다. 믿음은 우리에게 주님의 역사 하심을 체험하게 하는 믿음이어야 한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