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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19일 대림 제3주간 수요일 - 양승국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18 조회수702 추천수9 반대(0) 신고
 

12월 19일 대림 제3주간 수요일 - 루카 1장 5-25절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겪어야 했던 치욕을 없애 주시려고 주님께서 굽어보시어 나에게 이 일을 해주셨구나.”


<그냥 모든 것을 맡겨드리고 나니>


   비록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난 후의 응답이었고, 너무 늦은 감이 드는 응답이었지만 하느님의 응답에 기쁨과 감격에 찬 어조로 외치고 있습니다.


   엘리사벳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그의 남편 즈카르야는 또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무엇보다도 두 사람은 한 평생 하느님 앞에서 의롭게 살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따로 법이 없어도 살 사람들이었습니다.


   당시 무수히 많은 율법 계명과 규정들이 백성들을 괴롭혔지요. 그 모든 계명들을 다 지켜나가기란 하늘의 별따기 였습니다. 정녕 숨 막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두 사람은 그 모든 율법과 규정들을 철저하게 지켜나갔습니다. 한 점 흠 없이 그렇게 살았습니다. 언제나 성실하게 성전에서 봉사하며 하루 온 종일을 기도하며,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한 가지 있었는데, 자식이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했었지만, 끝까지 자식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렀습니다. 둘 다 이젠 자식을 희망할 수 없는 노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당시 ‘많은 후손’처럼 큰 축복은 없었습니다. 자식 많은 것은 축복 중의 축복으로 여겼습니다. 반대로 자식이 없다는 것은 축복의 반대 개념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눈길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노년에 손자손녀를 안아보는 기쁨은 얼마나 큰 것입니까? 평생의 결실, 뿌듯함과 흐뭇함의 대상이 아들이요, 손자손녀이지요.


   명절이 다가오면 외로움은 더욱 커졌습니다. 집집마다 찾아온 아들들, 며느리들, 손자손녀들로 복잡한 이웃집이 부러웠습니다. 밤늦도록 왁자지껄 떠들면서 먹고 마시는 모습들이 정말 부러웠습니다. 오직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의 집만이 적막감이 감돌았습니다.


   하느님을 향한 원망도 많았습니다. 섭섭함도 많았습니다. “저희가 도대체 뭘 잘 못 했길래?” 하는 억하심정도 생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끝까지 하느님께 충실했습니다. 끝까지 하느님께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성전에서 충실하게 봉사했습니다. 항상 기도 안에 살았습니다. 고통스러웠지만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겼습니다.


   이런 두 사람의 항구한 신앙, 충직한 종의 모습에 마침내 하느님께서 응답하십니다.


   하느님의 뜻은 인간의 힘을 포기할 때 깨달을 수 있습니다. 복음의 진리도 인간의 능력을 내려놓을 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녕 하느님을 만나고 진하게 하느님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하느님께 ‘그냥’ 모든 것을 맡겨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분께서 주도하시는 흐름에, 그분의 물결에 그냥 내 존재 전체를 맡길 줄 알아야 합니다.


   하느님 체험의 출발점은 어디입니까? 하느님은 내 힘이 다한 곳에서 체험됩니다. 하느님은 내 존재의 비참한 곳까지 내려가 외롭게 되었을 때 비로소 체험되는 존재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며 완전히 자신의 무력함을 인정하고 풀이 죽을 때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내가 아무 것도 아님을 깨닫는 곳에서 비로소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소리가 들려옵니다.(이제민, 제3의 영성, 바오로딸 참조)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91번 / 구세주 빨리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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