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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배신자가 또 다른 배신자를 만나면 -판관기47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16 조회수364 추천수5 반대(0) 신고

배신자가 또 다른 배신자를 만나면 -판관기47

 <생명의 말씀>
 그 말대로 아비멜렉은 어둠을 틈타 휘하 군대를 총출동시켜 세겜 맞은편에 이르러 군대를 네 패로 나누어 매복시켰다. 에벳의 아들 가알이 성문 어귀에 나와 섰는데, 아비멜렉이 거느린 군대가 매복해 있던 곳에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가알이 그들을 보고 즈불에게 물었다. "저기 산꼭대기에서 웬 사람들이 내려 오고 있소?" 즈불이 "산 그림자를 사람으로 잘못 본 거 아니오?" 하고 시치미를 떼었지만, 다시 가알이 말하였다. "저것 보시오. 사람들이 저기 배꼽마루에서 내려 오고 다른 한 떼는 점장이 상수리나무 쪽에서 오고 있소." 그제야 즈불이 말하였다. "아비멜렉이 누군데 우리가 그의 종이 되어야 하느냐면서 으스대더니, 그 용기가 어디로 갔소? 저 사람들이 바로 당신이 우습게 보던 사람들이오. 어서 나가서 싸워 보시오." 가알은 세겜의 어른들을 거느리고 앞장 서 나가 아비멜렉과 맞붙어 싸우다가 아비멜렉에게 쫓겨 도망치게 되었다. 가알의 부하 군인들의 시체는 성문 앞까지 너저분하게 딩굴었다. 그 후 아비멜렉은 아루마로 돌아 가고 즈불은 가알과 그의 형제들을 쫓아 내어 세겜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하였다. 다음날 세겜 백성들이 들로 나갔다는 소식이 아비멜렉에게 전해졌다. 그는 군대를 거느리고 나가 세 패로 나누어 들에 매복하고 있다가 백성들이 성읍을 떠나는 것을 보고 들이닥쳐 쳐죽였다. 아비멜렉은 한 패를 이끌고 쳐들어 가 성문 어귀를 지키고 나머지 두 패를 시켜 들에 있는 사람들을 덮쳐 쳐죽이게 하였다. 아비멜렉은 그 날 종일 그 성을 공격하여 점령하였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백성들을 죽이고 온 성읍을 헐고 소금을 뿌렸다. (판관기 9:34-45)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즈불이라는 사람이 가알의 배반을 아비멜렉에게 고자질하여 가알에게 맞서 싸울 준비를 하게 해 놓고는 가알에게는 아비멜렉과 싸우라고 충동질합니다. 그 결과 만반의 준비를 한 아비멜렉이 즈불을 손쉽게 이겨 버리고 맙니다.

아비멜렉과 즈불의 싸움은 판관기의 지난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전쟁 이야기인데 이전 전쟁과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스라엘을 핍박하는 주변 민족들과의 전쟁 이야기도 아니고 오히려 이스라엘 사이의 내전 이야기일 뿐 아니라 하느님의 영이 누군가에게 내려서 하느님의 뜻이 백성들 사이에 선포되고 이루어지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기 때문입니다. 배반자에 대해 또 한 번의 배반을 계획했던 사람이 제일 처음 배반자에 의해서 아주 무지무지하게 처절하게 응징당하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형제 70명을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된 첫 배반자 아비멜렉이 자신을 배반하려는 가알과 세겜 사람들에 대한 응징의 이야기이니까요.

배반으로 정권을 잡은 사람일수록 자신을 배반하려는 세력에 대해 무자비하고 잔인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정권을 탈취한 세상의 모든 독재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게 바로 아비멜렉의 모습인 것도 같습니다. 남을 배반하고 죽이며 성공했던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서 보게 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무척 견디기 힘든 두려움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의 크기만큼 잔인해지는 것 같습니다. 세겜 성에 가서 온 백성들을 죽이고 또 성을 헐어 버리고 그 땅에는 소금까지 뿌렸던 아비멜렉을 보면 그 사람 안에 있는 두려움과 분노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다시금 그 땅에서 농작물을 재배하게 사람들이 살지 못하게 하려고 소금까지 뿌렸을 정도니까요. 배신자가 또 다른 배신자를 만나면 이렇게 잔인해지는 법입니다.

이제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느님의 뜻과는 아무 상관없이 자신들만의 욕심과 유익을 위하여 전쟁하고 죽이는 일을 꺼리낌 없이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을 떠난 세상의 전형적인 모습일 것입니다. 자신의 유익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람들끼리 모인 곳이라면 일상사로 일어나는 일이 바로 이러한 분쟁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분쟁은 우리의 내면에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떠난 우리의 욕망들이 우리 맘 안에서 서로 충돌해서 마음에 분열을 일으켜 놓을 때도 있고, 하느님을 떠난 내 욕망이 지난 시절 하느님 안에서 선택한 것들과 충돌을 일으키면서 삶의 분열을 심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해결의 정답은 참 쉽습니다. 하느님께 가서 고침을 받으면 되는데... 머리로 알고 있는 정답을 우리 마음이 쉽게 따라주고 받아들여 주지만은 않는다는 게 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우리 자신에게 있어서 최대의 유혹이요 올무인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것을 우리 주변에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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