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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왕 중의 왕 그리스도님" - 2007.11.25 주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성서 주간)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7-11-25 조회수519 추천수3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7.11.25 주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성서 주간) 
                                                                        
사무 하5,1-3 콜로1,12-20 루카23,35ㄴ-43

                                                     
 
 
 
"왕 중의 왕 그리스도님"
 


권위부재의 시대라지만 진정한 권위를 갈망하는 사람들입니다.

진정 권위를 지닌 이에게는
목숨을 바쳐 사랑하며 순종하고 싶은 열정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의 끊임없는 방황,
참 권위를, 순종의 대상을 찾고 있는 방황 같기도 합니다.
 
바로 삶의 중심을, 삶의 목표를, 삶의 방향을, 삶의 의미를 찾는 방황이요,
그리스도 왕을 만날 때 비로소 끝나는 방황이요 참된 자유입니다.

그리스도 왕 대축일의 제정 또한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교황 비오 11세께서 1925년,
날로 만연하는 무신론과 세속화를 경계하고
개인과 가정, 사회와 온 우주가 그리스도 왕의 통치권 아래에 있음을 강조하고자
제정한 대축일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음력 10월15일,
불교 스님들이 동안거에 들어간 날 밤의 보름달이 유난히 밝았습니다.
 
새벽 산책 중 낮같이 밝은 대지에
저절로 눈길은 하늘의 둥근 달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낮에도 온 누리를 비추는 너무 투명하고 아름다운 햇살을 보면
저절로 눈길은 하늘의 해를 향하게 됩니다.
 
낮에는 해처럼 우리 내면을 비추시고,
밤에는 달처럼 우리 내면을 비추시는 그리스도 왕이심을 깨닫습니다.
 
하늘 높은 곳에 계시지만
‘생명의 빛’으로 곳곳에 스며드는 그리스도의 평화요 사랑입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그리스도를 우리의 왕이라 고백하는 것입니다.

힘으로 위에서 지배하고 다스리는 세속의 왕이 아니라
늘 우리와 함께 계시며 끊임없이 생명과 사랑, 평화를 선사하시는,
우리 삶의 중심이자 삶의 의미이신 그리스도 왕이십니다.
 
오늘 한 해를 마감하는 연중 마지막 주일이자 그리스도 왕 대축일입니다.
 
한 해를 그리스도 왕 안에서 매듭짓고
주님의 축복을 가득 받는 날이자,
또 마지막 주간은 그리스도 왕께 대한 공부인
성경공부에 전념하는 성서주간이기도 합니다.
 
우리 수도자들 역시 오늘
“왕 중의 왕이신 그리스도께, 어서와 조배 드리세.” 초대송 후렴의 기도로
하루를 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왕 중의 왕’이신 그리스도입니다.

묵상 중 문득 생각 난 게, ‘종중의 종’이신 그리스도였습니다.
 
말 그대로 역설의 일치입니다.
 
 겉에서 보면 왕 중의 왕이신 그리스도이시지만,
안에서 보면 종중의 종이신 그리스도이셨습니다.
 
복음서 전체를 통해서는 물론이고
특히 무릎을 꿇고 제자들의 발을 닦아 주신 주님의 모습에서
종중의 종이신 그리스도의 생생한 모습을 봅니다.
 
평생을 순종과 겸손으로 하느님과 이웃을 섬기러 오신
하느님의 종이시자
우리의 종 그리스도의 사랑에 감복하여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를 왕이라 고백합니다.

다윗을 지칭했던 예언이 그리스도를 통해 완전히 실현됨을 봅니다.

“너는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되고, 이스라엘의 영도자가 될 것이다.”

겸손으로 낮아져야 높아지듯,
종중의 종으로 낮아져 목자 되어 섬김으로 왕 중의 왕,
우리의 영도자가 되신 그리스도이십니다.
 
하늘 높이에서 만나는 그리스도 왕이 아니라,
땅 아래에서 만나는 겸손과 섬김의 그리스도 왕이십니다.
 
끊임없이 우리에게 충고하시는 그리스도 왕의 다음 말씀을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겸손과 온유로 낮아져 섬길 때 눈 열려 그리스도를 만납니다.
 
아무리 신학지식 많고 직위 높아도 교만하면 도저히 주님을 만나지 못합니다.
 
오늘 복음을 보십시오.
십자가의 주님을,
‘유다인들의 왕이신 나자렛 예수’ 라는 죄명 패를 보고도
빈정대던 지도자들,
조롱하던 군사들,
모독하던 옆의 십자가에 달린 죄수,
모두가 영의 눈이 멀어 그리스도 왕이심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단 한 사람,
다른 옆의 십자가에 달려 뉘우치던 겸손한 죄수만이
그리스도 왕이심을 알아 고백했습니다.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즉시 회개한 죄수의 간절한 청원을 들어주셔서
그의 낙원 입장을 허락하시는 그리스도 왕이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있을 것이다.”

비단 이 죄수뿐 아니라
회개하여 겸손한 마음으로 이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 친히 종중의 종이 되심으로
왕 중의 왕으로 삼으신 하느님 아버지이십니다.
 
온 누리에 가득한 태양 빛, 태양열로 살아가는 만물들을 통해
저절로 눈 길 향하는 태양 같으신 왕 중의 왕이신 그리스도께 대한 감동의 고백이
골로새서의 그리스도 찬가입니다.

우리의 진정한 왕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이시며 모든 피조물의 맏이이십니다.
 
만물은 그분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 그분 안에서 창조되었고,
그분 안에서 존속합니다.
 
과연 하느님께서는 기꺼이 그분 안에 온갖 충만함이 머무르게 하셨으며,
그분을 통하여 그분을 향하여 만물을 기꺼이 화해시키셨습니다.
 
 
 
온 우주만물이, 우리의 온 역사가 그리스도 왕께 수렴됨을 봅니다.
 
온 우주만물과 온 역사의 중심이자 의미이신 그리스도 예수라는 장엄한 고백입니다.
 
이런 심오한 진리는 종중의 종처럼 낮아져 겸손해져야 영안이 활짝 열려 깨닫습니다.
 
이런 우리 삶의 중심,
삶의 목표,
삶의 방향,
삶의 의미이신 그리스도 왕을 잊어 방황이요 혼란입니다.
 
하여 미사 중 성찬전례의 마침 영광송이 그토록 감사하고 감동적입니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으로 하나 되어, 전능하신 천주 성부, 모든 영예와 영광을 영원히 받으소서.”

온 우주만물과 함께 그리스도 왕님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에 대한 찬미입니다.
우리 인생의 전부가 함축되어 있는 기도입니다.

영광스럽게도 그리스도 왕을 당신 몸인 교회의 머리로 모시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통하여,
매일 성체성사를 통해 확장되는 아드님의 나라, 하느님의 나라임을 깨닫습니다.


요즘 부쩍 교회 잡지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주제는 권위와 리더십의 문제입니다.

교회뿐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교회에서 다루는 주제에 관심이 깊습니다.
 
이제 복음적 가치가 점차 보편화 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절감합니다.
 
단적으로 진정한 권위는 ‘섬김의 권위’요,
진정한 리더십의 모델은 ‘그리스도 예수님’ 한 분 뿐이라는 것입니다.
 
하여 예수님의 리더십과 권위를 배우고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합니다.

믿는 모든 이들, 그리스도의 왕 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 왕을 본받아 겸손과 순종으로 하느님과 이웃을 섬김으로
비로소 실현되는 그리스도 왕 직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를 어둠의 권세에서 구해 내시어,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아드님의 나라로 옮겨 주셨습니다.
 
바로 이 은혜로운 미사가 그 생생한 실현입니다.
 
그리스도 왕께서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서 그리스도 왕과 함께 천국을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죽은 이들의 맏이이시며
세상 임금들의 지배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내리기를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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