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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25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성서주간) - 배광하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11-25 조회수669 추천수5 반대(0) 신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신앙

-춘천교구 배광하 신부 -

좋은신 하느님

교회 전례력의 마지막 주일이며, 위령성월의 끝 주일인 오늘, 떨어지는 낙엽과 함께 스산히 다가올 겨울을 생각해 봅니다.

이때에는 삶과 죽음, 인생의 허망함 등을 생각하게 되는데, 교회는 오히려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내며 또다시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지극히 당연한 전례력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그리스도교는 희망을 노래하는 희망의 종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저물어 가는 한해의 끝자락에 서서 우리는 또다시 참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희망을 살아야 합니다. 어둠, 스산함, 이별, 눈물, 절망 등의 단어와 삶이 아닌 기쁨, 설레임, 환희, 자유, 해방, 빛 등의 진리를 간직하며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자유와 해방과 기쁨 때문에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셨다는 진리를 생의 한 순간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구상(세례자 요한) 시인께서 예전에 하셨던 강의 내용을 소개해 드립니다.

“저는 신의 실재 문제에 대해 치열하고 처절할 정도의 내면적 자기 싸움을 한 가톨릭 시인으로 20세기 초 영국 출신 ‘프랜시스 톰슨’을 꼽습니다. 그는 아편쟁이로 빈민굴을 헤매다 죽었습니다. 그의 작품 ‘하늘의 사냥개’를 여기에 소개합니다.

나는 그로부터 도망쳤다. / 밤과 낮과 오랜 세월을 그로부터 도망쳤다. / 내 마음의 얽히고 설킨 미로에서 / 눈물로 시야를 흐리면서 도망쳤다. / 나는 웃음 소리가 뒤쫓는 속에서 / 그를 피해 숨었다. / 그리고 나는 푸른 희망을 향해 / 쏜살같이 날아 올라갔다가 / 그만 암흑의 수렁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 그리고 틈이 벌어진 공포의 거대한 어둠으로부터 / 힘센 두 발이 쫓아왔다. / 서두르지 않고 흐트러짐이 없는 걸음으로 / 유유한 속도, 위엄 있는 긴박감으로 / 그 발자국 소리는 울려왔다. / 이어 그보다도 더 절박하게 울려오는 한 목소리, / 나를 저버린 너는 모든 것에게 저버림을 당하리라! <후략>

이 시인은 하느님을 하늘의 사냥개로까지 비유했습니다. 하느님께서 마치 하늘의 사냥개처럼 아무리 달아나고 뿌리치고 숨어도 자꾸 따라온다고 하였습니다. 시인 자신은 신을 멀리하고 싶고, 부정하고 싶고, 벗어나고 싶어도 따라오고 뒤쫓아오고, 벗어날 수 없는 하느님을 마치 저주하듯 노래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을 창조하신 하느님을 떠나 살 수 없습니다. 제발 하느님을 너무하신 분으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독생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아낌없이 보내신 분이십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참된 왕으로 세워주신 분이십니다.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지내며 우리가 또다시 생각해야 할 것은 이토록 소중한 신앙을 주신 주님께 깊이 감사드려야 하며 간직해야 합니다.

▶ 간직해야 할 신앙

“믿음 덕분에,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가 서 있는 이 은총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로마 5, 2)

자주, 그리고 진실로 하느님을 고마운 분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결코 우리의 신앙을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각오로 모든 유혹에 대항해야 합니다. 서울대학교의 최재천 교수님은 토종 생물과 외래종에 대한 연구에서 이 같은 주장을 역설하셨습니다.

“도입종들이 모두 잘 적응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실, 절대 다수는 낯선 땅에 발도 제대로 붙여 보지 못하고 사라진다. 정말 아주 가끔 남의 땅에서 들풀에 붙은 불길처럼 무섭게 번져나가는 것들이 있어 우리의 주목을 받을 뿐이다. 그렇게 남의 땅에서 의외의 성공을 거두는 종들은 대게 그 땅의 특정 서식지에 마땅히 버티고 있어야 할 종들이 쇠약해진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것들이다. 토종이 제자리를 당당히 지키고 있는 곳에 쉽사리 뿌리 내릴 수 있는 외래종은 거의 없다.”

생물의 세계도 이러할진대 인간 영혼의 세계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우리의 소중한 신앙을 간직하는 강한 뿌리가 내려져 있는데, 어떤 이단과 유혹이 우리의 신앙을 넘어 오겠습니까?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요한 18, 37)

모든 진리의 시작이며 끝이신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진리를 세상에 펼치셨는데, 우리가 또다시 따라야할 어떤 진리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입니까? 그분의 왕국이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는 그 왕국의 백성이 되었는데 또다시 어떤 유혹이 우리를 미혹시킨다는 것입니까? 이를 알고 따르는 것이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살아가는 그분 백성의 자세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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