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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14일 야곱의 우물- 마태 11, 16-19 묵상/ 함께 기뻐하는 잔치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14 조회수504 추천수6 반대(0) 신고

함께 기뻐하는 잔치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이 세대를 무엇에 비기랴? 장터에 앉아 서로 부르며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과 같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가슴을 치지 않았다.’ 사실 요한이 와서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자, ‘저자는 마귀가 들렸다.’ 하고 말한다.
 
그런데 사람의 아들이 와서 먹고 마시자,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 하고 말한다. 그러나 지혜가 옳다는 것은 그 지혜가 이룬 일로 드러났다.”
(마태 11,16-­19)
 
김명희(이화여자대학교 생명의료법인연구소)
◆제 어릴 적 기억에 아이들은 생일잔치를 따로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니 어머니나 아버지의 생일도 특별하게 지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저 생일날에는 다른 식구들보다 더 수북이 담은 흰쌀밥과 미역국을 대접하는 정도였습니다. 그게 생일잔치의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이들을 키울 무렵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의 생일에는 흰쌀밥에 고기를 넣은 미역국은 물론이고 생일 케이크를 반드시 사야 했습니다. 촛불을 나이 수대로 밝히고 소원을 빌면서 축하노래를 부르고 함께 촛불을 껐습니다.
 
한데 요즘 아이들 생일잔치는 또 달라졌습니다. 더 대단해지고 더 요란스러워졌습니다. 한번은 한다 하는 가족 식당에 큰맘 먹고 아이들이랑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갑자기 식당 한편에서 기타와 탬버린 소리가 나면서 흥겨운 음악이 울려 퍼졌습니다. 둘러보니 어느 꼬마의 생일을 축하하는 이벤트가 식당 측 배려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알록달록한 유니폼을 입은 일단의 직원이 꼬마를 둘러싸고 기타를 치고 탬버린을 울립니다.
 
식탁 위에는 예쁜 생일 축하 케이크가 놓여 있습니다. 주인공 꼬마는 고깔모자를 쓰고, 젊은 엄마 아빠는 둥실둥실 떠오르는 빨강·노랑·파란색 풍선을 들고 있었습니다. 빠른 박자의 음악에 맞추어 축하노래가 울려 퍼지고, 작지만 여러 발의 폭죽도 터집니다. 노래가 끝나자 주변 사람들은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박수를 쳤습니다, 그 아이를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갑자기 식당 안은 흥겨움이 넘쳐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식구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만일 식당 직원들로 구성된 생일 축하팀이 기타를 신나게 치고 탬버린을 흔들며 노래를 불러도 주인공 꼬마는 큰소리로 울어대며 보채고, 엄마는 아이에게 울음을 그치라고 소리를 질러대고, 옆자리 손님들은 시끄럽다고 찡그린 얼굴로 돌아보면서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지른다면 식당 안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직원들을 시켜 생일잔치를 마련해 주는 식당 주인은 얼마나 황당했을까요? 흥겨운 잔치를 마련해 준 주인의 입장에서는 모든 이들이 잔치에 흥겹게 참여하기를 바라면서 나름대로 신경을 쓰고 투자했는데 말입니다.
 
식당 주인은 성의를 다해서 생일잔치를 준비했는데 사람들은 그저 자신이 먹을 음식에만 관심을 쏟거나 무표정한 얼굴로 기다렸다가 음식만 먹어치운다면 그런 썰렁한 분위기는 즐거움이라기보다는 고역이겠지요? 문득 생일잔치를 차려준 식당 주인이 오늘 복음을 들려주시는 하느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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