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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24일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 기념일 - 양승국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11-24 조회수564 추천수8 반대(0) 신고
 

11월24일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 기념일-루가 20,27-40


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살아있음, 눈물겨운 환희>


   장수(長壽)하는 것이 복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 합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동 시대 사람들이 다 떠났는데도 불구하고 홀로 300살까지 살았다고 가정해보시죠.


   나이가 300살 정도 되면 그 분은 사람이 아니라 유령일 것입니다. 숨만 붙어있다 뿐이지, 사람으로서의 형상도 제대로 남아있지 않을 것입니다. 에너지가 완전히 다 빠져나간 미이라 같은 존재, 하루 온종일 누워있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식물인간일 것입니다.


   동고동락했던 사람은 다 떠나고, 이제 손자의 손자, 그 손자의 또 손자들과 살아야만 하는 고독하기 그지없는 존재일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끼치는 민폐는 또 얼마나 큰 것이겠습니까?


   눈만 뜨면 기자들이 찾아올 것입니다. 도대체 저 인간은 언제 죽을 것인가, 잔뜩 기대하면서 해외토픽이나 기네스북에 실으려고 다들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쯤 되면 오래 산다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일 것입니다. 적당히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나는 것, 그것은 자연의 순리이고, 서로를 위해서 좋은 일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의미에서 아직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은 축복 중의 축복입니다.


   소규모 피정이 있어서 잠시 바닷가를 다녀왔습니다. 내려갈 때 일부러 바다를 낀 한적한 국도를 타고 내려갔습니다.


   한적한 국도를 타며 주변 경관을 살펴보니 이미 가을이 떠나가고 있었습니다. 도로변에는 밤새 떨어진 낙엽들로 가득합니다. 잎사귀들을 떠나보낸 늦가을 나무들은 무척이나 외로워 보입니다. 그러나 무성했던 나뭇잎들을 떠나보낸 자리에 늦가을의 청명한 하늘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최근에 새로 생긴 큰 방조제 2개를 만나게 되는데, 그 크기가 어마어마합니다. 차를 갓길에 주차시켜놓고 방조제 위로 올라갔더니, 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잔잔한 서해바다 위로 무수한 철새들이 군무를 추고 있었습니다. 파란 하늘아래 펼쳐지는 ‘특별 쇼’를 오랫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마냥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절경 위에서 펼쳐지는 생명의 환희를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눈물겹도록 감사한 일이로구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개똥밭을 굴러도 살아있는 것이 낫다. 죽은 정승보다 살아있는 강아지가 더 낫다는 말도 있습니다. 일단 살아있어야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일단 목숨이 붙어있어야 회개할 수도 있고, 새 출발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살아있어야 하느님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것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참으로 대단한 일입니다. 우리가 매일 아침 습관처럼 눈을 뜨기에 당연한 일이려니 하고 생각하지만, 오늘 아침에만 해도 다시 눈뜨지 못하고 세상을 뜨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비록 고달프다 하더라도 살아있다는 것은 참으로 눈물겨운 일입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신비입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눈부신 환희입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할 일입니다.


   아직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셨다는 표시입니다. 이아침 우리가 다시 눈을 떴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다시 한 번 우리에게 기회를 주셨다는 표시입니다.


   오늘이란 선물이 우리에게 주어졌다는 것은 아직도 하느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비를 거두지 않으셨다는 표현입니다.


   우리 평생의 과제는 삶이 눈물겹게 소중한 것임을 아는 노력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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