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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2일 대림 제1주일 - 양승국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02 조회수908 추천수7 반대(0) 신고
 

 12월 2일 대림 제1주일 - 마태오 24,37-44


“너희는 준비하고 깨어 있어라”


<사랑만이 살 길>


   그 참혹했던 대구 지하철 참사가 발생한 지도 꽤 세월이 흘렀습니다. 당시 온 나라를 뒤덮었던 분노도, 슬픔도 점점 우리 기억에서 사라져갑니다. 이제 온전히 남은 것은 살아있는 가족들의 슬픔뿐인 듯 합니다. 아비규환 속에서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온 생존자들이 당시 받은 충격으로 인한 악몽과 싸움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금쪽같은 자식들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들은 죽음과도 같은 나날들을 겨우겨우 견뎌내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자식의 죽음 앞에서는 시간도 결코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남매를 한꺼번에 잃은 한 부부는 아직도 자녀들의 부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지금껏 단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아이들이 왜 그렇게 허망하게 먼저 가야 했는지… 아직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해 방황을 거듭하던 부부의 머릿속에 퍼뜩 이렇게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건 억울하게 먼저 떠난 자식들에게 차마 보일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찾자. 우리 아이들에게 미처 다 쏟지 못한 사랑을 누군가에게 주자. 사랑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을 테니'하고 수천 번도 더 다짐하면서 부부는 조금씩 마음을 잡아나갔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떠난 빈자리에 더 큰 사랑을 필요로 하는 한 아이를 받아들였습니다. 한 가련한 어린아이를 입양한 것입니다. 부부는 새 아이를 통해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사랑만이 끝내 절망을 치유할 수 있다는 진리를 말입니다.

  

   두 분은 매달 자녀들의 흔적이 담겨있는 납골당을 찾아갈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자녀들과 나눈답니다.


   "우리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렇게 착했던 너희들이 먼저 떠난 건, 남은 우리보고 그만큼 좋은 일 더 많이 하고 오라는 뜻이겠지? 그래, 엄마, 아빠가 그때까지 힘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게. 그러니 너희도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야 한다"(이준희, 「세상 속으로」, 이문당 참조).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죽음과도 같은 나날을 보내던 부부가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참으로 눈물겹습니다. 그 모진 고통 속에서도 '사랑만이 살길이다'며 어린아이를 입양해서 친자식처럼 키우고 계시는 두 분의 삶이 거룩해 보입니다. 애통함을 넘어 처절한 나날을 견뎌가면서도 아이들을 자신들보다 먼저 불러가신 하느님 뜻을 찾아나가는 두 분의 신앙이 진정 부럽습니다.


   오늘 대림 제1주일을 맞아 예수님께서는 마지막 날이 언제일지 모르니 늘 깨어 준비하고 있으라고 당부하고 계십니다. 또 바오로 사도는 로마서를 통해 '깨어 준비하고 있음'이 어떤 상태인지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밤이 거의 새어 낮이 가까웠습니다. 그러니 어둠의 행실을 버리고 빛의 갑옷을 입읍시다. 진탕 먹고 마시고 취하거나 음행과 방종에 빠지거나 분쟁과 시기를 일삼거나 하지 말고 언제나 대낮으로 생각하고 단정하게 살아가십시오.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온 몸을 무장하십시오."


   대림절을 시작하는 우리에게, 마지막 날을 준비해야 할 우리에게 참으로 적절한 권고요 탁월한 행동지침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가 비록 죽음과도 같이 힘겨운 나날이라 할지라도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건네주신 '오늘'이란 선물에 의미를 부여하며, 빛의 자녀답게 최대한 밝고 단정하게 살아가려는 삶이야말로 주님의 날에 합당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끝도 없는 고통 그 한가운데를 걸어가면서도 '사랑만이 내가 살길이다'고 수백 번, 수천 번 다짐하는 길, 어렵지만 또 다시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온 몸을 무장하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길, 그 길이야말로 주님께서 원하시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결국 주님의 날을 잘 준비한다는 것은 매일의 좌절과 실의, 죽음과도 같은 슬픔을 잘 견뎌내는 일이며, 나란 존재의 부족함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계속되는 환난과 시련 속에서도 기꺼이 하루를 살아 주님께서 오시는 날이 공포와 멸망의 순간이 아니라 기쁨과 감사의 순간, 은총과 희망의 순간이 되길 기원합니다.


   그 마지막 날은 오랜 세월 우리가 품어왔던 모든 두려움과 고통, 십자가가 영원한 삶으로 승화되는 순간이 될 것입니다. 그날은 하느님께서 우리 눈에서 모든 눈물을 씻어주시는 날, 하느님 얼굴을 마주 뵙는 은총에 너무 기뻐 뛰노는 날이 될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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