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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1일 야곱의 우물- 루카 21, 34-36 묵상/ 스스로 만든 근심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01 조회수524 추천수8 반대(0) 신고

스스로 만든 근심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그리고 그날이 너희를 덫처럼 갑자기 덮치지 않게 하여라. 그날은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들이닥칠 것이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루카 21,34-­36)
 
김인숙 수녀(살레시오 수녀회)
◆지난 여름 터키 실크로드 답사를 다녀왔다. 여행 중에 겪었던 체험을 바탕으로 오늘부터 12월 10일까지 복음을 묵상해 보려고 한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나의 마음엔 설레임만 가득하진 않았다. 겁이 많은 성격 탓에 여행 날짜가 다가올수록 점점 불안이 커져갔다. 이런 와중에 함께 사는 수녀님의 “조심하세요. …`요즘 이슬람교 나라들 위험하지 않나요?”라는 한마디는 나를 발끈하게 만들었다. 그분 말씀은 틀림없이 나의 여행길에 대한 염려였으리라. 그러나 내 마음 깊이 자리하고 있던 ‘무사히 다녀와야 할 텐데….’ 하는 불안에 오히려 불을 지피는 격이 되었다.
 
비행기는 정한 날짜에 하늘을 향해 날았다. 그런데 ‘혹시나’ 했던 불안이 ‘역시나’ 첫날 중국 북경에서 문제가 생겼다. 쏟아지는 비 때문에 비행기 환승이 다음날 새벽 6시로 연기된 것이다. 우리는 하룻밤을 꼬박 공항대합실에서 보내야 했다. 대합실의 넓은 창 밖으로 밤비가 줄기차게 내렸다.
그때 동행인 중 한 분이 중국산 배갈 한 병을 사서 모두에게 한 잔씩 돌렸다. 분위기는 금방 화기애애해졌다.
 
동행자 34명의 정담은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면서 밤새 계속되었다. 다음날 아침,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소중한 이웃으로 변해 있었다. 그제야 집을 나설 때 “수녀님! 멋진 여행하고 오세요. 기도할게요.” 파이팅을 외쳐준 어느 수녀님의 목소리가 새삼스럽게 들려왔다.
 
“근심으로 너의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주어진 기쁨을 스스로 만든 근심과 불안에 반납해 버리는 경우가 없는지, 또 내가 한 말이 남의 기쁨에 찬물을 끼얹거나 흐려놓지는 않는지 돌아보았다.
 
위험천만한 일도 있었다. 안티트로스 산맥 동쪽 기슭, 넴루트다이로 이동할 때 갑자기 ‘펑’ 소리가 났다. 버스 바퀴가 터진 것이다. 바지선 타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큰일이었다. 그 배를 놓치면 여행 스케줄에 차질이 생겨 보통 복잡해지는 게 아니었다. 부랴부랴 바퀴를 갈아끼우고 우여곡절 끝에 바지선을 탔으며, 다시 버스로 산길을 올라가 호텔에 도착했다.
 
다음날 새벽, 넴루트 산에 있는 거대한 무덤 유적지를 보고 하란으로 가려는데 또다시 버스에 문제가 생겼다. 바퀴는 괜찮으나 너트 하나가 빠져 아무래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봉고차에 나누어 탔다. 그런데 그 봉고는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았다. 섭씨 38도가 넘은 무더위에`….
 
내려오면서 좁은 산길 양옆을 보니 완전히 절벽이었다. 칠흑 같은 밤이어서 어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세상에, 이 아찔한 길을 너트가 빠진 버스로 올라왔다는 것인가. 소름이 끼쳤다. 어젯밤, 칼 같은 절벽 위를 고장 난 대형차로 사고 없이 올라온 것을 생각하면 오늘 하루 찌는 더위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깨어 산다는 것은 사건과 만남 속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아내는, 곧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이끄는 믿음의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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