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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만남의 여정(旅程)"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7-11-20 조회수793 추천수2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7.11.20 연중 제33주간 화요일
                                                
마카 하6,18-31 루카19,1-10

                                                        
 
 
"만남의 여정(旅程)"
 


지난 밤 내린 첫 눈으로 온 누리가 하얗습니다.

하느님은 흰 눈의 순결한 마음으로 우리를 만나러 오셨습니다.
하늘과 만남의 기쁨을 설화(雪花)로 가득 피어낸 만추의 나목(裸木)들은
말문을 잃고 있습니다.

‘외롭다’ ‘그립다’ ‘심심하다’라는 인간의 숙명과도 같은 근원적 정서들,
모두가 무한한 만남의 욕구를 반영합니다.
 
이런 만남의 욕구가 있는 한
인간은 영원히 외로워하고, 그리워하고 심심해 할 수뿐이 없습니다.
 
누군가, 무언가 만나고 싶어 방황입니다.
만나고 싶은 외로움이요, 만나고 싶은 그리움이요, 만나고 싶은 심심함입니다.

이런 만남의 뿌리에 주님이 계십니다.
만남의 종착지인 주님이십니다.

결국 우리의 모든 만남은 생명의 주님을 지향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하여 이런저런 만남들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 만남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
결국은 주님을 만나야 충족되는 행복입니다.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는 그리운 이들과 달리
주님은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만날 수 있어 좋습니다.
오늘 복음의 자캐오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강렬한 만남의 욕구로 하면 어제의 길가에 앉아 구걸하던 눈 먼 이와 흡사합니다.
 
두 사람 다 우리의 가난한 실존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긴절히 주님을 찾을 때 주님을 만납니다.

하느님을 찾는 사람이자
사람을 찾는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자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는 하느님이십니다.
마침내 키 작은 세관장 자캐오는 돌 무화과나무 위에 올라갔고
그 곳을 지나가시던 주님과 눈길이 마주칩니다.
 
즉시 주님은 돌 무화과나무 위의 자캐오를 보시며 말씀하십니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자캐오와 주님과의 감동적인 만남입니다.
그 많은 군중 속에서 주님을 참으로 만난 이는 자캐오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만남에 따른 회개와 치유의 내적변화, 이게 구원입니다.
 
외적으로야 예전과 똑같은 키 작은 세관장 자캐오이지만
내적으로 자유롭기는 예전의 자캐오가 아닙니다.
 
새삼 삶의 깊이는 만남의 깊이임을 깨닫습니다.

“보십시오, 주님!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 것을 횡령하였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

자캐오의 내외적 변화에 주님은 즉각 구원을 선언하십니다.

“오늘 이집에 구원이 내렸다!”

한 번의 만남이 아니라 끊임없는 만남의 여정 중에 있는 우리들입니다.
 
우리의 정주생활 역시 끊임없이 주님을 만나야 매일이 새 하늘, 새 땅입니다.
매일, 매 순간 주님을 만나지 않으면
곧 정주는 타성에 젖은 안주의 나태한 삶이 되어버립니다.
 
무기력, 무의욕, 무관심 모두가 만남의 결핍에서 기인합니다.

밖으로는 산 같은 정주의 삶으로,
안으로는 끊임없이 하느님 향해 흐르는 맑은 강으로 살기위해
주님과의 끊임없는 만남은 필수입니다.
 
이래서 주님과의 끊임없는 만남을 위해
의도적으로 매일 규칙적인 성무일도와 미사를 배치하는 것입니다.

1독서의 훌륭한 율법학자 엘아자르가 젊은이들뿐 아니라 온 민족에게
자기의 죽음을 고결함의 모범과 덕의 귀감으로 남기고 순교할 수 있었던 것도
평소 율법의 충실한 준수로
주님과의 끊임없는 만남을 통해
자신의 삶을 잘 추슬렀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오늘도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주님과의 만남을 통해 살아나는 우리의 영혼, 육신에
새롭게 열리는 새 하늘과 새 땅의 하루입니다.

“주님, 저에게 생명의 길을 가르치시니,
  주님 앞에서 넘치는 기쁨을 누리리이다.”(시편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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