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그리스도의 시] 성모님의 복되신 별세
작성자장병찬 쪽지 캡슐 작성일2006-01-25 조회수632 추천수0 반대(0) 신고

예수님께서는 훗날 옷타비오 신부에게 이글은 자신이 저자라고 밝혔으며 ('아들들아, 용기를 내어라' 3권 11페이지, 가톨릭출판사), 마리아 발또르따를 통해 '환시'와 '받아쓰기'를 통한 글입니다.
   
(출처: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시, 원제: Il Poema dell'Uome-Dio )


[성모님의 복되신 별세]

옥상에 높이 서 있는 당신 혼자 계시는 작은 방에 계신 성모님은 온통 흰 아마포옷을 입으셨다. 몸 전체를 감싼 옷도, 목 아랫쪽에서 채워져서 어깨 뒤로 흘러내린 겉옷도, 머리에서 늘어진 아주 고운 베일도 모두 희다. 성모님은 당신 옷들과 늘 보존해 오는 예수의 옷들을 정리하시는 중이다. 제일 좋은 것들을 고르시는데, 별로 없다. 당신 옷 가운데에서는 갈바리아산에서 입으셨던 옷과 겉옷을 꺼내시고, 아드님의 옷 가운데에서는 여름에 늘 입으시던 아마포옷과 게쎄마니 동산에서 찾아낸 겉옷을 꺼내시는데, 겉옷에는 그 무서운 시간에 흘렸던 피와 피땀의 얼룩이 아직 남아 있다.
그 옷들을 정성스럽게 개키고 , 당신의 예수의 피로 얼룩진 겉옷에 입맞춤하신 다음 궤있는 쪽으로 가신다. 그 궤속에는 이제는 여러 해가 지났지만, 최후의 만찬과 수난의 유물들을 모은 것이 보존 되어 있다. 성모님은 모두를 한칸, 즉 윗칸에 모아 놓으시고, 모든 옷은 아랫칸에 넣으신다.
성모님이 궤를 닫고 계신데, 요한이 소리없이 옥상으로 올라와서 성모님이 무엇을 하시는지 보려고 앞으로 나아왔다. 성모님이 아침나절 시간을 보내기로 되어 있는 부엌에 오랫동안 안 오시는 것이 아마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어머니 뭘 하세요?"
하고 묻는 바람에 성모님이 돌아보신다.
"보존할 필요가 있는 모든 것을 정리했다. 모든 기념되는 물건들… 예수의 무한한 사랑과 고통을 증언하는 모든 것을."
"어머니, 왜 그 마음아프게 하는 물건들을 다시 보셔서 마음의 상처를 다시건드리십니까? 얼굴이 창백하고 손을 떠시는군요. …그럼 그것들을 보시는 것이 고통스러우십니까?" 요한은 성모님이 그렇게 창백하고 떨고 계시기 때문에 기분이 언짢아서 쓰러지실까봐 걱정되는 것처럼 성모님께로 다가가면서 말한다.
"아! 아니다. 이 때문에 창백하고 떨리는 것이 아니다. 내 상처가 다시 터져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사실은 내 상처가 결코 완전히 아물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 안에는 평화와 기쁨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지금같이 완전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지금 같은 적이 없었다구요? 저는 못알아 듣겠습니다. …저는 끔찍한 추억이 가득 담긴 이 물건들을 보기만 해도 그 때의 괴로움이 다시 살아나는데요. 그래서 저는 제자에 지나지 않지만, 어머니는 예수님의 어머니이신데요…."
"그러니까 네 말은 내가 어머니인 만큼 더 괴로워할 것이란 뜻이지. 인간적으로는 네 말이 옳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나는 예수와 헤어지는 고통을 참아받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예수가 내 가까이에 있는 것이 지상낙원이었으니까 헤어지는 것이 항상 고통이 되기는 했다. 그러나 또한 자발적으로 차분하게 참아받기로 했다. 그것은 예수가 하는 것은 모두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이었고,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도 그것을 받아들인 것은 나도 항상 내게 대한 하느님의 뜻과 계획에 순종했기 때문이다. 예수가 나를 떠날때에 나는 분명히 괴로웠고, 외로움을 느꼈다, 예수가 어렸을 때 성전의 박사들과 토론하려고 나를 몰래 떠났을 때 내 고통이 정말 얼마나 심했는지는 하느님만이 헤아리실 수 있었다. 그렇지만 어머니인 내가 나를 그렇게 떠난 데 대한 당연한 질문을 한 것 외에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또 이와마찬가지로 예수가 선생이 되기 위해 나를 떠났을 때에도 말리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남편을 벌써 잃었고, 몇 사람만 뻬놓고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읍내에 혼자  있는 처지였다. 그리고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가 그렇게 대답한 대 대해서도 놀라움을 표시하지 않았다. 예수는 아버지의 뜻을 행하고 있었다. 나는 예수가 아버지의 뜻을 마음대로 하게 그냥 내버려두었다. 나는 의견을 말하거나 부탁을 하거나 할 수 있게 되었었다. 제자들에 대한 의견과 어떤 불행한 사람들을 위한 부탁을, 그러나 그 이상의 일은 하지 않았다. 예수가 나를 떠나 세상을 두루 다닐때에 나는 괴로웠다. 그세상에 사는 것이 예수에게는 괴로움이 될 만큼 세상은 그에게 적대적이고 죄가 많았었다. 그러나 예수가 내게 돌아올 때에는 얼마나 기뻤는지! 정말이지 그 기쁨은 너무나 커서 이별의 고통을 일곱 번씩 일흔이나 벌충해 주는 것이었다. 예수가 죽은 다음에 있는 이별의 고통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예수가 부활해서 내게 나타났을 때의 기쁨을 무슨 말로 말할 수 있겠느냐? 예수가 아버지께로 올라감으로 인해서 헤어진 데서 오는 마음의 고통도 엄청나고, 이고통은 이 세상에 사는 내 생명이 다할 때에야 비로소 끝날 것이다. 이제는 내가 다 살았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기쁨에 잠겨 있다.고통이 엄청났던 것처럼 엄청난 기쁨에. 나는 이 땅에서의 내 사명을 다했다. 다른 사명, 즉 하늘에서의 사명은 끝이 없을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나도 내 예수와 같이 내가 해야 할 일을 다할 때까지 이 세상에 남겨 두셨다. 그리고 나도 예수가 '이제 다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었을 때 느꼈던 그 은밀한 기쁨, 그 지극히 고통스러운 마지막의 격렬한 아픔을 달래는 오직 한방울의 향유였던 그 은밀한 기쁨을 내안에 느꼈다."
"예수님께 기쁨이 있었다구요? 그 시간에요?"
"그렇다. 요한아. 사람으로서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벌써 하느님의 빛 속에서 살아서, 그 빛의 덕택으로 영원하신 분께서 왕으로서의 당신을 비밀 위에 덮으신 베일 밑에 숨겨진 일들을 보는 사람으로서는 이해할 수 있는 기쁨이다. 그 사건들로 인해서 가슴아파하고 깜짝 놀라고,. 내 아들과 같이 하느님께 버림을 받았다고 느끼던 나는 그 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 시간에는 빛이 모든사람에게 꺼졌었다. 예수를 받아들이기를 원치 않은 모든 사람에게 내게도 꺼졌었다.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공동 속죄자가 되어야 하므로, 나도 하느님의 위안을 받지 못한다는 고민과 암흑과 고뇌와 예수가 말한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믿지 못하게 하려는 사탄의 유혹과 예수가 목요일에서 금요일에 걸쳐 정신으로 겪은 모든 고통을 나도 겪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후 나는 깨달았다. 영원히 부활한 빛이 내게 나타났을 때 나는 깨달았다. 모든 것을. '나는 아버지께서 하라고 시키신 것을 다하였다. 나는 나 자신을 희생으로 바칠 정도로 아버지를 사랑하고, 사람들을 위하여 죽을 정도로 그들을 사랑함으로써 하느님의 사랑의 한도를 채웠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다하였다. 나는 비록 죄없는 내 육체는 갈기갈기 찢겼지마는 만족스러운 정신을 가지고 죽는다' 고 예수가 말할 수 있었을 때 그리스도의 은밀한 극도의 기쁨까지도 느꼈다. 나는 영원으로부터 내가 해야 할 것이라고 씌어진 것을 모두 행했다. 구세주를 낳음으로부터 그의 사제들인 너희가 완전히 성숙하도록 너희에게 주는 도움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교회가 조직되고 강하게 되었다. 성령께서 이 교회를 비추시고, 최초의 순교자들의 피가 견고하게 하고 불어나게 하며, 내 도움이 이교회를 거룩한 조직체가 되게 하는 데 이바지한다. 이 거룩한 조직체를 하느님과 형제들에게 대한 사랑이 점점 더 강하게 하고, 여기에는 증오와 원한과 질투 같은 사탄의 잡초가 돋아나지 않는다. 하느님께서는 이것을 기쁘게 생각하시고, 너희들이 이것을 이 입에서 듣기를 원하시며, 또 너희들이 더 완전해지기 위해서, 또 그리스도인의 수가 늘어나고 교회가 더 힘있게 퍼지기 위해서 계속해서 사랑이 커지도록 하라는 말을 내가 너희들에게 해 주기를 원하신다. 예수의 가르침은 사랑의 가르침이었기 때문이고, 예수의 생활도 내 생활도 항상 사람의 인도를 받고 사랑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무도 물리치지 않았고 모든 사람을 용서했다. 오직 한사람에게만 용서를 줄 수 없었는데, 그것은 그가 증오의 노예가 되어 우리의 한없는 사랑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예수가 죽기 전 마지막 작별을 할 때에 너희들에게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주었다. 또 너희들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너희들이 서로 가져야 할 사랑의 정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일러주었다. '내가 너희들을 사랑한 것과 같이 너희들도 서로 사랑하여라. 이것으로써 사람들은 너희들이 내 제자임을 알 것이다' 하고 교회가 살고 커지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다. 특히 그 사제들에게 사랑이 필요하다.  만일 너희들이 온 힘을 다해서 서로 사랑하지 않고, 또 이와 마찬가지로 너희 형제들을 주님을 통해 사랑하지 않으면, 교회가 열매를 맺지 못할 것이고, 인간을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들과 하늘나라의 공동 상속자의 지위로 새로 창조하는 것, 즉 인간의 초창조(初創造)가 어렵고 약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너희가 사명을 다하도록 도와 주시는 것을 그만두실 것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다. 하느님께서 하신 모든 것은 사랑으로 이루어졌다. 창조에서 강생에 이르기까지, 강생에서 구속에 이르기까지, 구속에서 교회의 설립에 이르기까지, 마침내 모든 의인들이 주님 안에서 몹시 기뻐하도록 그들을 모아놓을 천상의 예루살렘에 이르기까지. 내가 네게 이 말을 하는 것은 네가 사랑의 사도이고, 그래서 다른 사도들보다도 이 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한이 성모님의 말을 막는다. "다른 사도들도 사랑하고 또 서로 사랑합니다."
"그렇다. 그러나 너는 더할 나위 없이 사랑하는 사람이다. 너희들 각자는 항상 자기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피조물의 경우에도 그런 것과 같이 말이다. 그런데 너는 열두 사람 중에서 사랑이었고, 순결한, 초자연적인 사랑이었다. 하기는 아마 네가 그렇게 순결하니까 그렇게까지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겠지. 한편  베드로는 항상 남자다웠고, 솔직하고 과격한 사람이었다. 그의 동생 안드레아는 형과 정반대로 말수가 적고 소심했다. 네 형 야보고는 예수가 천둥의 아들이라고 부를 정도로 성질이 격렬했다. 예수의 사촌형제인 야보고는 의롭고 영웅적인 사람이었고, 그의 동생 알패오의 유다는 항상 고상하고 성실했다. 그에게서는 다윗의 후예라는 것이 분명히 나타났다. 필립보와 바르톨로메오는 전통에 집착하는 사람들이었고, 열성당원 시몬은 신중한 사람이었고, 토마는 온화한 사람, 마태오는그의 과거를 생각하고 눈에 띄지 않고 지내려고 애쓰는 겸손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가리옷 사람 유다는 슬프게도 그리스도의 양떼의 검은 양이었고, 예수의 사랑으로 몸이 녹은 뱀인 그는 항상 사탄과 같은 거짓말쟁이였다. 그러나 온전히 사랑인 너는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멀리 떨어져 있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의 목소리가 되어, 그들에게 내 마지막 충고를 말해줄 수 있다. 그들에게 서로 사랑하고, 그들을 박해하는 사람들까지도 포함한 모든 사람을 사랑해서 하느님과 하나가 되도록 하라고 말해라. 마치 내가 영원한 사랑의 정배로 선택되어 그리스도를 잉태할 자격을 얻을 정도로 하느님과 하나가 된 것과 같이 말이다. 나는 그렇게 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고통이 내게 오겠는지를 이내 깨달았으면서도 나를 남김 없이 하느님께 바쳤다. 예언자들이 내 정신에 와 있었고, 하느님의 빛은 그들의 말을 내게 매우 명백하게 해주었다. 따라서 천사에게 '그대로 되기를 바랍니다' 하고 처음에 말할 때부터 한 어머니가 견딜수 있는 고통 중에서 가장 큰 고통에 나를 바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내 사랑에 한계를 만들어 놓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것은 사랑이 그것을 실천하는 어떤 사람에게나 힘과 빛이고, 위로 잡아끄는 자석이고, 그것을 불태우는 것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불이어서, 그것이 끌어안는 모든 사람에 있어서는 인간적인 것을 변화시키고 초월하게 한다는 것을 내가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 사랑은 실제로 불꽃이다 낡아빠진 것은 찌꺼기이건, 쓰레기이건, 나약한 인간이건 모두 부숨으로써 깨끗하고 하늘에 어울리는 영을 만드는 불꽃이다. 얼마나 많은 찌꺼기를 , 더럽혀지고 물어뜯기고 끝장이 난 사람을 너희들이 복음을 전하는 길에서 얼마나 많이 만나겠느냐! 그들 중에서 아무도 업신 여기지 말고 오히려 사랑해서 그들이 사랑을 찾아와서 구원을 받게 해라. 그들에게 사랑을 부어 주어라. 사람이 나쁘게 되는 것은 아무도 그를 도무지 사랑하지 않거나 제대로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너희들은 많은 물건이 속이 비게 하고 더럽힌 그 성전들을 깨끗하게 한 다음에 성령께서 다시 와서 사시게 하도록 그들을 사랑해라.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창조하시는데 천사나 고급재료를 쓰지 않으셨다. 하느님께서는 진흙이라는 가장 비천한 물질을 쓰셨다. 그런 다음 그 진흙에 당신의 입김을, 즉 당신의 사랑을 또 불어넣으셔서 비천한 물질을 하느님의 양자라는 높은 지위에 올리셨다. 내 아들은 그가 가는 길에서 진흙에 빠진 많은 인간 찌꺼기를 발견했다. 그러나 그들을 업신여겨서 발로 짓밟지 않고, 오히려 거두고 받아들여서 하늘의 간택된 사람들을 만들었다. 그것을 항상 기억하고 그가 한 것과 같이 해라. 내 아들의 행동과 말 모두를 기억해라. 그것들을 살아라, 즉 그것들을 실천에 옮겨라. 그리고 그것들을 글로 써서 세상 끝날 때까지 올 사람들을 위해 남아 있게 하고, 마음이 착한 사람들에게 항상 영원한 생명과 영광을 얻는데 길잡이가 되게 해라. 너희들은 물론 생명과 진리의 영원한 말씀의 빛나는 말 전부를 옮길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구세주를 세상에 주도록 하시려고 내게 내려오신 하느님의 성령, 너희들에게 첫 번째와 두 번째 내려오신 하느님의 성령께서 너희들이 기억하고 군중에게 말하는 일을 도우셔서 그들을 참 하느님께로 회개시키게 해주실 것이다. 너희들은 이렇게 해서  갈바리아산 위에서 내가 시작한 영적인 모성을 계속해서 많은 자녀를 주님께 낳아드릴 것이다. 그리고 다시 창조된 주님의 자녀들 안에서 같은 성령께서 말씀으로 그들을 굳세게 하실 것이니 이미 스테파노와 야보고, 내 야보고와 또 다른 여러 사람이 그렇게 한 것과 같이 그리스도께 대한 그들의 사랑을 공공연하게 고백하고 하늘나라에 있는 그리스도께로 가기 위해 고통 중에서 죽고, 귀양살이와 박해를 겪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도록 하실 것이다, …네가 혼자 남게 되거든… 이 궤를 지켜라…."
요한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성모님이 당신 사명이 다한 것을 느낀다고 말씀하실 때 그랬던 것보다도 한층 더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그는 소리를 질러 성모님의 말을 막고 이렇게 묻는다. "어머니,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몸이 불편하십니까?"
"아니다"
"그러면 저를 떠나시려는 것입니까?"
"아니다. 나는 이 세상에 있는 한 너와 함께 있을 거다. 그러나 요한아, 혼자 있을 마음의 준비를 해라."
"아니 그럼 어머니는 몸이 불편하신데, 제게 숨기려고 하시는 거로군요!…"
"아니다. 정말 아니야 나는 지금처럼 튼튼하고 화평하고 기쁘게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내 안에 너무나 큰 환희와 너무나 충만한 초자연적인 생명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 계속해서 이 세상에서 살면서 그것을 견디어 낼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할 지경이다. 게다가 나는 영원하지 않다. 너는 이것을 이해해야 한다. 내 영은 영원하다.  그러나 육체는 그렇지 않다. 내 육체는 어떤 사람의 육체와 마찬가지로 죽게 되어 있다."
"아닙니다! 아니예요! 그런 말씀 마세요. 어머니는 돌아가실 수가 없고, 돌아가셔도 안됩니다! 티없는 어머니의 육체는 죄인들의 육체와 같이 죽을 수 없습니다!"
  "요한아, 네 생각은 틀렸다. 내 아들도 죽었다! 그리고 나도 죽을 것이다. 나는 병과 임종의 고통과 죽음의 경련은 겪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죽기는 죽을 것이다. 그리고 내 아들아, 네가 알아야 할 것은 만일 내가 내 소원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완전히 나만의 것이고 예수의 나를 떠난 때부터 계속 가지고 있던 소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이것이 내 첫 번째 소원이고, 완전히 나만의 것인 간절한 소원이다. 이것은 내가 처음으로 원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내 일생동안의 다른 것은 모두가 내 뜻이 하느님 뜻에 동의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동정녀로 있겠다는 뜻도 하느님께서 친히 소녀인 내 마음에 넣어 주신 하느님의 뜻이었고, 요셉과의 내 결혼도 하느님의 뜻이었고, 동정녀로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는 것도 하느님의 뜻이었다. 내 일생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이었고,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수와 다시 결합하고자 하는 것은 전적으로 내뜻이다. 세상을 떠나 하늘에 가서 영원히 그리고 끊임없이 예수와 같이 있는 것 말이다! 이것이 여러 해 전부터 내가 가져온 소원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 소원이 현실이 되려고 한다는 것을 느낀다. 요한아, 그렇게 불안해 하지 말고, 그보다도 내 유언을 들어라. 내 육체가 생명을 주는 영이 없어지고 평화롭게 누워 있거든, 히브리인들 사이에 관습으로 되어 있는 향료바르는 일을 겪지 말게 하여라. 이제는 히브리인이 아니고, 그리스도인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 안에 그리스도를 살과 피를 가진 그리스도를 가졌었고, 내가 그리스도의 첫 번째 제자였고,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공동 속죄자였고, 그리스도의 제자인 너희들 가운데 여기서 그리스도의 계승자였기 때문에 내가 첫 번째 그리스도인이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와 내가 나는 것을 지켜본 사람들을 빼놓고는 아무도 내 몸을 보지 못하였다. 너는 나를 자주 '하느님의 말씀이 들어 있는 궤' 라고 불렀다. 이제 너는 궤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대사제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너는 사제이고 성전의 대사제보다도 훨씬 더 거룩하고 깨끗하다. 그러나 나는 영원한 대사제만이 알맞는 때에 내 육체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내 몸을 건드리지 말아라. 그뿐 아니라, 알겠느냐? 나는 벌써 몸을 깨끗하게 하였고 깨끗한 옷을, 영원한 혼례식의 옷을 입었다. …그런데 왜 우느냐, 요한아!"
"심한 고통이 제 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머니를 멀지 않아 잃게 되리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어머니 없이 어떻게 살아갑니까? 이 생각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 고통을 견디어 내지 못하겠습니다!"
"견디어 낼거다.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 주신 것과 같이 너를 도와 살게 하실 것이고, 그것도 오래 살게 하실 것이다. 만일 하느님께서 도와주지 않으셨더라면, 골고타와 올리브 동산에서 예수가 죽었을 때와 하늘에 올라갔을 때, 나는 이사악이 죽은 것과 같이 죽었을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너를 도와 살게 하실 것이고, 내가 전에 네게 말해준 것을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해 기억하게 하실 것이다."
"아이고! 기억하겠습니다. 모든 것을. 그리고 어머니의 육신에 대해서도 하라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히브리인들의 의식이 그리스도인이신 어머니께는, 완전히 깨끗하신 어머니께는 소용이 없다는 것도 알겠습니다. 어머니는 육체의 부패를 겪지 않으시리라는 것을 저는 확신합니다. 어머니는 원죄를 면하셨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보다도 한층 더 한 것으로 어머니는 은총이 가득하신 분이시라는 것외에 은총 자체이신 말씀을 몸 안에 모신 까닭에 말씀의 가장 참 다운 유물이시기 때문에 그 어떤 사람의 육체보다도 신격화(神格化)되신 어머니의 육체는 어떤 육체를 따질 것 없이 죽은 육체의 분해, 부패를 겪을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어머니께 대해서, 어머니 안에 행하시는 하느님의 마지막 기적이 될 것입니다. 어머니는 지금의 상태 그대로 보존 되실 것입니다…."
"그러면 울지 말아라!" 하고 성모님은 온통 눈물에 젖어 엉망이된 사도의 얼굴을 바라보시며 외치신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신다. "만일 내가 지금 있는 그대로 보존 된다면, 너는 나를 잃지 않는 것이 될거다. 그러나 슬퍼하지 말아라!"
"어머니가 부패를 면하신다 해도 저는 역시 어머니를 잃습니다. 저는 그것을 느낍니다. 그래 폭풍우와 같은 고통에 휩쓸리는 것같이 느껴집니다. 저를 부러뜨리고 쓰러뜨리는 폭풍우 말입니다. 어머니는 제 모든 것이셨습니다. 특히 제 부모가 돌아가시고, 다른 친형제들과 사명에 의한 형제들이 멀리 떠나가고, 또 사랑하는 마루잠마저 베드로가 데리고 가서 없어진 뒤로는 더 그렇습니다. 이제 저는 혼자인데, 가장 심한 폭풍우를 겪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요한은 성모님의 발 앞에 엎드리며 한층 더 크게 운다.
성모님은 그에게로 몸을 굽히시고 흐느낌으로 인하여 흔들리는 머리에 한 손을 얹으시고 말씀하신다. "아니, 그러지 말아라. 왜 내게 고통을 주느냐? 네가 십자가 아래에서 그토록 굳세었었는데, 그것은 예수의 엄청나게 큰 수난으로도 백성들의 악마 같은 증오로도 비할 데 없이 끔찍한 광경이었는데 말이다! 그 시간에 예수를 위로하고 내 기운을 돋우어 주기 위해 그토록 굳세었었는데! 그런데 오늘은 반대로, 이렇게도 맑고 고요한 이 안식일 저녁에, 내가 예감하는 가까이 다가온 기쁨을 누리고 있는 내 앞에서 그렇게 혼란에 빠지다니! 진정해라. 우리 둘레와 내 안에 있는 것을 본받아라. 아니 그보다도 그것과 일치해라. 모든 것이 평화롭다. 그러니 너도 평화로워라. 올리브나무들만이 가볍게 살랑거리는 소리로 이 시간의 절대적인 고요한을 깨고 있다. 그러나 이 가벼운 소리는 하도 조용해서 집둘레를 천사들이 날아 다니는 것 같다. 또 어쩌면 천사들이 이 주위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내 생애의 특별한 순간에 있을 때 천사가 하나 혹은 여럿이 항상 내게 가까이 와 있었기 때문이다. 나자렛에서 하느님의 성령께서 내 동정녀의 태에 아기를 잉태하게 했을 때 거기 있었고, 요셉이 내 상태 때문에, 또 내게 대해서 취해야 할 태도 때문에 마음이 어지럽고 주저하고 있을 때 그의 집에도 가 있었다. 또 베들레헴에서는 예수가 태어났을 때와 우리가 에집트로 피난해야 했을 때, 이렇게 두 번 걸쳐 왔었다. 또 에집트에서는 팔레스티나로 돌아오라는 명령이 우리에게 내렸을 때, 그리고 천사들의 왕 자신이 부활하자마자 내게 왔었기 때문에 천사들이 내게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안식일 다음날 아침 경건한 여인들에게 나타나서 너와 베드로에게 어떻게 해야 할 지 말하라는 명령을 주었다. 천사들과 빛이 내 생애와 예수의 생애의 결정적인 순간에 와 있었다. 빛과 열렬한 사랑이 하느님의 옥좌에서 하느님의 종인 내게로 내려오고, 내 마음에서 내 왕이시오 주님이신 하느님께로 올라가서 나를 하느님과 결합시키고 하느님을 내게 결합시켜, 이루어져야 한다고 쓰여진 것이 이루어지게 했고, 또 하느님의 비밀을 덮는 빛의 장막을 만들어서, 사탄과 그의 종들이 강생의 숭고한 신비를 알맞는 시기 전에 알지 못하게 했다. 오늘 저녁에도,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천사들이 내 둘레에 있는 것을 느낀다. 또 내 안에, 내 마음 속에 빛이 커가고 있는 것을 느낀다. 내가 그리스도를 잉태했을 때, 그리스도를 낳았을 때 나를 둘러쌌던 것과 같은 견딜 수 없는 빛이.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사랑의 정열보다도 더 강한 사랑의 정열에서 오는 빛이. 나는 이와같은 사람의 힘으로 때가 되기 전에 말씀을 하늘에서 끌어내려 사람이 되고 속죄자가 되게 했다. 오늘 저녁 내 안에 파고 들어오는 것과 같은 사랑의 힘으로 하늘이 나를 세상에서 빼앗아 내가 내 영과 더불어 가기를 갈망하는 곳으로 데려가서 하느님께서 당신의 종인 내게 해주신 위대한 일들에 대해 그분께 내 불멸의 '마니피캇'(magnificat= 내 영혼이 주를 찬양하며)을 많은 성인들과 천사들의 무리와 함께 영원히 노래하기를 바란다."
"어머니는 아마 영만 가지고 가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도 어머니께 화답(和答)할 것입니다. 그 민족들과 나라들과 더불어 이 세상이 존재하는 한 어머니를 찬미하고 존경과 사랑을 드릴 이 세상이 말입니다. 이것이 모호하기는 하지만 토비아가 어머니께 대해 예언한 것입니다. 그것은 지성소가 주님을 모신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정말 어머니 안에 주님을 모셨기 때문입니다. 어머니 혼자서 모든 대사제들과 성전의 다른 모든 사제들이 여러 세기 동안 드리지 못했을 만큼 많은 사랑을 하느님께 드리셨습니다. 열렬하고 지극히 깨끗한 사랑을, 이 때문에 하느님께서 어머니를 지극히 복되게 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내 유일한 소원, 내 오직 하나인 뜻을 채워주실 것이다. 사랑은 하느님인 내 아들의 사랑과 거의 같은 완전에 이를 만큼 전적일 때에는 모든 것을, 인간적으로 생각해서 얻을 수 없는 것으로 보일 것 까지도 모두 얻어 내기 때문이다. 요한아 이것을 기억하고 네 형제들에게 말해 주어라. 너희들은 몹시 반대를 받을 것이다! 너희들은 갖가지 방해로 인해서 실패하지 않을까 염려하게 될 것이고, 박해자들에게서 학살이, 가리옷 사람 같은… 윤리관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에게서는 탈퇴가 너희들의 정신을 위축시킬 것이다. 그러나 걱정하지 말아라. 사랑해라. 그리고 걱정하지 말아라. 너희들이 어떻게 사랑하느냐에 따라서 하느님께서는 너희를 도우실 것이고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을 이기게 하실 것이다. 세라핌(熾品天使- 치품천사)같이 되면 무엇이든지 얻게 된다. 그 때에는 우리 안에 불어넣어진 하느님의 입김인 기묘하고 영원한 것인 저 영혼이 하늘을 향해 뛰어올라 불꽃처럼 하느님의 옥좌 앞에 떨어져서 말을 하고 하느님께서는 그 말을 들으신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전능하신 분에게서 얻어낸다. 만일 사람들이 옛날 율법이 명하는 것과 같이, 내 아들이 사랑한 것 같이 또 사랑하라고 가르친 것과 같이 사랑할 줄을 안다면 모든 것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사랑한다. 이 때문에 나는 세상에 있는 것을 곧 그만두게 되리라는 것을 느낀다. 마치 내 아들이 고통이 지나쳐서 죽은 것과 같이 나는 사랑이 지나쳐서 죽을 것이다. 자, 이렇게 될 것이다! 내 사랑의 용량(容量)은 꽉 찼다. 내 영혼과 내 육체가 이제는 그것을 그 안에 지닐 수가 없게 되었다! 사랑이 내 영혼과 육체에서 넘쳐서 나를 휩쓸고 , 동시에 나를 하늘을 향해, 하느님을 향해, 내 아들을 향해 들러 올린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오세요! 나오세요! 우리 옥좌를 향해, 우리 삼위일체의 포옹을 향해 올라 오세요!' 하고. 땅과 나를 에워싸고 있는 모든 것이 하늘에서 내게로 오는 큰 빛 속에 사라진다! 세상의 소음은 이 하늘의 목소리에 눌려 들리지 않게 된다! 요한아, 내게는 하느님의 포옹의 시간이 왔다!"
요한은 여전히 불안해 하면서도 성모님의 말씀을 듣고 좀 진정되었었다. 성모님의 말씀이 끝날 무렵에는 성모님을 넋을 잃고 쳐다보며, 성모님의 얼굴과 같이 대단히 창백한 얼굴이 된 채 그도 역시 탈혼된 것 같았다. 성모님의 창백함이 천천히 지극히 하얀 빛으로 변하니, 요한은 성모님 곁으로 달려가 부축을 하며 동시에 외친다. "어머니는 예수님이 다볼산 위에서 빛나게 변모하시던 때의 모습과 같으십니다!  어머니의 육체는 달같이 빛나고, 어머니의 옷은 아주 하얀 불꽃 앞에 놓인 금강석판처럼 반짝입니다! 어머니는 이미 사람이 아니십니다! 육체의 무게와 불투명성이 사라졌습니다! 어머니는 빛이십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예수님이 아니십니다. 예수께서는 사람이신 외에 하느님이시기 때문에 저기 다볼산 위에서도 이곳 올리브 동산에서 하늘로 올라가실 때에도 당신이 스스로 움직이셨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스스로 움직이실 수 없습니다. 자, 오십시오. 제가 어머니를 도와 어머니의 지친 복된 육체를 침대에 뉘어 드리겠습니다. 쉬십시오." 그리고 지극히 다정스럽게 초라한 침대 곁으로 모시고 가니, 성모님은 겉옷도 벗지 않으신 채 침대에 누우신다.
팔을 가슴에 십자로 포개 얹고 사랑으로 빛나는 온화한 눈에 눈꺼풀을 내리시며, 당신에게로 굽히고 있는 요한에게 말씀하신다. "나는 하느님 안에 있고, 하느님께서는 내 안에 계시다. 내가 하느님을 주시하고 하느님의 포옹을 느끼는 동안, 너는 특히 이 시간에 내게 관계되는 시편과 성경 부분들을 읽어라, 지혜의 성령께서 네게 일러주실 것이다. 그런 다음 내 아들의 기도문을 외고, 알리러 온 대천사의 말과 엘리사벳이 내게 한말을 되풀이해 주고, 내 찬미의 노래도 되풀이해다오. …나는 이 세상에서 아직 내게 남아있는 것을 가지고 너 하는 대로 따라 하겠다…."
요한은 마음에서 올라오는 울음과 싸우고, 그를 어지럽게 하는 마음의 동요를 억제하려고 애쓰며,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리스도의 목소리와 아주 비슷하게 된 매우 아름다운 목소리로 시편 118편을 시작한다. 그 목소리가 비슷한 것을 알아차리시고 성모님은 미소를 지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 옆에 예수가 있는 것 같구나!" 요한은 시편 118편을 거의 다 읽고, 그 다음에는 41편의 처음 세절과 38편의 처음 여덟 절, 22편과 제 1편을 읽는다. 그런 다음 주기도문을 외고, 가브리엘과 엘리사벳의 말을 되풀이하고, 토비아의 찬가와 집회서 24장,11절부터 34절까지를 읽는다. 끝으로 '마니피캇'(성모 찬가)을 시작한다. 그러나 9절에 이르렀을 때 요한은 성모님이 숨을 쉬지 않으신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마치 목숨이 멎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신 것처럼 자연스러운 자세와 태도를 지니신 채 미소를 머금으시고 조용히 계셨다.
요한은 비통하게 부르짖으며 방바닥에 털썩 주저 앉으며 침대 가에 몹을 대고 여러 번 성모님을 부른다. 요한은 성모님이 그에게 대답하실 수 없게 되었다는 것, 이제는 육체에 생명을 주는 영혼이 떠났다는 것을 믿지 못한다.
그러나 명백한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는 초자연적인 기쁨을 간직한 채 움직이지 않고 있는 성모님의 얼굴로 몸을 굽힌다. 그리고 그 우아한 얼굴과 아주 조용히 십자 모양으로 가슴에 포개진 깨끗한 그 손 위로 눈물이 비오듯 쏟아진다. 이것이 성모님의 육체를 씻는 유일한 목욕이다. 사랑의 사도요 예수께서 양자로 주신 사도의 눈물이.
처음의 격렬한 고통이 지난 다음, 요한은 성모님의 소원을 기억하고 침대 가에 늘어져 있는 넓은 겉옷 자락들을 모으고, 베개 양쪽으로 늘어져 있는 베일자락도 모아서, 겉옷 자락은 몸위에 펼쳐 놓고, 베일 자락은 머리 위에 펴 놓는다.
성모님이 이제는 석관(石棺)위에 누워 있는 흰 대리석상 같으시다. 요한은 오랫동안 성모님을 들여다보는데, 그가 보고 있는 동안 그의 눈에서는 또 눈물이 떨어진다.
그런 다음 요한은 쓸 데 없는 가구는 모두 치워서 방을 다르게 배치한다. 그는 침대와 벽에 기대 있는 탁자만을 그대로 두고, 탁자 위에는 유물들이 들어있는 궤를 얹어 놓는다. 등없는 걸상하나를 옥상 정원 쪽으로 나 있는 문과 성모님이 누워 계신 침대 사이에 놓는다. 그리고 등잔이 놓여 있는 까치발 달린 탁자가 있는데, 이제는 어두워지기 시작하므로 요한은 등잔에 불을 켠다.
그런 다음 게쎄마니 동산으로 내려가서 그가 찾아낼 수 있는 한 많은 꽃과 올리브 열매가 벌써 맺힌 올리브 나무 가지들을 꺾는다. 그는 작은 방으로 다시 올라가서 등잔 불빛으로 꽃과 가지들을 성모님의 시신 둘레에 늘어 놓는다. 성모님의 시신은 커다란 화관 가운데 놓여 있는 것 같다.
요한은 이 일을 하는 동안 마치 성모님이 그의 말을 들으실 수 있는 것처럼 누워 계신 분께 말한다. "어머니는 항상 골짜기의 백합꽃, 우아한 장미꽃, 아름다운 올리브, 열매를 많이 맺는 포도나무, 거룩한 밀이삭이셨습니다. 어머니는 저희들에게 어머니의 많은 향기를 주셨고, 생명의 기름과 힘센 사람들의 포도주, 그것을 제대로 먹는 사람들의 정신을 죽음에서 보호하는 빵을 주셨습니다. 어머니 같이 소박하고 깨끗하고, 어머니같이 가시가 있으면서도 평화로운 이 꽃들은 어머니 둘레에 잘 어울립니다. 이제는 이 등불을 가까이 갖다 놓겠습니다. 이렇게 어머니 침대 곁에 갖다 놓아서 어머니를 지키고, 제가 어머니를 지키는 동안 제 동무가 되게 하겠습니다. 그동안 저는 적어도 제가 기다리는 기적 중의 하나를 기다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첫째 기적은 베드로의 소원대로 그와 다른 사도들이 어머니를 다시 한번 뵐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니고데모의 하인을 시켜 기별을 하겠습니다. 둘째 기적은 모든 점에 아드님과 같은 운명을 가지신 어머니가 아드님처럼 셋째날 끝나기 전에 다시 깨어나셔서 저를 두 번 고아가 되게 하지 마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기적은 어머니와 같지 않던 라자로에게 일어난 것과 같은 일이 어머니께도 일어나기를 바라는데,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 제게 평화를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일이 왜 일어나지 않아야 하겠습니까? 야이로의 딸도 다시 살아났고, 나임의 젊은이도, 데오필로의 아들도 다시 살아 났습니다. …하기는 그 때에는 선생님이 행하셨지요. …그렇지만 선생님은 눈에 보이게는 아니지만 어머니와 함께 계십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려내신 사람들처럼 병으로 돌아가시지도 않으셨습니다. 아니 그런데 어머니는 정말 돌아가셨습니까? 여느 사람과 같이 돌아가셨어요? 아니지요. 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어머니의 영이 어머니 안에 어머니의 육체 안에 있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뜻으로 죽음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일이 일어난 모양 때문에 저는 이것이 죄없고 은총이 가득한 어머니의 영혼과 지극히 깨끗하고 동정인 어머니의 육체와 일시적으로 갈라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또 실제로 이렇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께로 돌아올 생명과의 재결합이 어떻게 언제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을 너무나 확신하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말씀이나 행동으로 어머니의 운명에 대한 진실을 제게 보여 주실 때까지 여기 어머니 곁에 그대로 남아 있겠습니다."
모든 것을 다 정리한 요한은 등잔을 방바닥에 침대 가까이 내려놓고 걸상에 앉아 기도하면서 누워 계신 성모님을 들여다본다.

(
http://예수.kr )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