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첫 마음을 잃으면-판관기40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7-11-23 조회수434 추천수4 반대(0) 신고

 

첫 마음을 잃으면-판관기40

 <생명의 말씀>
 그런 다음 그는 제바와 살문나에게 물었다. "너희가 다볼에서 죽인 사람들은 어떻게 생겼더냐?" 그들이 대답하였다. "당신같이 생겼습니다. 모두가 왕자다운 귀골을 타고 났더군요." 기드온이 말하였다. "그들은 한 어머니에게서 난 내 형제들이다. 너희가 그들을 죽이지 않았더라면, 나 또한 절대로 너희의 목숨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맏아들 예델에게, 일어나 그들을 죽이라고 명하였다. 그러나 그 소년은 아직 어린이였으므로 끔찍한 생각이 들어 칼을 뽑지 못하였다. 그것을 보고 제바와 살문나가 말하였다. "사내 대장부답게 네가 일어나 우리를 쳐라." 이 말을 듣고 기드온이 일어나 제바와 살문나를 쳐죽이고 그들이 타던 낙타의 목에서 목걸이를 떼어 가졌다. (판관기 8:18-21)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미디안 군대의 두 장수 제바와 살문나를 사로잡은 기드온은 제바와 살문나를 심문하더니 곧 사형을 선고해 버립니다. 그리고 그 사형 집행을 자신의 어린 맏아들에게 시킵니다. 그때 아직 소년이었던 아들 에델은 칼을 뽑지 못했다고 판관기 저자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적장이나 적의 왕을 사로잡았을 경우 가장 수치스럽고 불명예스럽게 죽이는 것이 당시 고대 근동의 관습이었을 것 같습니다. 적장이나 적의 왕이 그렇게 죽어야 상대편에는 가장 큰 굴욕을 주는 것이 되고 우리편에는 승자의 위엄을 높이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기드온은 어린 아들 에델의 손에 적장 둘이 목이 달아났다는 말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승자의 영광을 높이는 것까지는 좋은데 아직 어린 아들에게 처참한 체험을 하게 하려 했다는 점이 영 아쉽습니다.

전쟁에서 용감하게 싸우다 죽는 것이 명예인 군인에게 그것도 최고 장수에게 어린 아이의 손에 최후를 맞았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불명예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바와 살문나는 기드온에게 "네가 직접 우리를 쳐라'하고 그 죽음을 더 이상 수치스럽지 않게 해 달라고 청하고 기드온은 그 요청을 받아들입니다. 

적장 둘을 사로잡아 죽임으로써 기드온은 미디안 군대와의 전쟁을 완전한 승리로 마무리지었습니다. 이 마지막 대목에서 참 아쉬운 점들이 많습니다. 하느님께 부르심 받고, 그래서 전쟁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과정에서 기드온이 보여준 그분께 확증을 얻어가며 하느님을 신뢰하던 기드온의 첫 모습을 승리가 결정된 마지막 순간에는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말씀에서 관찰되는 기드온의 모습은 승자의 영광만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기드온은 승자로서의 영광의 칼을 휘둘러서 제바와 살문나의 목을 자르고 그 둘이 타던 낙타의 목걸이를 전리품으로 가졌습니다. 전쟁에 나온 미디안 군대의 장수가 자기 낙타에 걸어 두었던 목걸이는 미디안의 우상을 숭배하던 부적 내지는 수호물이었을 가능성이 높고, 하느님께서 그런 물건을 전리품으로 취하는 것을 기뻐하실 리가 없으실텐데 승리로 인해 우쭐해진 기드온에게 하느님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느님과 함께 했던 고난의 여정이 다 끝나니까 마치 내 힘으로 미디안을 물리친 것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표징을 구하며 동행해 주시기를 간절히 원했던 기드온의 첫 모습은 온데간데 없는 것입니다. 

기드온이 교만하고 나쁜 사람이어서 이런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드온의 천성이 교만하고 나쁜 사람이었다면 하느님께서 아마 처음에 부르지도 않으셨을 것입니다. 아무리 신실하고 경건한 사람도 승리와 영광의 순간에 깨어 있지 않으면 하느님은 까맣게 잊고 자기 영광만을 추구하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사실 그게 사람인 듯도 합니다.

첫 마음을 거의 잃어버린 기드온에게 더 이상 하느님은 나를 이끄시는 분이 아닌 분이 되셨습니다. 이 뒤 이야기를 읽어 보면 기드온에게 하느님은 나를 위해 필요한 분이 된 것만 같습니다.

세상이 변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도 생각이 바뀌기 때문에 첫 마음대로 산다는 것이 언제나 옳은 것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하느님께 가까이 가고 성숙해지면서 동기가 순수해지고 마음이 바뀌어서 이전 생각과 달리 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안정적인 자기 세계가 구축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하느님의 필요하지 않다는 무의식적 삶 중에서 첫 마음을 잃는 것은 그 끝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