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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06) 무너뜨린 선착장 / 김연준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10 조회수692 추천수12 반대(0) 신고
 
 
 
 
 
            무너뜨린 선착장
 
1986년 소록도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이 방문하셨을 때 일이다.
한국방문을 준비하면서 한국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고 하셨고
그 결과로 소록도가 낙점되었다고 한다.
 
 
 
 
각국의 기자들이 소록도를 취재하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며칠 다녀가서 피상적인 기사를 작성했지만
미국 NBC 방송국만큼은 한 달 동안 소록도에 머물면서 심층취재를 하였다.
 
그 프로그램은 미국에만 방송되었는데 내용 중 하나가 소록도에는
나환우들과 병원직원들이 같은 배를 타지 않고 따로 다닌다는 거였다.
 
소록도는 환자들이 거주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병사지대와
나환우들이 들어올 수 없는,
병원직원들이 사는 관사지대 그 두 지역으로 구분된다.
 
육지로 나갈 때 병원직원들과 일반인들은 관사지대 선착장에서,
나환우들은 병사지대의 선척장에서 배를 타야 했다.
 
몸만 불편할 뿐 전염의 가능성이 없는 환자임에도 한배에 같이 타지 못하고 따로 다녔다.
그것이 미국기자들에게는 아주 이상하게 생각되었다는 것이다.
사랑하지만 차별은 없애지 못한 것이다.
 
피해의 가능성이 없어도 외관상의 차이 때문에 같은 배에 탈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차별이었고 온전히 인격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태도였다.
 
방영소식을 들은 소록도 병원장은 고민 끝에
 
"그래, 교황님께서 이곳에 오신 선물로 병사지대의 선착장을 폐쇄하자."
 
하고 교황님 방문에 맞추어 병사지대의 선착장을 폐쇄하였는데 주님께서도 한몫 거드셨다. 어느 날 태풍으로 자연스럽게 그 선착장이 무너진 것이다.
 
 
그 이후 소록도 나환우들도 이제 일반인과 똑같은 선척장을 이용하고, 같은 배에 타고 육지로 나간다.
 
이것은 아주 중대한 의미가 있다.
같은 공간을 함께 이용한다는 것은 비로소 한 인격으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지금도 소록도에 있는 나환우들은 그것을 두고 교황님의 선물이라고 말한다.
 
예수님께서도 곧 우리에게 오신다.
우리를 진정한 인격으로 대해주시기 위해서 오셨고,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오셨으며,
우리를 하느님의 품위에로 올려주시기 위해서 오셨다.
 
 
 
 
결국 그분의 오심은
우리가 그분과 함께 천국을 항해하는 한배를 타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분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돈과 학벌과 직위 같은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한,
내 마음속에 뿌리 깊게 존재하는 사람에 대한 차별을 없애지 않는 한,
그분을 환영하지 못할 것이다.
 
 
예전에도 그렇듯이 지금도 역시,
마음이 겸손하고 헐벗은 이들만이 그분을 알아보고 환영한다.
 
                                                          글 : 김연준 신부
 
                       ㅡ 가톨릭 다이제스트 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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