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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금씩 변해가는 사람-판관기39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7-11-22 조회수469 추천수6 반대(0) 신고

조금씩 변해가는 사람-판관기39

 <생명의 말씀>
 기드온이 요르단에 이르렀다. 그와 그가 거느린 삼백 명은 지친 몸으로 강을 건너 추격을 계속하였다. 그는 수꼿에 이르러 그 곳 사람들에게 청하였다. "나를 따르는 이 군인들이 지쳤소. 먹을 것을 좀 주시오. 나는 미디안의 두 왕 제바와 살문나를 추격하는 중이오." 수꼿의 추장들이 대답하였다. "당신 군대에게 빵을 주다니, 당신이 지금 제바와 살문나의 손목이라도 잘라 가졌다는 말이오?" 기드온은 "좋소. 야훼께서 제바와 살문나를 내 손에 붙이시는 날, 들가시와 찔레로 당신들의 살덩이를 찢어 버리겠소" 하고는 브누엘로 올라 가 그 곳 사람들에게 같은 청을 해 보았지만 브누엘 사람들도 수꼿 사람들과 같은 대답이었다. 그는 브누엘 사람들에게도 자기가 승리하고 돌아 올 때 성의 망대를 헐어 버리리라고 하였다. 한편 동방 백성의 전군은 전사자 십 이만 명을 내고 만 오천 명이 겨우 살아 남아 제바와 살문나와 함께 카르콜에 진을 치고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데, 기드온은 노바와 욕브하 동편으로 목동들의 길을 따라 올라 가다가 적진을 들이쳤다. 제바와 살문나는 또 도망을 쳤지만, 기드온은 뒤쫓아 가서 마침내 미디안 두 왕 제바와 살문나를 사로잡고 그 군대를 섬멸하였다. 요아스의 아들 기드온은 싸움을 끝내고 헤레스 고개를 넘어 돌아오다가 수꼿 젊은이 하나를 잡아 수꼿 추장과 장로들의 이름을 대라고 하였다. 그는 그들 칠십 칠 명의 이름을 적어 주었다. 기드온은 수꼿에 이르러 그 곳 사람들에게 일렀다. "제바와 살문나를 보아라. 너흐는 제바와 살문나의 손목이라도 잘라 가졌느냐고 하면서 우리 기진맥진한 군대에게 먹을 것을 주지 못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나를 우롱하였다." 기드온은 그 성읍의 장로들을 체포한 다음, 들가시와 찔레를 베어다가 수꼿 사람들을 찢어 버렸다. 또 브누엘성의 망대를 헐어 버리고 그 성읍 사람들을 죽였다 (판관기 8:4-17)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미디안 군대 13만 5천명 중 기드온의 야간 기습 작전으로 12만명은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죽고 남은 1만 5천명은 도망을 쳤습니다. 그리고 기드온과 300용사는 그 도망자들을 추격합니다. 고작 300명이 50배나 많은 숫자인 1만 5천명을 섬멸하겠다고 추격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일이 그 전쟁터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밤에는 사태 파악이 안되는 공포심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패했다고 치더라도 1만 5천명이 재정비만 하면 300명 포위하는 건 일도 아닐테고 얼마간의 병력의 희생은 따르겠지만 300명에게는 쉴틈을 주지 않고 1만 5천명 중 1000명씩만 몇 시간 간격으로 교대하며 공격하면 한나절 정도면 별로 어렵지 않게 전멸시킬 수 있을텐데 1만 5천명의 미디안 군대는 줄행랑을 놓기에 바빴고, 기드온과 300용사는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추격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느님께서 하시는 전쟁이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가능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미디안 군인들에게는 지난 밤에 겪었던 이스라엘 군대에 대해 하느님께서 갖게 하신 공포감이 낮이 된 지금에도 여전했던 것 같습니다.  

밤새워 추격을 한 기드온과 300 용사는 몸이 지쳤기 때문에 추격선 상에 있던 마을인 수꼿과 브누엘에 가서 식량과 식수를 청합니다. 그러나 같은 동족인 그들은 한결같이 기드온의 청을 거절해 버립니다. 기드온을 도와주기가 싫었다기보다는 새벽녘에 자기 마을 앞을 지나간 미디안의 1만 5천명과 지금 지친 몸을 이끌고 자기 앞에 서 있는 300명의 숫자가 비교되어 보였고 그래서 도와주었다가는 기드온이 전멸당한 후 엄청난 보복을 당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비극적인 6.25역사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공산 치하에서 부역을 했던 사람들이 공산군을 도와주었다는 이유로 국군이 들어왔을 때 학살을 당했으니까요. '기드온 당신이 지금 제바와 살문나의 손목이라도 잘라 가졌다는 말이오?'라며 거절한 수꼿과 브누엘 지도자들도 뒤에 닥칠지 모르는 이런 화가 두려웠던 것입니다. 인간적이기는 하지만 한 부족을 보호해야 하는 족장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세상살이의 일에서나 하느님의 사도직에서나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당연히 도움을 주리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도움은커녕 거절과 비웃음을 당하는 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온갖 의욕이 다 상실되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잘 해왔던 모든 일들에 극심한 회의가 밀려오는 순간이 이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기드온은 좌절하지 않고 주변의 도움에 의지하지 않고 첫 마음을 주신 하느님께 의지하면서 추격을 계속했고 결국에는 1만 5천명이라는 50배나 많은 미디안 군대를 처부수었습니다.

기드온은 '밤에는 어두워서 자기들끼리 처죽여서 우리가 직접 싸울 필요는 없었는데 이제 날이 밝았으니 밤의 사태를 파악한 미디안 군대가 재정비해서 공세로 나오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을 먹고 위축된 것이 아니라 밤에 도와 주셨던 하느님께서 낮에도 분명히 도와주시리라고 확신했던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기드온은 미디안 군대를 전멸시키고 오면서 수꼿과 브누엘 마을에 잔인한 보복조치를 행합니다. 수꼿 마을의 장로들을 다 죽였고 브누엘에서는 망대를 헐어버리고 성읍 사람들을 마구 죽였습니다. 인간적인 서운함과 배신감을 폭력과 살인이라는 통로로 표현해 버린 것입니다. 에브라임 지파의 적반하장적인 요구는 넒은 아량으로 포용했던 하루전의 기드온을 생각하면 참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도자는 사람들의 지극히 인간적인 두려움을 포용했어야 하는데 거기까지 나아가지는 못한 것입니다. 용서해 주고 그러나 그들의 잘못을 명확히 지적해 주고 포용했을 때 수꼿과 브누엘에서 기드온에게 충성하는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왔을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승리가 거의 결정된 다음부터 기드온의 태도는 오늘 본 것처럼 초심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금씩 변해가는 것입니다. 첫 마음을 잃을 때 사람이 어디까지 변해갈 수 있는지 이후 기드온을 잘 살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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