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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느 나환자의 노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7-16 조회수818 추천수0 반대(0) 신고

 

                      어느 나환자의 노래

 


 

인간의 마음에 끊임없이 떠오르는 의문이 하나 있다.

 

"하느님이 계시다면 단 한 사람에게라도

 

전쟁과 불의와 질병과 억압을 허락하지 않으실 텐데.

 

하느님이 계시다면 인간으로 하여금

 

악을 저지르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으실 텐데."

 

 

캘커타에서 마더 데레사와 함께 어느 나환자 수용소를

 

두 번째 방문했을 때 나는 한 나환자가 뭉툭한

 

손만 남은 팔을 위로 쳐들고 이렇게 노래하는 것을 목격했다.

 

"하느님은 내게 벌을 내리지 않으셨나니,

 

나의 병고가 하느님의 방문이 되었기에

 

나는 그분을 찬미하노라."

 

 

그는 자신의 불행 속에서 이토록 놀라운 직관에 도달했다.

 

고통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고

 

우리 잘못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하느님은 악을 만들어 내는 분이 아니시다.

 

이 나환자의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그리스도께서

 

오시기 훨씬 전에 온갖 시련을 톡톡히 겪은 신앙인

 

욥의 목소리를 듣는 줄로 알았다.

 

 

욥은 자신의 처절한 고통이 잘못에 대한 형벌이 아님을 알았다.

 

거짓과는 거리가 먼 순수한 사람들도 돌심장을 가진

 

폭군들이나 독재자들의 희생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시련 중의 어느 날 욥은

 

캘커타의 나환자처럼 이렇게 말하게 된다.

 

"내 시련의 나날들 한복판에서 하느님은

 

나를 찾으시도다. 나는 이제 내 구세주께서

 

살아계심을 아나니 내 마음이 내 안에서 쇠잔해지노라."

 

 

그런데 어찌하여 하느님은

 

우리가 악을 저지르는 것을 막지 않으시는가?

 

그것은 그분이 인간을 로보트로 만들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그분은 우리를 당신의 모상대로,

 

곧 자유로운 존재로 창조하셨다.

 

우리가 한 사람을 온 마음으로 사랑할 때,

 

우리의 사랑은 상대방이 똑같은 사랑으로

 

자유롭게 자기를 사랑해 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을 거절할 수 있는 자유도 허락하면서.

 

 

하느님 역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랑으로

 

우리를 사랑하시면서

 

우리에게 근본적인 선택의 자유를 허락하신다.

 

사랑할 수 있는 자유와

 

사랑을 거절하고 하느님을 배척할 수 있는 자유,

 

세상 안에서 화해의 누룩을 더 만들 수 있는 자유와

 

불의의 곰팡이를 번지게 할 수 있는 자유,

 

사랑할 자유와 미워할 자유,

 

그리스도와의 찬란한 일치를 도모하는 자유와

 

반대로 스스로를 그 일치로부터 제외시키고

 

타인에게서도 살아계신 하는님께 대한 갈망을

 

파괴시킬 수 있는 자유.

 

마침내 그분은 우리에게 그분을 거슬러

 

반항할 수 있는 자유까지도 허락하신다.

 

 

그러나 하느님은 이처럼 자유를 허락하시면서도

 

인간의 고통을 수동적으로 방관하지 않으신다.

 

그분은 인간과 함께 아파하신다.

 

그분은 이 세상의 인간 한 사람 한 사람 때문에 고뇌로 가득 찬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 마음의 사막에까지 찾아 들어오신다.

 

 

                                      

                                                              - 로제 수사의 <님의 사랑은 불이어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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