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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님 흉내내기<3회> 남녀는 서로 다른 존재다 - 박용식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11-20 조회수903 추천수8 반대(0) 신고

 

 

남녀는 서로 다른 존재다

 

              

  "하느님께서 짝지어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르 10,9)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가 혼인성사를 해준 신부님을 찾아와, 흥분하며 둘이 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신부님, 우리 부부는 아무리 노력해도 성격이 너무 맞지 않아 이혼하려고 합니다. 신부님께서 혼인성사를 주셨으니 이혼도 시켜주세요." 난감해진 신부님이 이혼은 안 된다고 하자 부부는 막무가내로 생떼를 썼다.


    그러자 신부님은 조용히 입을 떼었다.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조금 어려운 방법이라···." "무엇이든지 이혼만 할 수 있으면 하겠습니다." 그래서 신부님과 부부는 함께 성당으로 올라갔다. 두 부부를 혼인식 때처럼 제대 앞에 서게 했다. 갑자기 신부님은 쇠로 만든 성수채를 들어서 남편과 아내의 머리를 번갈아 세게 후려쳤습니다. "아이고! 신부님 왜 때리십니까?" 그러자 신부님 왈, "천구교의 혼인법에 따르면 한 사람이 죽어야 비로소 혼인이 풀리거든요. 그런데 두 분이 그렇게도 이혼을 원하니 이 방법밖에 없어서···." 우스갯소리다.


   예수님은 "하느님께서 짝지어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르 10,9)라고 이혼을 분명하게 금하셨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비신자는 물론 신자들까지도 이혼 직전까지 가는 불행한 부부 생활을 하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이혼하지 않고 서로 이해하며 살 수 있을까?


   개와 고양이 이야기를 아는가? 개와 고양이가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이유는 어느 한 쪽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서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개는 기분이 나쁘면 꼬리를 내리고 기분이 좋으면 좋아한다는 표시로 꼬리를 들고 흔든다. 그러나 고양이는 개와 반대로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내리고 기분이 나쁘고 싫으면 꼬리를 번쩍 쳐들고 싸울 태세를 갖춘다. 개가 고양이한테 좋아한다고 꼬리를 흔들 때 고양이도 좋다고 꼬리를 내리는데 개는 이해할 수가 없다. 여기서 오해가 생기고 싸움이 일어난다. 개와 고양이는 서로 다르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안다면 싸움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부부가 마음이 맞지 않고 갈라지는 원인을 학자들이 여라 각도로 연구한 결과 남자와 여자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개와 고양이처럼 남자와 여자는 생각하는 방식이나 표현이나 다른 게 한두 가지가 아님이 여러 가지 임상 실험 결과 속속 밝혀지고 있다는 것이 심리 사회학자들의 주장이다.


   수녀원 지도를 하던 어느 신부님이 쓴 글을 읽고 또 한 번 남자와 여자가 이렇게 다르구나 하고 느꼈다. 그 신부님은 오랫동안 수녀원에서 미사를 드리고 영적 지도를 하며 함께 지냈으니 수녀들과 꽤 친하고 수녀들을 잘 이해할 법한데 날이 갈수록 친해지기는커녕 수녀들을 불신하고 수녀들에게 상처를 주고 수녀들한테서 실망을 했다. 그리고 몇 년 후에 인사 발령으로 수녀원을 떠나 다른 곳에서 일하면서 뒤를 돌아보고 묵상을 한 후에 깨달았다.


   그동안 존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을 읽고, 또 남녀 차이에 대한 여러 글들을 읽고 나서 남자와 여자가 그토록 다른 존재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신부와 수녀가 비록 부부는 아니지만 서로 다른 존재임을 깨달았더라면 수녀원에 있을 때 좀 더 이해하고 서로 상처와 실망을 덜 주었을 텐데 하며 수녀들과 함께 살았던 지난날을 크게 뉘우친다고 쓴 글도 읽었다.


   신부 수녀는 부부가 아닌데도 남자와 여자의 다름을 알지 못해 서로 상처를 주고받았는데 하물며 부부간에는 오죽하겠는가? 살을 맞대고 살고 매일 매시간 서로 부딪치며 사는 게 부부인데 서로 다른 존재임을 알지 못한다면 오해가 얼마나 많을까? 상처와 실망이 얼마나 클까? 부부 생활을 안 해 본 나로서도 감이 잡힌다.


   이 세상에 자기와 똑같이 생각하고 자기와 똑같이 행동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든 사람은 다 다르다. 남자와 여자는 더더욱 다르다. 하느님께서 그렇게 창조하셨다. 자기와 같아지기를 바라고 자기의 뜻에 맞기를 바라는 자체가 무리한 기대요 불가능한 바람이다. 따라서 서로 완전히 다른 남자와 여자가 한 몸을 이루고 사랑하며 살기 위해서는 자기와 같아지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과 다른 배우자의 생각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길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


   자신과 생각과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혼인성사를 만드셨다. 부부는 혼인성사의 은총과 신앙의 힘으로 서로 다른 존재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영성체와 기도의 힘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 박용식 신부 수필집 / 예수님 흉내내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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