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그는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루카 18, 43) / 조재형가브리엘 신부님
작성자신희상 쪽지 캡슐 작성일2007-11-19 조회수501 추천수9 반대(0) 신고
 

 
 
‘그는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루카 18, 43)/ 조재형가브리엘 시흥5동성당 주임신부
 
 
구역 미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구역의 가정에서 구역의 가족들이 함께 미사를 봉헌합니다. 현관 앞에 가득 놓인 신발을 보면서 구역 미사에 함께하는 신자들의 마음을 알게 됩니다. 구역 미사를 다니면서 기쁜 일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두 가지가 저를 즐겁게 합니다.  

 하나는 구역 미사를 다니면서 구역을 위해 봉사할 구역장, 반장을 뽑는 일입니다. 대부분 처음에는 힘들다고 하지만 간곡하게 부탁을 하면 나중에는 수락을 하십니다. 예전에 봉사를 하였었지만 잠시 쉬고 싶어 하는 분들이고, 다른 본당에서 활동을 하시다가 시흥 5동에 와서는 잠시 쉬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분들은 이미 봉사의 기쁨과 봉사의 어려움도 잘 알고 계십니다. 그분들에게 주님께서 함께 하시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는지 말씀드리면 용기를 내어 마음을 열어 놓으십니다.  

 두 번째 즐거움은 고백성사를 청하는 분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길을 가는 예수님의 소식을 듣고 ‘자비를 청했던 소경’처럼 신앙생활을 못하던 분들이, 누군가에 대한 미움과 상처 때문에 잠시 성당에 나오지 못했던 분들이 수줍게 성사를 청하곤 하십니다. 고백성사를 마친 후 그분들의 얼굴 표정이 그렇게 밝을 수가 없습니다. 소경이 주님을 만난 후 ‘다시 볼 수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소경은 주님을 따랐던 것처럼 고백성사를 보신 분들은 세상의 어둠에서 다시금 생명을 주시는 구원의 빛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겠다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정말 커다란 기쁨입니다. 

 하느님을 만나고자 하는 간절한 열망과 은총에 대한 기억은 신앙생활의 뿌리입니다. 이것만 있으면 우리들은 언제 어디서서 하느님과 함께 할 수 있고, 다시금 사랑이신 주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제 교중 미사 후에, 남성 구역에서는 성당 뒷마당에 김장독을 묻을 땅을 팠습니다. 나무뿌리와 돌 때문에 땅을 파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남성 구역의 뜨거운 열정에 나무뿌리도, 돌들도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여성구역은 겨울에 국수와 함께 먹을 김장을 준비하였습니다. 비싼 배추를 봉헌해 주신 자매님도 있고, 성당의 일이라면 언제나 먼저 오시는 자매님도 계십니다. 배추를 자르고, 절이고 이제 속을 만들어 담을 일만 남았습니다.  모니카 회는 영하의 추운 날씨인데도 따뜻한 만남의 방을 나와 바람 부는 성당 앞마당에서 시린 손을 비비며 여러 가지 물품을 판매합니다. 누가 시킨다고 될 일도 아니고, 시켜서 할 일도 아닌데 모두들 기쁘게 봉사를 하십니다. 본당에서 주문한 ‘성수대’를 설치하려면 비용이 제법 듭니다. 그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성수대를 직접 설치하겠다고 교우들이 말씀을 하십니다. 돌로 만들어진 성수대는 그 무게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설치비용을 절약하려고 직접 성수대를 옮기시는 교우들을 보는데 가슴이 찡해집니다.  

 찬바람이 불어오고, 땅이 얼어붙는 겨울이 오지만 하나도 춥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향한 우리들의 열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읽었던 시가 생각납니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샛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 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