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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침묵의 거울 - 4.1. 침묵의 거울,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2-04-01 조회수426 추천수5 반대(0) 신고

2012.4.1 주님 성지 주일 이사50,4-7 필리2,6-11 마르14,1-15,47

 

 

 

 

 





침묵의 거울

 

 

 

 

 



오늘 수난복음 묵상 중 저절로 떠오른 제목은 ‘침묵의 거울’입니다.

거울을 통해 환히 들어나는 얼굴 모습이듯이

하느님 침묵의 거울을 통해 사람들 모습이 그대로 들어나며

바로 이게 심판입니다.


보십시오.

수난복음에서

하느님 침묵의 거울을 통해 들어나는 온갖 사람들의 군상입니다.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어라.”

 


메시아를 기대하며 환호하던 예루살렘 군중은 환멸로 변해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제정신을 잃고 소리 지릅니다.


이런 양면성을 지닌 게 사람이며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예수님의 장례를 위하여

미리 예수님 몸에 향유를 붓던 사랑스러운 여인이 있는가 하면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도 있습니다.

 

예수님을 끝까지 부인하지 않겠다고 장담하다

세 번이나 부인하며 무너져 내린 베드로가 있는가 하면,

깨어 기도하라는 예수님의 신신당부에도 불구하고 잠에 떨어진,

그리고 위기에 처하자 모두 예수님을 버리고 달아난 제자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죽이는데 한 패가 된 악한 무리들이 있고

예수님의 뺨을 때린 시종들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 고백한 백인대장도 있고

예수님의 시신을 아마포로 곱게 싼 다음

무덤에 안치한 의인 요셉도 있습니다.


바로 이게

오늘 수난복음 하느님 침묵의 거울에 비친 온갖 사람들의 군상입니다.



과연 내가 이 수난현장에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하느님 없는 하느님 부재의 현장 같지만

역설적으로 하느님 침묵의 거울을 통해 환히 들어나는 온갖 군상들입니다.

 


침묵은 하느님의 눈이자 하느님의 귀입니다.

 

침묵의 눈을 통해 모두를 보시고

침묵의 귀를 통해 모두를 들으시는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의 침묵은 바로 예수님의 침묵입니다.

깊은 기도를 통한 끊임없는 순종과 비움으로

하느님의 침묵과 하나 되어 사셨던 예수님의 침묵이

오늘 수난복음을 통해 잘 들어납니다.

 


대사제의 심문에도

예수님께서는 입을 다무신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십니다.


이어 계속된 빌라도의 심문에서도

역시 예수님은 아무 대답도 않으시자 빌라도는 이상하게 여겼다 합니다.


이들이 진정 깨어있는 이들이었다면

예수님 침묵의 거울을 통해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았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침묵은 그대로 기도였습니다.

기도와 더불어 깊어지는 침묵이요

하느님의 침묵에 닿음으로


예수님은 모두를 감당할 수 있는

침묵의 깊이와 넓이를 지닐 수 있었습니다.

 


진공상태의 공허한 침묵이 아니라 하느님으로 충만한 침묵입니다.


수난복음의 중심부의 자리 잡고 있는 다음 기도가

예수님 침묵의 열쇠입니다.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무엇이든 하실 수 있으시니,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것을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것을 하십시오.”

 


이런 전적 신뢰 중에 바치는 기도가

침묵 중에 아버지의 뜻을 깨닫게 하고

침묵을 깊게 하며

참으로 자유롭게 합니다.

 



이런 기도가 있었기에 예수님은 1독서의 수난 받는 종처럼

두려움 없이 매질하는 자들에게 자신을 내맡길 수 있었고,

2독서 필리피 찬가가 고백하듯이

자신을 비워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실 수 있었습니다.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마지막 기도로 숨을 거두시는 예수님을 마주보고 있던

백인대장의 다음 고백은 그대로 우리의 고백입니다.

 


순간 하느님 침묵의 거울을 통해

백인대장에게 환히 계시된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님이십니다.


우리 모두

백인대장과 함께 주님을 고백하며 이 거룩한 성지주일 미사를 봉헌합니다.

 


“참으로 이 분이야말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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