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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이 주의 강론 (2005. 11. 20)
작성자장병찬 쪽지 캡슐 작성일2005-11-19 조회수944 추천수0 반대(0) 신고
주님은 더욱 커지셔야하고 나는 작아져야 합니다. (요한 3,30)
예수님, 저는 예수님께 의탁합니다.
오소서, 성령이여. 저희 마음을 성령으로 가득 채우소서.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존재인가!
모든 성인들과 천사들의 기도와 선행도 한 대의 미사와 비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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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왕 대축일 강론]


찬미 예수님!

얼마전 어느 본당에서 “신앙인의 봉사”에 관한 강의를 한 적이 있었습니
다. 사실 급하게 주제를
정했고, 강의를 들으실 분들이 봉사단체라고 하
셔서 그렇게 주제를 정했는데, 강의를 막상 준비
하다 보니 “봉사”라는
것이 너무나 큰 주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흔히 십자가의 세로줄이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하느님 사랑)를 의미하
고, 가로줄이 이웃 사랑의 차원이라고 알고 있었는
데, 봉사란 사실
“사랑”의 실천적인 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오늘은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세가지 직분,
곧 왕직, 사제직, 예언직 가운데 왕직은 엄밀히 말하면 “봉사의 직분”입
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왕 대축일은 봉사의 직분을 몸소 보여주신
그리스도의 축일인 동시에, 그 삶에 참여하여야 할 우리 자신에 대한
하나의 요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음 역시 세상 끝 날에 우리가 하느님 앞에 섰을 때, 그분께서 우리의
삶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리고 그 기준은 무엇일지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모든 신앙인의 모범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또한 우리의 삶은 복음을 따르도록 불리워진 삶입니다. 복음의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사랑이며, 이웃에 대한 사랑이 그리스도를 향한 사랑
이고,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삶이라는 사실을 복음은 이야기해 주고 있습
니다. 그렇다면 복음적인 삶이란 어떤 것일까요?


작년 연피정에서 들었던 “사막 교부 세라피온”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
다. 순교시대가 지나고, 순교를 갈망하던 열정적인 그리스도교인 가운데
일부는 순교를 대치하기 위해 수도생활을 시작합니다.
그 당시의 수도생활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이나 도시를 떠나 홀로
사막이나, 한적한 곳에서 복음을 묵상하고 나름의 생활을 노동으로 꾸려
가는 삶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영성이나 학덕이 높아서 이름이 알려진
분들을 “사막 교부”라고 부릅니다.

세라피온 역시 이집트 지역의 사막 교부 중 한 분이었습니다.
그분의 명성 때문에 이미 제자들이 모여들었고, 그분은 제자들과 함께
사막에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다고 합니다. 어느 날, 세라피온 교부는
마을에 들리러 갔다가, 굶주림에 지쳐 쓰러진 어느 부랑자를 보게 됩니
다. 그는 옷도 거의 입지 못한 채로 있었습니다.
사막이라 해도 밤의 기온은 매우 낮기에 세라피온 교부는 자신의 수도복
을 벗어서 그에게 덮어주었습니다.

당시의 사막 은수자들의 옷은 거의 한 벌짜리 옷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세라피온 교부는 벌거벗은 채로 공동체에 돌아옵니다. 제자들은 이 모습
을 보고 너무 놀라서 다들 놀랐고, 일부 제자들은 혹시 도적들이 스승님
의 옷을 빼앗은 것이 아니냐며 흥분했습니다. 그러나 세라피온 교부는
차분하게 자신의 일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스승의 평소 삶을 알던 제자
들은 이내 조용해졌겠죠.

그리고 얼마 뒤, 이번에는 마을에 설교를 하러 내려간 세라피온 교부의
눈에 울부짖는 노인의 모습이 들어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노인이 빚
을 많이 졌고, 그 빚을 갚을 능력이 없자, 빌려준 이들이 이 노인의 딸을
노예로 끌고 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세라피온 교부는 그 자리에서 자신이
갖고 있던 성서를 팔았습니다. 당시의 성서는 필사본이었기에, 그 가격
은 매우 비싼 값이었고, 더구나 유명한 교부 세라피온이 갖고 있던 성서
였기에 비싼 값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세라피온은 성서를 판
돈을 노인에게 주어 딸을 속량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공동체로
돌아왔을 때, 제자들은 스승이 들고 간, 그리고 분명 들고 있어야 할
성서가 보이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르긴 해도, 그 성서는 공동체
안에 몇 권 안되는, 아니 어쩌면 유일한 성서였을지도 모를 일이었으니
이번에도 제자들의 반응이 어땠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라피온 교부의 설명을 들은 제자들은 오히려 그를 칭송했습니
다. 이 사건이 알려진 후, 그 주변 마을의 주민들까지도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세라피온 교부는 더 이상 성서가 필요없는 분이다. 그분의 삶
이 복음이기 때문이다”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베푸는 이웃에 대한 사랑은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르는 것이라야
합니다. 내게 남아서, 혹은 내게 필요없어서 이웃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
라, 내게 소중하고, 필요하지만, 때로 더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내어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의 완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든 신앙인은 그 자신이 수도자이든, 성직자이든, 혹 일반 신자이든
모두 각자의 삶 안에서 왕직, 사제직, 예언직의 삶을 수행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왕직, 곧 봉사직은 어떤 선택 사항이 아니라 그리스도
께 대한 신앙을 고백하는 모든 이들에게 중요한 의무이며 소명입니다.

오늘도 내 삶의 자리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봉사의 의무, 사랑의 소명에
충실히 응답할 수 있도록 주님의 도우심을 청해야 하겠습니다.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 http://예수.kr  ,  http://www.catholic.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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