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증거를 요구하는 근본 마음-판관기33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7-10-26 조회수426 추천수6 반대(0) 신고

증거를 요구하는 근본 마음-판관기33

 <생명의 말씀>
 기드온이 하느님께 아뢰었다. "이미 말씀하신 대로 이스라엘을 제 손으로 구하시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면, 이렇게 해 주십시오. 보십시오. 제가 타작 마당에 양털 한 뭉치를 이렇게 펴 놓습니다. 만일 이 양털 뭉치에만 이슬이 내리고 땅바닥은 말라 있으면, 말씀하신 대로 이스라엘을 제 손으로 구하시려는 줄로 알겠습니다." 정말 그대로 되었다. 기드온이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양털 뭉치를 짜 보니 한 대접 가득 물이 나왔다. 기드온은 다시 하느님께 아뢰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노하지 마십시오. 양털 뭉치로 꼭 한 번만 더 시험하게 해 주십시오. 이번엔 양털만 말라 있고 사방의 땅바닥은 온통 이슬로 젖게 해 주십시오." 그 날 밤 하느님께서 그대로 해 주셨다. 양털은 말라 있었고 사방의 땅바닥은 온통 이슬로 젖어 있었다. (판관기 6:36-40)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하느님께 증거를 요구하는 일은 아마도 예수님의 부활을 의심했던 토마 사도 때문인지 믿음이 부족한 행동 혹은 하느님을 시험하는 행위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신앙인으로서 해 서는 안 될 일들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 생활을 하는 동안 하느님께 증거를 요구하며 수차례 하느님을 시험했고 하느님께서 그 때마다 그들의 믿음 없음을 탓하시면서 백성들을 벌하셨고 또 명확하게 "마싸아에서처럼 너희 하느님 야훼를 시험하지 못한다."(신명기 6:16)라는 말씀까지 하셨으니까요.

예수님 시대의 율법학자들도 예수님께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임을 증명해 보이라며 기적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예수님은 삼일동안 물고기 뱃속에 있다가 살아나온 요나의 기적밖에는 보여줄 것이 없다고 하시며 한 마디로 잘라서 증거 요구를  거절해 버리셨습니다.

이러한 일들로 인해서 하느님께 표징을 요구하는 일은 대체로 좋은 믿음의 표양은 아닌 것처럼 인식됩니다. 그런데 오늘의 말씀에서 기드온은 하느님께 두 번이나 표징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하느님께서는 꾸짖음이나 노여움 없이 그 두 번의 표징 요구를 요구 그대로 수용하셔서 당신의 현존을 보여 주십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하느님이 일관성 없는 분으로 이해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사람의 중심을 보시는 분입니다. 하느님과 예수님께 표징을 요구했던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이나 율법학자들 그리고 토마 사도의 마음과 기드온의 마음은 하느님 보시기에는 천양지차로 달랐던 것입니다.

표면으로는 똑같이 증거를 요구하는 것이라도 '네가 정말 하느님인가 보자?', '네가 정말 하느님의 아들인가 보자? 어디 기적이라도 보여서 나를 믿게끔 해봐라?'하는 마음과 '제가 정말 당신을 따르고자 하는데 믿음이 부족하니 확신을 더하여 주십시오.'하는 마음은 중심을 보시는 이의 눈에는 달리 보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전자가 교만한 호기심이라면 후자는 겸손한 믿음의 요청인 것입니다. 기적을 요구하는 동기가 깨끗하여 자신만을 위하는 이기심이나 교만한 호기심을 만족시키려는 의도가 없을 때 하느님은 그 청원을 들어 주십니다. 우리 마음은 아마도 전자의 마음과 후자의 마음의 복잡한 혼합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믿는 삶은 하느님을 향하는 깨끗하거나 순수하지 않은 우리 내면의 동기들을 정화시켜 나가는 과정인 경우가 많습니다. 

기드온은 확실히 당신이 하느님이 맞느냐를 알아보기 위한 증거를 요구한 것이 아닙니다. 백성을 구원하라는 하느님의 뜻은 확실히 알겠는데 그것을 감당할 믿음의 분량이 되지 않으니 증거를 통해 믿음을 더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그 기도에 요청 그대로 응답해 주셨습니다.

기드온의 기도를 보면서 하느님께 청원을 올리는 내 내면의 동기를 잘 성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기도가 주님의 기도의 중요한 한 구절 '아버지의 하늘에서와 같이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처럼 하느님의 뜻이 내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드리는 것인지 아니면 나의 단기적인 필요나 욕망을 채우고자 하는 것인지 성찰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기도의 응답이 오지 않거나 늦는다면 하느님께서 내 내면의 동기가 순수해지고 깨끗해 질 때까지 기다리시는 것으로 이해하셔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