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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30일 금요일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 - 양승국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11-30 조회수948 추천수11 반대(0) 신고
 

11월 30일 금요일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마태오 4장 18-22절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


<기쁜 얼굴로 ‘예!’ 하고 일어섭시다>


   오늘 성무일도 아침기도에서는 안드레아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안드레아는 꽃다운 향기와 같아서 주님이 사랑하셨도다.”


   안드레아란 이름은 ‘용감한 사람’ ‘사내다운 사람’이란 의미를 지닌 그리스 식 이름입니다.


   그는 갈릴래아 호수를 삶의 기반으로 삼았던 어부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늘 타고 다니던 ‘작은 배’를 버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 제자단이란 ‘새롭고도 큰 배’에 승선합니다. 그가 늘 손질해오던 밥벌이 도구, 목숨같이 여겼던 그물도 과감하게 버렸습니다.


   홀가분했겠지만 아쉬움도, 불안감도 많았습니다. 미래에 대한 아무런 현실적 보장도 없는 상태에서 그나마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주던 어부란 생업을 버렸기 때문입니다.


   부르심에 응답하는 과정에서 가슴 쓰라린 일도 많았겠지요. 연로한 부모님, 사랑하는 가족들, 오랜 친구들, 고향마을의 정든 집, 익숙했던 생활과도 결별해야 했습니다.


   새로운 선택에 따른 일정부분의 포기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일순간 지금까지의 삶을 내동댕이치다시피 던져버리고 예수님을 따라나선 안드레아의 출가는 본인에게나 주변사람들에게나 큰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대한 주저 없는 승낙, 생각으로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주님 은총에 힘입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하나의 기적입니다.


   예수님과의 만남을 일생일대의 전환점으로 여기고 기꺼이 따라나선 안드레아, 끊임없는 자기포기, 열렬한 수행정진으로 주님의 사랑받는 제자, 주님께 봉헌된 한 송이 향기로운 꽃이 되었던 안드레아를 주님께서는 무척이도 사랑하셨습니다.


   오늘 첫 사도단에 가입한 안드레아의 성소여정을 바라보며 저는 큰 위안을 받습니다. 다른 사도들과 마찬가지고 안드레아 역시 특별한 사람,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지극히 평범했던 사람, 지극히 나약했던 인간, 너무나도 인간적인 인간, 우리와 똑같은 부족한 인간이었습니다.


   안드레아는 어부였습니다. 갈릴래아 호숫가를 배경으로 구차한 삶, 그저 그런 삶, 변두리 인간의 삶을 살아가던 가난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어부로 살아간다는 것, 꽤나 팍팍했던 삶이었습니다. 고기를 잡는다는 것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냥 아무 때나 나가서 그물 친다고 고기가 잡히는 것이 아니지요. 어떤 때는 밤새도록 단 한 마리도 못 잡을 때도 많습니다. 이런 첫 사도들의 경험을 복음사가들은 정확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물때가 맞아야 고기가 잘 잡힙니다. 그리고 바람의 방향도 제대로 맞아야 합니다. 역풍이 일면 재빨리 하던 일을 멈추고 돌아 나와야 합니다. 비가 많이 오거나 파도가 높이 일면 즉시 그물을 들어올려야만 합니다. 겨울이 오면 물고기들은 동면에 들어갑니다.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 날은 공치는 날입니다.


   가끔 물때도 맞고 화창한 날이 있겠지요. 그런 날도 고기가 잘 잡히는 ‘포인트’에는 다른 어부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고기 제대로 많이 잡기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안드레아는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그는 특출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좀 잡히면 한 몇일 잘 먹고 잘 지내고, 고기가 안 잡히는 날이면 몇일이고 쫄쫄 굶던 가난한 어부였습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그 옛날 어부 안드레아를 부르셨듯이 오늘 우리를 부르십니다. 우리가 대단해서, 뛰어나서, 잘나서가 아닙니다. 우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셔서, 우리 내면 안에 긷든 변화 가능성을 눈여겨보시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주님의 부르심 앞에 허세를 부릴 일 하나도 없습니다. 뻐길 일도 없습니다. 자랑할 것도 아닙니다. 어깨 으쓱할 일도 아닙니다.


   그저 감사하면서 기쁜 얼굴로 ‘예!’ 하고 일어서는 일, 그것이 부름 받은 사람으로서의 바람직한 자세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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