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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록도의 간호사들/ 정호승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7-11-07 조회수706 추천수3 반대(0) 신고
 
 
 

소록도의 간호사들/ 정호승




소록도는 아름다운 섬이다.
그러나 소록도를 그냥 단순히 아름다운 섬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소록도의 겉만 살펴본 넋두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고흥반도 최남단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사슴의 섬' 소록도는 사실 겉으로만 보아도 아름다운 섬임에는 틀림이 없다.
오솔길을 따라 섬 전체를 한바퀴 휘돌아보면, 소나무 숲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바다는 보는 이의 마음을 한없이 맑고 시원하게 해준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끊임없이 반짝거리는 햇살 너머로 무슨 산 그림자처럼 안개에 아련하게 떠오르는 남해의 작은 섬들은 아름답다 못해 하느님이 그린 그림같다.

그러나 소록도가 아름다운 것은 그런 자연경관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소록도에 사는 사람들 때문이다.
소록도 국립병원에서 일하는 젊은 간호사들, 나환자들을 위해 젊음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한껏 꽃피우고 있는 바로 그 간호사들 때문이다.

두 손 모두 손가락이 없는 몽당손인데다 고무줄을 친친 감아 겨우 숟가락을 끼워 밥을 먹는 남자, 손가락은 남아있으되 갈고리손이 된 중년여인, 이미 코와 눈썹이 문드러진 할머니, 끝내는 눈마저 멀어버린 할아버지들을 부모 형제처럼 돌보고 있는 간호사들이 없다면 소록도는 결코 아름다운 섬이 아니다.

소록도의 간호사들은 '한바람회'를 만들어 스스로 환자들의 머리를 감겨주고, 이발도 해주고, 손톱과 발톱도 깎아준다. 결린 근육도 마사지해 주고, 몸의 군살도 긁어내 주고,
환자들이 사는 지역을 나누어 맡아 빨래와 부엌 살림도 돌본다.

나병이 분명히 치료될 수있는 병인 줄 몰랐던 시절의 간호사들은 환자와 직접적인 피부 접촉을 피하기 위해 손에는 고무장갑을 끼고, 입에는 마스크를 하고, 머리엔 모자까지 쓰고 신발을 신은 채 환자 방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금의 간호사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여느 환자와 마찬가지로 아무 거리낌없이 맨손으로 환자들을 돌본다.

소록도 병원에 의사들이 지원해서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자원하는 간호사들의 이력서는 항상 넘친다.
"다른 병원에 가면 봉급도 많고, 소록도에 있었다고 하면 혼인발도 안 선다"는데, 그들이 굳이 자원해서 소록도 병원에서 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분명 그들의 마음이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아름다운 간호사들이 있는 한 소록도는 진정 아름다운 섬일수밖에 없다.
우리가 사는 도시에도 이런 아름다운 섬이 있다면 그 얼마나 행복할까.
소록도 병원 피부과 병동 간호사실 문 앞엔 이런 글이 적힌 종이 한 장이 붙어 있다.

 
 

 너를 위하여 나는 무엇이 될까


  너의 등불이 되어
  너의 별이 되어
  달이 되어
  너의 마스코트처럼
  네가 마주보는 거울처럼
  나는 네가 되고 싶다
  우린 서로 지켜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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