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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봉헌의 삶" - 2007.11.21 수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7-11-21 조회수554 추천수2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7.11.21 수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마카 하7,1.20-31 루카19,11-28

                                                              
 
 
 
"봉헌의 삶"
 


믿는 이들 모두가 봉헌의 삶을 삽니다.

하느님께로부터 선물로 받은 인생,
다시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로 드리는 봉헌의 삶입니다.

어제의 첫 눈에 이어
지난 밤 두 번째 흰 눈 소복이 내린 아침의 하늘이 참 맑았습니다.
 
오늘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을 경축하는 하늘의 선물 같습니다.
 
예전 함박눈 내리는 날에 써놓았던 ‘임의 편지’라는 글이 생각납니다.
 
“계속 쏟아지는
  흰 눈발들
  임 보내시는
  천상(天上) 편지
  하얀 그리움
  가득 담겨 있는
  임의 편지
  잔잔히 물결치는 마음
  글씨 보이지 않아도
  다 알아 보겠네.”

하느님을 그리워하는 사람일뿐 아니라
사람을 그리워하는 하느님이십니다.

천상의 임께서 지상의 우리들이 그리워 보내시는 임의 편지, 함박눈들입니다.

영성지도의 핵심 두 가지는
 
첫째 하느님을 잘 사랑하도록 안내해 주는 것이요,
둘째가 자기를 잘 알도록 안내해 주는 것이라 합니다.
 
그러나 이 둘을 잘 들여다보면
둘은 하나로 긴밀히 연결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마음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할 때 하느님을 알게 되고
이어 참 나를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신비는 바로 하느님의 신비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의 우리에 대한 믿음은, 희망은, 변함없이 언제나 한결같습니다.
 
매일 황홀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이 생생한 증거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버렸지 하느님이 우리를 버리는 일은 없습니다.

이런 하느님의 우리 향한 믿음을, 희망을, 사랑을 배워 닮아가는 것이
우리의 평생 공부입니다.
 
하느님을 믿고 희망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결코 두려움이 없습니다.
누구와 비교함이 없이 제자리에서 자유로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공평하게 하루를 선물 받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하루가 모여 평생입니다.
 
내일 걱정은 내일하고,
어제의 일은 어제로써 끝내고 일일일생(一日一生),
오늘 하루를 평생처럼 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사야 말씀도 생각납니다.

“지나 간일을 생각하지 말라.
  흘러간 일에 마음을 묶어두지 말라.
  보아라, 내가 이제 새 일을 시작하였다.”(이사43,17-18ㄱ).

제가 고백성사 보속 시 처방전으로 자주 써드리는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의 비유가 적절합니다.
하느님으로 상징되는 주인은 종들에게 똑 같이 한 미나씩을 나누어 줬다 합니다.
 
마치 살아있는 모든 이들에게
똑같이 하루 스물 네 시간 씩 골고루 선물로 나눠주는 이치와 똑 같습니다.
 
한 미나로 열 미나를 남긴 이,
선물로 받은 하루를 제 능력껏 최선을 다한 결과입니다.
 
주님의 즉각적인 칭찬입니다.

“잘하였다. 착한 종아!
  네가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열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주겠다.”

모두가 한 미나로 열 미나를 남길 수 없듯이
선물로 받은 하루 삶의 내용도 다 다를 것입니다.
 
주님은 모두가 열 미나의 삶을 원하시지 않습니다.
제 역량대로 성실하면 흡족해 하십니다.
 
업적의 양을 보시는 게 아니라 삶의 충실도를 보십니다.
이어 한 미나로 다섯 미나를 남긴 이도 다섯 고을을 다스릴 보상을 받습니다.
 
모두들 하느님을 믿고 희망하고 사랑하며 주어진 본분에 최선을 다한 이들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주인을 신뢰하지 못하고 두려워하였던 다음 종의 처신에 있습니다.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수건에 싸서 보관해 두었습니다....
  저는 주인님이 두려웠습니다.”

한 미나 그대로의 삶은 살아있다 하나 실상 죽어있는 삶입니다.
그대로 하루를 전혀 활용치 못하고 무위도식하며,
하루의 삶에 투신하지 못하고 소심하게 지낸 이들의 삶의 모습을 상징합니다.
 
하루가 모여 평생입니다.
 
하루를 잘 살아야 아름다운 선종입니다.

업적의 양을 보시는 하느님의 아니라 삶의 충실도를 보시는 하느님이십니다.
누구와 비교할 것 없이 자유로이 투신하여
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면 충분합니다.
 
이 모두들 하느님께 대한 한결같은 신뢰와 희망, 사랑이 있어 가능합니다.

1독서 마카베오기 하권의 순교한 일곱 형제의 어머니가 그 모범입니다.
그는 일곱 아들이 단 하루에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주님께 희망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용감하게 견디어 냈다 합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성체성사 시간,
주님 앞에서 내 하루 봉헌의 삶의 충실도를 헤아려 보는 시간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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